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선집 4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에 9.11 테러사태가 일어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제 현실이 사건이 영화를 압도하는 공포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을 했다. 사실 최근 우리가 놀랐던 세기의 사건들은 영화에서나 일어남직한 상상을 압도하는 사건들이 우리의 현실에서 버젓이 일어난 것이었다.

현실의 사건이 영화적 상상력을 압도하는 요즈음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은 그녀의 [태양은 가득히]처럼 영화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들은 요즘의 현실처럼 스펙타클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로서 하이스미스의 소설은 독자에게 여전히 유효한 재미와 공포를 전해주고 있다.

하이스미스의 단편집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는 언제든지 일상의 사건 속에서 가해자이거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독자들의 존재를 위협하고 있다. 만약 당신의 집에서 시신의 일부를 발견한다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고양이가 물어 온 것'에서 그려지고 있다. '당신은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에서는 한 인간의 존재를 손쉽게 파괴할 수 있는 패거리 문화의 공포를 그리고 있고 '바구니 짜기의 공포'를 통해 작은 소품을 통해 실존적인 고민을 하게 되는 캐릭터의 재미를 보여주었다. 그 외 모든 단편들이 독자들이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상황들을 통해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서 소설의 설정에 휘말리게 한다. 악령과 사탄이 나오지 않지만 그 서늘함의 수준은 결코 그에 못지 않다. 내 안에 있을 수 있는 악령과 사탄의 존재에 선뜻 놀라서 일지도 모른다.

이 지독히 현실적인 소설은 결말에서도 지독히 현실적이다. 대중 문화의 상업적인 해피엔딩에 익숙한 우리에게 하이스미스의 냉철한 결말은 오히려 새로운 충격일 정도이다. 사실 삶이란 이렇게 차디찬 얼음처럼 얼굴에 부딫치고는 하는데 우리는 모래에 고개를 처박은 타조처럼 소설과 영화의 달콤한 해피엔딩에 습관적으로 중독되어 있다는 각성을 하게한다.

재미있고 서늘하다. 한 겨울 얼음물에 세수를 한듯한 오싹함이 이 소설을 놓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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