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고백 반달문고 32
서정오 지음, 오윤화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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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럴 줄 알았지."

이건 내가 어머니한테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들어서, 이제 어머니 얼굴만 척 봐도 저 말이 나올 줄 압니다. 이 말을 할 때 어머니 얼굴을 보면, 눈은 사납게 흘기면서도 입은 비죽비죽 웃지요. 그러니까 꾸지람과 놀림이 섞인 표정이랄 수 있습니다. 말투만 들어도 꾸지람 쪽인지 놀림 쪽인지 알 수 있는데, 이를테면 맨 앞 '내' 자에 힘을 주어 '내에'처럼 말하면 꾸지람 쪽에 가깝고 맨 끝 '지'자를 길게 뽑아 '지이'처럼 말하면 놀리는 쪽에 가깝습니다. (11쪽-[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중에서)

ㅎㅎ 집요한 표정묘사가 재미있다. 아이가 엄마의 얼굴을 읽어내는 것도 엄마가 그런 생각을 하고 표정에 나오는 것 역시 자세하고 재미있게 그려진다. 이건 아마 아이들도 엄마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남음이 있는 상황일 것이다. 아이의 마음으로 봤던 나역시 지금은 엄마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되니 둘다 이해가 되며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아이에게 삐죽거림과도 닮아있다.

원치 않게 자꾸 말썽을 부리게 되는 아이. 말썽이라기보다는 설거지를 돕다가 유리그릇을 깨뜨리질 않나, 국물을 엎지르는등, 예기치 않게 말썽을 부리는 아이가 되고 말았다. 그런 아이에게 선생님이나 어른들은 또 너냐? 는 식으로 대하고 아이는 그것이 마음 아플 뿐이다. 일부러그런것도 아닌데 자꾸 벌어지는 일들이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그런 아이의 심정을 아주 잘 그려냈다.

[겁쟁이도 뿔난다]는 사촌지간인 형제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못된 동네 6학년 형이 둘을 따라오며 싸움을 붙인다. 여자아이들을 때리고 오라고 시킨것이다. 그 말에 나는 뽀르륵 달려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사촌이자 친구인 영구는 그러지 않았다. 그후로 6학년 못된 형은 영구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 괴롭힘의 끝은? 아이들에게 충분히 일어날법한 아니 인간들에게 충분히 벌어질법한 문제다 나라면? 그리고 너라면?

[괴물이 떴다]는 공부때문에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는 아이가 놀이로 인해 아이다움을 찾아갈수 있다는 이야기. 이야기는 간단하지만 자신의 얼굴이 괴물로 변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속을 잘 풀어내고 있다.

무엇이 나를 멀쩡한 모습으로 되돌려 놓은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슨 별난 일이 일어난 적은 없는데 말이지요. 글쎄요, 굳이 말을 하자면 쉬는 시간에 반 동무들과 이런 얘기를 나누긴 했습니다.

"얘들아, 오늘 학교 마치고 놀자."

"나 학원 가야 되는데......"

"시험도 끝났는데 뭐 어때?"

"좋아, 학원 빼먹지 뭐."

"뭘 하고 놀까?"

"아무거나. 그냥 신 나게 노는 거야!" (54쪽-[괴물이 떴다] 중에서)

[나는 두 표 반장]은 문제가 있을때마다 즉각 즉각 이야기하는 조용히 있는 아이들에 비하면 피곤한 아이의 이야기다. 그런 아이가 왜 피곤할까? 그냥 흘러갈일도 꼭 꼬투리를 잡는 아이라 피곤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과연 그것은 그 아이의 문제일까? 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야기 끝부분을 보니 그 아이의 미래가 그려지는듯하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인 [착하게 살기는 힘들어]. 착하게 살고자하는 아이에게 시련은 한없이 다가온다. 정말 착하게 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걸 보여준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없어 보이는 아이들이 오히려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걸 어른들은 모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작가는 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 역시 그런 사실을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 것인지에 되묻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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