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 골목을 지나면
전봇대 옆으로 보이던
작은 구멍가게 하나 나옵니다
누가 그랬는지 깨진 유리를 테이프로 붙인 채
드르륵드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던 문과
문 옆으로 나란히 붙어 있는 종이인형과 딱지들
더울 땐 아이스크림을
추울 땐 호빵을 먹던 그 가게는
모퉁이 골목을 지나면 늘 있었습니다
가게 모퉁이에 허름한 평상
꽃무늬 장판으로 곱게 옷을 입은 그 평상엔
늘 동네 할머니들의 입담이 가득했지요
그 모퉁이에서 뽑기를 먹던 기억
녀석들과 딱지치기를 하던 기억
비가 오면 평상 움푹 패인 곳엔 흙탕물이 고였고
눈이 오면 평상은 하얀 새 옷을 입고 하였죠
가게를 따라 헐떡거리는 숨을 참고 조금만 오르면
언덕배기 아래로
시내가 한눈에 펼쳐지죠
모퉁이 골목을 지나 이젠
가게도 평상도 그리고 헐떡거리며 오를 언덕도 있
진 않지만
그곳이 어디인지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변한 지금
그래도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그건
내 마음속 모퉁이에 담겨진 소중한 추억이 있기 때
문일 거예요
-'사랑 그대로의 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