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들 주세요

프린들 주세요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2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양혜원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1년 12월

아이가 책을 읽다 'frindle'이란 단어를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모르는 단어여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아빠는 주섬주섬 단어를 찾아 보았습니다. 알고 보니 이 단어는 [프린들 주세요]라는 동화에 나오는 가공의 단어였습니다.

링컨 초등학교를 다니는 닉은 보통 아이입니다. 수업 막바지에, 선생님이 과제를 낼 때면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을 던져 과제를 피해가는 잔머리를 가진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어느날 닉은 '단어는 어떻게 생겨나고 사전에 올라가는 가'라는 복잡한 질문을 역시 수업 중간에 던집니다.

"사전에 나오는 말은 바로 '우리'가 만드는 거란다."

닉의 복잡한 질문에 엄격한 그레인저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닉은 그 대답을 실행에 옮겨 단어를 만들어 봅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pen'을 대신한 'frindle'이란 단어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frindle'을 퍼뜨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닉은 'pen'이란 단어를 지키려는 그레인저 선생님과 충돌합니다. 둘의 다툼은 예상 밖에 전쟁 수준으로 커지고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집니다.

저는 학생으로부터 '빵셔틀'이란 단어를 듣고 뜻을 물어본 촌스런 어른입니다. 방송인으로서 비속어를 경계한다는 의무감이 있기에 좀더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현재의 표준어를 유지하는 것이 방송인의 의무이지만, 언중(言衆)들이 좋아하는 언어 습관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언어를 지키려는 그레인져 선생님의 입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정체되어 있지 않듯이 언어 또한 변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또한 삶에서 차지하는 언어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새로운 단어의 탄생과 전파, 그리고 대중화되는 과정에 대한 논의는 중요할 것입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행위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행위와 맥이 통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이름을 붙였기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정리되고 개념이 체계화되기도 합니다. 그런 일련의 심오한 과정과 생각을 누군가는 논문으로 썼을 것이고, 누군가는 심각한 책을 들고 강단에 섰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 독자를 대상으로 재미있고 흐뭇하게 전달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아이와, 아빠가 함께 읽을 정도로 이야기는 재미있고 교훈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