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수필은 좀처럼 읽지 않습니다. 읽을 것도 많은데 하필 작가가 책상에 앉아 말장난, 글 장난한 것을 읽을 여유 따위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요네하라 마리의 글이라면 이건 경우가 달라집니다. 이 돌아가신 일본 여류 작가께서는 1960년대 공산 치하의 프라하에서 학교에 다니셨답니다. 아마 아버지가 약간 좌측 성향이 있으신 분이었나 봅니다. 내친김에 러시아에서 유학하셔서 러시아어 동시통역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일본으로 문화적 성향이 경도된 저 같은 사람에게 새로운 햇살을 확 드리워 줍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로 먹을 것을 갖고 글 상을 차립니다. 그 상의 요리들이 오밀조밀 맛이 있습니다. 메인 디쉬가 확 당기는 것은 아니지만, 코스별로 나오는 요리 하나하나가 다 맛이 개성적이고 기가 막히게 혀에 갖다 붙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요네하라 마리의 요리들을 즐기다 보면 어느덧 후식을 즐겨야 하는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됩니다.


요네하라 마리의 글은 이번에 음식과 인간의 상관관계를 밝혔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러시아의 두 정치인 고르바초프와 옐친이 처음 일식을 대하고 보인 반응을 비교해 봅니다. 조심스럽게 간을 보며 일식을 대한 고르바초프, 낫또에서 초밥까지 가리지 않고 집어삼킨 옐친을 비교해 보면 그들이 구 소련의 몰락기에 보여준 정치적 행동과도 묘한 일관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음식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 일화가 단순한 미식의 경지를 넘어 독자의 견문을 넓혀줍니다.


고향의 맛을 잊지 않되 새로운 시도를 잊지 않는 진취성이 [미식견문록]을 읽고 제가 얻은 식후감이었습니다. 수필도 간혹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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