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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십 대는 개인의 인성이 완성되는 시기입니다. 부모의 궤도에서 이탈하는 시점이고 외계의 새로운 자극들에 맞서기 시작할 때입니다. 보호막이 사라지고 혼자 세상을 만나야 하는 십 대의 불안한 정서를 온다 리쿠는 소설의 재료로 잘 버무리는 재능이 있습니다.
주인공 리세는 '해리 포터'처럼 그 '학교'로 전학을 갑니다. '해리 포터'의 마법 학교처럼 이상한 캐릭터들과 이해하지 못할 사건 속에서 리세는 적응하고 싶어합니다. 자신을 향한 이해하지 못할 호감과 적개심이 리세에게는 알지 못할 공포로 다가옵니다. 그 공포를 견디는 리세의 주위에서 학생들이 죽어가고 실종합니다. 이 모든 사건은 리세를 향해 있기에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는 행보는 더욱 긴장을 불어 일으킵니다. 그러나 리세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수수께끼는 소설의 마지막에 가까워져야 만 알 수 있습니다.
순정 만화를 보는 듯 시각적으로 독특한 세계가 주어져 있습니다. 그 불안하게 아름다운 곳을 채우는 여러 인물들의 움직임, 그리고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사건의 속도감에 한 눈을 팔 틈이 없어지는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비바람 끝에 갑자기 나타난 무지개처럼 소설의 결말이 황급하기에 당황스럽습니다. 그러나 무지개와 같은 영롱한 재미가 있습니다.
불안한 십 대들은 자신을 둘러 싼 세계을 여러가지 환상으로 바꾸고 과장해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대신하고 합리화합니다. 그 환상을 탈출구로 삼기도 합니다. 온다 리쿠는 어른이 되어도 그러한 상상을 할 수 있는 특권을 지녔나 봅니다. 그 특권으로 여러 사람들이 즐겁게 놀러 갈 수 있는 온다 리쿠표 테마 파크를 만들었습니다. 순정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테마 파크에 푹 빠지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