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독자에게 도전한다'는 추리소설만이 주는 재미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사건에 관한 모든 실마리를 작품 속 여기저기에 놓아둡니다. 독자는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과 같은 분량의 단서를 가지고 두뇌 싸움을 합니다. 얼마나 빨리 범인이 누구인지, 진상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사람이 이 도전의 승자입니다.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은 이런 면에서 본격적으로 독자와 두뇌 싸움을 벌입니다. 작가는 대놓고 두번에 걸쳐 '독자에게 도전한다'고 선언해 우리의 투지를 불러 일으킵니다. 그러나 큰 그림을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이 소설이 일본에서 처음 출판된 1981년에는 더더욱 쉬운 문제는 아니었을 것입니다.불행히도 이 책은 우리에게 이십 여년이 흐른 뒤에야 번역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유명한 트릭은 '소년 탐정 김전일'에도 소개되었고, 우리 영화 '텔미 썸팅'에서 응용되었습니다. 추리 소설을 자주 접하는 분은 중반부에 '아하'하고 감을 잡으셨을 겁니다.


세월이 지났음에도 독자를 붙드는 훅크는 대단합니다. 그러나 이미 진화해 버린 21세기의 독자에게 이 소설이 여전히 매력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세월이 지난 만큼 독자의 수준도 콘텐츠의 창의성도 발전한 것이 사실입니다. 80년대의 DNA 식별 등 과학 수사 기법을 적용한다면 무너지는 소설의 전제도 아쉽습니다. 작가가 글 중에서도 언급한 세계적인 추리 소설의 생명력이 이 작품에도 있으지는 의문입니다.


명작은 세월을 거슬러 살아남습니다. 한 때의 인기로 명성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세월의 검증을 통과해 살아남으려면 범죄의 트릭 이상으로 인간성을 건드리는 통찰력이 있어야 하나 봅니다. 책장을 덮은 후 이 작품에서 아쉬운 점은 바로 이런 人性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었습니다. 이야기의 본령보다는 맥거핀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통파 추리 소설 팬에게는 여전히 사랑받을 작품입니다. 늦게 소개되어 김이 새버린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3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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