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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을 직접 보지 못했다. 죽음은 막연하게 대개 두렵거나 나와는 관계없이 아주 먼거라고 생각해 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지도 못했고 장례식장에서 의례하는 인사정도로만 느껴졌으니 말이다. 리버보이를 읽으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그리고 죽음은 끔찍하고 무서운 것이 아니라 강물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편안하다는 것을 알았다.
유유히 물의 흐름을 느끼며 수영하는 제스. 그 옆에서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심장이 아파 쓰러진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고집을 부려 할아버지의 오랜 고향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짓궃은 눈과 웃고 있는 입매, 고집불통이던 성격, 심술궃은 유머감각을 가진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제스의 따뜻함이 곳곳에 묻어 있다. 무뚝뚝하고 고집스럽지만 손녀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주는 할어버지.
별장 근처의 강의 흐름과 뭔가 알수 없는 존재인 리버보이. 책을 모두 마칠때까지 서서히 드러나는 리버보이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죽음과 삶을 생각해 보게 한다. 옆에서 싫은 내색없이 돌보는 아들에게 냉정했던 할아버지. 마지막 순간에 할아버지와 아빠의 마음은 통했다.
"사람의 일생을 보는 것 같지?"
"일생이라고?"
"강은 여기에서 태어나서, 지신에게 주어진 거리만큼 흘러가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곧게 때로는 구불구불 돌아서,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바다에 닿을 때까지 계속해서 흐르는 거야, 난 이모든 것에서 안식을 찾아"
"어떻게?"
"강물은 알고 있어. 흘러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기든, 어떤 것을 만나든 간에 결국엔 아름다운 바다에 닿을 것임을. 알고 있니?"
"하지만 죽음은 아름답지 않아."
"아름답지 않은건 죽음이 아니라 죽어가는 과정이겠지."
"삶이 항상 아름다운 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도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 거야. 그래야만 하닌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난 그 모습을 볼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p192~193)
그렇다. 그녀는 괜찮아 질것이다. 지금은 괜찮지 않지만, 그리고 한동안은 괜찮지 않겠지만, 언제가는 괜찮아질 것이다. 그녀는 엄마와 아빠처럼, 특히 아빠가 그렇듯이 깊은 슬픔에 잠길 것이다.
그 슬픔은 깊고, 그것이 일으키는 아픔을 클 것이다. p227
할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까지.. 아빠 역시 슬퍼할수 있을 만큼 슬퍼한 후에는 다시 마음을 추수를 것이다. 울어야 할 순간에 울음을 참으면 병이 난다. 그 시간을 충분히 누린다면 모든것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서로에 대한 추억이 있으니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힘이 될 것이다.(p231)
또 다시 삶은 계속될 것이다. 고통스러울 필요는 없었다. 단지 때가 되면 누그러질, 건강한 슬픔만이 있을 뿐이었다. (p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