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이런 농담이 있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대쉬했다. 그러자 여자가 쌀쌀맞게 거절한다.


"저 이미 임자 있어요."


"골키퍼 있다고 골 못 넣습니까?"


"골 넣었다고 골키퍼 바꾸나요?"


어떤 소설가가 이 농담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소설을 한편 써냈다. 그런데, 여기에 농담을 한 층 더해 이 골대에는 골키퍼가 둘이다. 한 술 더 떠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났는데, 단지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두 번 한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아내가 결혼했다]이다.


드라마의 일부이건 소설의 첫 장이건 공통된 목적이 있다.  '이 이야기는 이러 이러한 룰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에 관한 것이다.'란 이야기의 설정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 주인공들과 이 소설의 룰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시청자는 채널을 돌리시고 독자는 책장을 덮으시라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이렇게 아내가 나라는 남편 외에 또 다른 남편을 두기로 결심했다는 룰을 받아들이면 한 없이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이 소설의 남편 덕훈은 이러한 아내의 룰을 받아들인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가끔 외도를 하는 것을 묵인하기로 동의했고, 결국은 아내에게 말려들어 재경이란 다른 남편과 결혼 생활을 하는 것에 동의를 한 것이다. 이 룰을 덕훈이 받아들였듯이 독자도 이 룰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룰을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면 책장을 덮으면 그만이다. 당신이 욕을 하건 말건 작가는 이 소설의 아내 인아처럼 개의치 않을 것이다.


일단 이 룰을 받아들이면 이 소설은 굉장히 재미있다. 앞서 말한 축구의 비유들이 실제로 소설의 삼 분의 일을 채우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내의 선택에 끌려가고 있는 남편의 전전 긍긍도 희대의 코미디이거니와 그 틈새를 메우고 있는 축구에 관한 정보와 비유도 대단히 재미있다. 재밌는 시트콤의 마지막 대사들이 그러하듯 적절한 재치와 위트로 칙칙한 얘기가 유쾌하게 들려진다.


그 유쾌함 틈 속에 인류의 오랜 풍습인 사랑과 결혼에 대한 작가의 조롱도 흥미롭다. '사랑이 없어진다면 더 이상 부부의 연을 유지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집시의 결혼 풍습 등 인류의 모습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취재도 재미있다.


다양한 재미의 전 후반 9 0분 동안 가득한 소설이다. 재밌는 소설을 찾기도 벅찬 요즘 아니던가. 하지만 관객인 당신이 작가의 전제를 말없이 수긍하고 따라가지 않을 작정이면 결코 이 책을 선택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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