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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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에 출판된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추리 소설인데 한 수도원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읽지 못한 분에게는 실례입니다만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모든 살인 사건은 아리스토텔레스 때문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시학'은 비극에 관한 책인데, 후대에 전해지지 않는 '희극'에 관한 항목이 발견되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장미의 이름]을 읽지 않으신 분에게는 거듭 미안합니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대한 주석서입니다. [시학]은 비극의 구성과 작동 원리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가 규명한 글입니다. 저자 마이클 티어노는 이 책에서 '비극'은 슬픈 이야기가 아니라 '진지한 이야기'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합니다. '진지한 이야기'가 '관객'에게 진지하게 작용하기 위한 '원칙'이 있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보았던 것입니다.

'시학'은 그런 '이야기의 원칙'을 정리한 글이고 [스토리텔링의 비밀]은 '시학'을 현대의 독자들을 위해 재정리한 책입니다. 특히 이야기의 개연성과 공감대를 만드는 방식을 고민하는 작가라면 이 책은 찾던 해답을 들려줄 것입니다. 독자는 고대 그리스 시절 아리스토텔레스가 발견하고 정리한 원칙이 지금껏 유효하다는 사실에 놀랄 것 입니다. 또한, 그토록 오래된 원칙을 아직도 모르는 '작가'가 많다는 사실은 '시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희극'이기도 합니다.

[스토리텔링의 비밀]은 원서가 상당히 까다롭든지, 김윤철 PD의 번역이 부족했다고 보입니다. 문어식 표현, 영어를 직역한 듯한 문장으로 인해 쉽게 읽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곱씹어보면 끊이지 않고 '단물'이 나올 만큼 원재료가 훌륭합니다. 많은 사람이 피부로 느꼈지만 정리하지 못했던 작법에 관한 이론을 정리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영화와 드라마 제작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면 한 세 번쯤은 읽어보아야 합니다. 그렇게 이 원칙에 숙달하면 엉터리 이야기를 비싼 돈 들여 만들고, 관객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최소한 평범한 작품은 만들게 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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