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몬스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김경의 [뷰티풀 몬스터]를 한마디로 요약한 제목이 '강남 싱글 패션 문화 포탈 북'이다.


나는 강남에서 8학군의 초중고를 나와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연예 산업의 종사자가 되었다. 여기에 건강 때문이었지만 좋은 직장을 관두고 패션 관련 직종에도 잠시 다닌, 나름대로 感좋은 아내와 10년 가까이 살고 있다. 이 정도면 '강남'의 패션 문화에 가까울만한데 여전히 난 그 문화로부터는 소외되고 있다. 오죽하면 '시크'하다는 어휘를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을까.


책을 펴든 순간, 그토록 그리워하고(?) 알고 싶었던 문화의 입구(포탈)를 찾은 느낌이었다. 이 책의 어휘와 인물, 정보들만 소화한다면 나도 어느 정도는 '시크'해 지지 않겠나 하는 바람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이 책을 내리 두 번이나 읽었다. 


두 번 읽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재밌는 책이다.  '대책 없는 솔직함과 미친 망아지처럼 날뛰는 글' 이 이 책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작가의 표현이다. 작가는 애써 '쿨'하다는 정서를 비껴가려 했지만, 요즘 우리 주위의 쿨한 전문인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한겨레 신문을 창간 초부터 줄곧 탐독해온 삐따기들은 자본주의적 소비욕구를 절절히 드러낸 탐욕스런 글이라고 비판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한겨레 적이지 않은 욕구를 아이러니하게도 한겨례 신문과 그  소속 잡지를 통해 솔직히 드러낸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한겨례 적인 사람들은 세상이 그들의 생각처럼 돌아가길 원할 테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이 세상의 진면모이다. 사실 다른 색깔의 세상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우리 모두가 평화로울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솔직히 8,90년대를 거쳐 혁명을 부르짖는 이들에게 지겨워진 내 마음을 이쯤에선  인정해야겠다. 제인 버킨의 백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이도 사람이란 말이다,


김경의 글을 읽고난 최후의 깨달음은 '솔직하자'와 '스타일을 갖자'이다. '욕망에 솔직하자는 것'이 아닌 척하다 위선을 부리는 것보다는 훨씬 고결한 느낌일 것이다. '스타일을 갖자'는 아름답게 보이려고 애쓰자는 것인데, 남들에게 보이려고 애쓰는 동안 정말 스스로가 아름다워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솔직하자'나 '스타일을 갖자'나 다 세상 유일무이한 자신의 정체를 찾자는 것이다.  작가가 꺼내 보여준 수많은 인물과 어휘 만으로도 배가 부른데, 뜻 깊은 배움도 있었다.


사족 같지만 작가에게 딴죽을 걸어본다. 인용과 옮겨온 말이 많아서 어느 것이 작가의 생각인지 헛갈리는 경우도 있다. 심하게 말하면 이 사람, 저 사람의 말과 글을 옮겨 편집한 에디터의 글 같은 부분도 있다. '미친 망아지'를 좀 정리해서 '준마'로 키워 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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