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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김봉석 지음 / 북극곰 / 2015년 4월
평점 :
영화 평론가이자 만화 평론가 김봉석의 `나의 대중 문화 표류기`는 독자의 나이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에세이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성장기를, 그가 지나온 인생의 고비에서 만난 대중문화와의 합주를 통해 풀어낸 자전적 에세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기에 비슷한 텍스트를 경험한 저로서는 내내 제 이야기의 한 풍경을 보는 듯한 익숙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저와 작가는 인생의 지향점이 달랐기에 같은 문화를 누렸음에도 대중문화와 주고 받은 상호작용은 많이 달랐습니다. 그는 이런 문화적 경험을 상당히 내적으로 가라앉히고 성숙해지는 시기를 지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내적 성숙과는 거리가 멀게 그 문화들을 소비하고 즐겼습니다.
저자처럼 저도 어린 시절에 SF 과학문고 60권을 읽었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잠시 공상의 세계를 다녀올 수 있는 놀이터였습니다. 제 어린 시절 다른 친구들보다 상식이 많았고, 어휘력이 풍부했다면 그것은 아이디어 문고 때문이었습니다. 저자처럼 만화 대본소의 여러 만화를 보았고, 일본 만화를 몰래 보았으며, 연소자 관람가에서 연소자 관람불가로 나아가기 위해 나이가 들기를 몹시 기다렸습니다. 성룡의 홍콩 액션에 취해 있었으며, 저자가 영화 ‘대부’에 취했다면, 저는 ‘레이더스’의 열렬한 팬이었으며, 007 제임스 본드는 저의 영원한 롤 모델이었습니다.
한 작가의 30세까지의 성장기는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개인적인 이야기를 그가 성장하면서 만난 문화적 텍스트들을 통해 들려주니, 결코 개인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 온 사람에겐 그 텍스트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볼 계기를 주고 있습니다. 다른 시대를 살아 온 사람에겐, 작가의 삶에 관심이 없을지라도 시대를 관통하여 남아있는 클래식의 핵심 요약을 맛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는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와 사회의 정서를 짐작하게 하는 장점입니다. 학술적으로 표현하자면 ‘민속지학적 접근’을 한 에세이입니다. 쉽게 잘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