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미
페퇴피 산도르 지음 / 춘추원 / 199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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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고른다는 느낌없이 집어가지고 온 책인데 오늘 오며 가며 틈틈히 다 읽어버렸습니다. 세렌더피티~ 가끔 요즘의 번역책을 읽다보면 거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출판사를 따지는 이유가 선명해지는 순간이지요..) 이런 얘기를 하는 까닭은 오히려 옛날 판이 더 담백하고 매끈한 번역일 때가 있고 이 책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에밀 아자르의 '자기앞의 생'이 그랬고,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그랬습니다.. 짧고 단순하고 깨끗한 문장과 표현, 설화같은 줄거리. 26년을 살다간 페퇴피 산도르의 훌륭한 문학성을 저도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순결한 첫사랑이 찢어지면서 세파의 틈바구니에서 결국 자살로 생을 마친 한 헝가리의 여인과 이로 인해 40년을 서로 처절하게 할퀴고 파멸시키며 복수의 삶을 살아야 한 불행했던 두 남자의 이야기'

주인공 안타라치아는 사랑하는 여인을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테르네이) 때문에 잃게 됩니다. 그는 오랜 시간 방황의 세월을 보냅니다. 극빈자의 생활을 통해 겨우 목숨만 이어가던 그에겐 오직 옛여자가 낳은 아들만이 살아갈 이유가 됩니다. 도박으로 상황을 역전시킨 그는 고향에 돌아가 테르네이의 재산을 모조리를 따게 되고, 이후 시간이 흐르며 안타라치아는 안락함에 젖어들어가며 생의 기쁨을 차츰 놓치게 됩니다.

아들이 성장하자 정열적인 젊은이가 되었고 아름다운 여인을 동무에게 빼앗기게 되자 그 동무를 죽이게 됩니다. 올가미에 목이 매달려 아들은 사형당하게 되고, 아들의 여인이 테르네이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된 그는 오랫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냅니다. 훗날 그의 증손자에게 황금으로 유혹하여 파멸의 길로 보내는 안타라치아...이렇게 죽은 테르네이에게 다시 한번 복수하는 장면으로 끝이납니다.

왜 안타라치아의 상황역전에 도박이라는 것을 유리하게 내세웠는지는 궁금해집니다. 보통은 주인공이 피땀흘려 노력하거나 선량한 성품이 불러온 행운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지 않던가 말입니다. 아마도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인건지.. 아들을 죽게 한 올가미의 원형은 안타라치아의 원한이었습니다. 그 올가미는 테르네이 증손자에게 옮겨가 그를 죽게 합니다. 하지만 올가미에 매달은 건 안타라치의 삶의 존재가치였고, 바로 인간의 어리석음이 올가미가 되어 인생을 망쳐버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어떤 것을 바탕으로 살아갈 것인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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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1 - 현경 순례기 1
정현경 지음 / 열림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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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형광색 겉표지에 동그란 그녀의 얼굴은 참 강렬하다. 이 책을 소개받은 건 작년여름 대학원에서 독서치료를 공부하던 한 선배로부터이다.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거야 란 말을 뒤로한게 어느덧 1년이 흘렀고 이제사 내가 한번쯤은 읽어주었으면 하는 표정으로 만나게 되었다. 어느덧 읽으면서 느끼던 감흥은 잦아들었지만 그녀가 나에게 준 강렬한 인상만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난 한때 여성성이 낯간지러웠다. 웬지 갑갑하고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양 여성이여서 해야 하는 일들에 매우 싫증이 난다. 여자임으로 제제받아야 했던 사소한 사건들이 너무나 싫었고(특히나 사사건건 여자가..로 잔소리를 하시던 같은 여성으로서의 엄마의 고정관념), 그 속에 매몰되어있는 '나'의 사고 역시 여자라면..이라는데 익숙해가고 점점 저항 없이 따르고 있는 것을 느꼈을때..양성인간의 자유로운 영혼은 멀어진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것 또한 좁은 소견의 나의 착각이었다. 현경은 달랐다. 진정한 아름다움에서 피어나는 여성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그녀는 시간이 없다고 외치면서 우리모두가 살림이스트가 되어가길 호소했고 아름다움이 해결방법임을 알려주었다. 여성이 가진 아름다움에 자긍심을 심어준다고나 할까?(외적 & 내적) 그녀의 삶은 늘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물론 만나는 이가 매우 매력적으로 그려져 있긴 했지만 그것은 그만큼 그녀의 시선이 아름답게 보는데에 능통했기 때문을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보았다)과 자유롭고 정신적으로 풍부한 시간으로 가득했다.(명상훈련과 동안거를 비롯한 내적탐구에 대한 수많은 체험들이 무척 부러웠다) 처음에는 부럽기만 했다. 이 여자 너무 잘난사람아냐? 무척 잘난 사람의 자신감이 아닐까..화려한 사람인줄 착각했지만 읽고 있는 동안 내내 그녀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녀가 생태여성신학을 강의하고 유약한 페미니스트라는 둥 그런 식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읽는 동안 나를 들여다보게 하고 여러가지로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까다로운 책이었기 때문에... 다만 지금이나마 극단적 페미니즘 신봉자에게 반감이 있었던 나에게 아름다움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고마운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대하게 되면 이런 느낌이 전해져 올지 모를 일이지. '한번 읽어보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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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개의 거짓말
라픽 샤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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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한개도 열개도 아니고 1001개씩이나 살아온 날 거짓말 한걸 합하면 이만큼 될까요.. (넘겠다.소소한것 까지 합치면.^^;;) 천일야화의 본거지가 고향인 작가는 아랍의 모르가나를 배경으로 사딕(='진실'이란 뜻이래요)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아이러니하게 사딕이란 이름을 지닌 주인공은 거짓말로 이야기를 해주기에 타고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랍니다.

어느날 모르가나로 온 정직한 서커스단에 매혹된 사딕은 그곳에서 이야기해주는 공연을 합니다. 사딕의 수많은 친척들과 이웃의 이야기는 거짓말로 과장되기도 하고 재밌게 단장을 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너무 너무 황당해서 오히려 진실같은 이야기가 매 장마다 펼쳐지는데 과장되었다고는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는 사람향내나는 이야기들었습니다. 아랍사람들의 독특한 습성도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소설속에 사딕과 서커스단 사람들간의 우정과 사랑이 안정된 배경으로 깔려있던 것이 읽기에 편안함을 주었던 것도 같습니다.

숨차도록 거짓말이 등장했다면 끝없는 진실함도 함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거짓말도 없었고 진짜도 없었습니다. 그냥 '있음'이 있었다고 할까요..^^ 마지막장의 이야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진짜 메세지가 담겨있는 것이 아닌가 했거든요. 1등을 위한 스포츠전쟁으로 비유한 그는 대안경기로 '인간적인 경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한 마지막 거짓말이라고 할까요. 기록조차 없는 그 멋진 경기는 천천히 하는 경기, 느리게 하는 경기 일 뿐 아니라 모두가 메달을 나누어가지는 평화롭고 공평한 경기이기도 하지요..우리가 이기기 위한 하는 짓들을 마음껏 비웃어주고 있습니다. 진짜 정신은 온데 간데 없어져 버렸으니까요.^^물론 느리게 경기에 임하기 위함은 새로운 경쟁이 되어 그 '인간적인 경기'마저 얼룩지게 하지만 말입니다...

옛날 이야기가 듣고 싶을 때 있잖아요..옛날 옛적엔 말이지..하며 시작되는 따뜻한 이야기..그런 얘기 생각날때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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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의 기억
크리스티나 슈바르츠 지음, 공경희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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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행가기전에 감상문을 올렸어야 했는데..역시 마음먹을때 안하면 어그러지기 쉬운 것 같아요..지금 기억을 떠올리며... <루스의 기억>은 마치 영화한편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 사건의 마지막을 다 알려주고 그 사건정황을 풀어나가는 소설이거든요. 화자가 계속 변하고 시간단위도 뚝 뚝 끊어져서 전개되는 터라 긴장감이 있어 읽기에 흥미로웠습니다.

아만다와 그의 여동생의 딸 루스... 고향 호수에 빠져죽은 아만다의 여동생 마틸다, 그리고 아만다와 마틸다의 어린딸 루스의 동거이야기.. 아만다가 끝까지 숨기고 싶어했던 마틸다의 죽음에 대한 비밀.. 사건모티브가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설구성이 독특해서 매우 재미있어졌다고 할까요..

기억이란 무얼일까..고민해보게 합니다. 어떨땐 확실히 보고 확실히 듣고 기억한 것일지라도 그 '기억하기'가 억압되면 곧 흐려지거나 새로운 형상이 덪입혀지거나 아니면 잘려나가기도 하니까요... 기억속에 진짜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 <루스의 기억>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단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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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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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폴 오스터 작가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먹고 살기 위한 글쓰기를 예쁜 말 '빵굽는 타자기'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는 길다고 할 수 없는 자신의 작가인생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젊은 날의 닥치는대로 글쓰기.. 때때로 글을 쓰기 위해 다른 직업에도 종사해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써야 한다는 것 종종의 행운이 없었다면 연명하지 못했을 상황을 얘기해 주고 있다..

선택하는 것이 아닌 선택되어지는 것이 작가라며 험한 길을 걸어야 하는 숙명을 측은해하는 듯하면서도.. 구김없는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사실은 이 책 뒤에 실린 그가쓴 세편의 희곡이 더 인상적이었다. 중얼거리면서 소리 내서 읽으면 더 실감난다.. 물론 대박을 꿈꾸며 철없이 덤벼들었던 장난감 아이디어 액션 베이스볼게임 설명과 카드그림이 실린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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