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방스 지방에 사는 어느 목동의 이야기 두레아이들 그림책 7
알퐁스 도데 글, 김영신 옮김, 윤종태 그림 / 두레아이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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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베롱 산에서 양 떼를 돌볼 때에는 몇 주 동안 사람 얼굴이라고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은 양치기 개 '라브리'가 저의 유일한 벗이었습니다. 이따금 몽- 드- 뤼르의 은둔자가 약초를 찾아다니다가 목장 부근을 지나갈 때도 있고, 얼굴에 숯검정이 묻은 피에몽의 숯장수들을 우연히 만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홀로 지내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산 아래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무척 순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우리가 이미 많이 들어 알고 있던 글에 아름다운 그림이 함께 하고 있다. 몇 주 동안 사람 얼굴이라고는 거의 볼수 없을 정도로 한적한 산속 마을. 그곳에 2주에 한번 다녀가는 사람들이 있다. 꼬마 미아로와 노라드 아주머니. 보름치 양식을 들고 노새를 타고 올라온다. 사람 없는 곳에서 외로이 보내는 양치기는 그 두 사람이 반갑기만 하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온갖 소소한 일들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누가 결혼을 하는지, 세례를 받았는지 등등의 소식을 전해듣는다.

그 중에도 양치기가 제일 듣고 싶은 이야기는 이 지역에서 제일 예쁜 스테파네트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 하여튼 어디가나 어여쁘고 잘생긴 사람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나역시 뭐 허우대 멀쩡한 사람들이 싫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 아가씨의 모든 일거수 일투족이 궁금하기만 한 양치기. 양치기는 아줌마가 들려주는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감을 느낀다.

너와 이루어질수 없는 사람인데 뭐가 궁금하냐고 묻는 말에 양치기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란다.

"나는 이제 스무 살이고,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분이니까요."

그러던 어느 일요일 그 날도 어김없이 보름치 식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날과 달리 늦어 아마도 특별 미사가 길어져 그러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정오 무렵에는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쳐 아마도 오늘은 오지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잠시후 다행스럽게 날은 개고 항상 오던 미아로도 노라드 아주머니도 아닌 누군가가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그렇게 꿈에 그리던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노새를 타고 식량이 가득 담긴 버들바구니는 가지고 올라오고 있었다. 꿈에라도 일어나지 않을법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양치기의 마음이 얼마나 두근반 세근반 떨렸겠는가? 미아로도 아프고 노라드 아주머니는 자식들 집으로 휴가를 가셔서 아가씨가 직접 올라왔는데 오다가 길을 잃어서 늦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길을 헤메느라 지친 아가씨가 무도회에 들렀다 오느라 늦는 것 같을 정도로 아름답다면 양치기의 마음이 어떤지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겨울이면 양 떼를 몰고 마을로 내려가 저녁을 먹곤 했는데 그곳에선 눈길 한번 주지 않던 거만한 자세의 아가씨가 왔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웠겠는가. 그렇게 상상할수 없는 기쁨을 만끽하게된 양치기와 아가씨의 만남. 그 만남은 누구라도 공감할만한 사랑스러운 풍경이 그려진다. 이 글은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좋은 글이라 베껴쓰기를 하기도 했다는 말이 떠올라 더욱 눈여겨 보게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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