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동화는 내 친구 65
필리파 피어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고경숙 그림 / 논장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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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파 피어스의 단편집. 역시나 필리파 피어스는 독특함이 있다. 그 독특함이란 일단 겉치레가 없다. 아이들이 착해져야 한다든가 무언가 극적인 효과보다는 아이들의 일상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그려낸다. 한 단면을 콕 찝어낸듯한. 아이들의 일상적인 심경변화를 그대로 만날수 있다. 어른들도 보통 동화속에서 만나는 꾸며진 어른들이 아니라 아주 솔직한 어른들이다. 이웃을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아이들의 마음과는 아랑곳없이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을 판단하는 모습들이 거침없이 그려진다.

[운 좋은 아이]에서 팻이 옆집아이 루시를 데리고 모험을 떠났다가 버스를 타는 장면에서도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다. 팻은 혼자만의 완벽하고 멋진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옆집 루시가 나타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자신은 이미 좀 위험하지만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완전 무장을 했지만 루시는 그렇지 못하다. 그런 루시를 집 앞에서 만나게 되고 루시가 따라나서는 바람에 팻은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 팻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루시 엄마가 나타나더니 루시에게 샌들을 가져다주고 가게에 갈거면 돈을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하는수없이 팻은 루시를 데리고 가게된다. 온전히 마음껏 자유를 누리지 못한것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마침 버스안에서 이웃을 만나게 된다. 물론 버스비가 없어서 그냥 내려야하는 상황에 이웃이 도와주긴 했지만 팻이 루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며 루시 엄마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말을 거침없이 뱉어내는 어른을 보는 팻은 얼마나 속상했겠는가.

어린시절 미장원에 혼자 갔던 일이 생각난다. 미장원에 머리를 자르러 혼자 갔는데 그것도 사실 용기를 내서 간 거였다. 워낙 혼자 다니는 걸 그닥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다. 마침 미장원에는 사람이 없어서 기다리지 않고 금방 자를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미장원 아줌마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손님인 내가 왔으니 금방 끊겠지 싶었는데 왠걸? 전화를 절대 끊지 않고 한도끝도 없이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고 난 어찌나 분노했던지...그냥 미용실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버렸던 적이 있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를것이며 어른처럼 격식을 갖추지 않았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어른들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필리파 피어스는 너무나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 이웃 이야기] 의 어른들은 마치 나를 보는듯하다. 이웃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 그리고 옆집에 구질구질한 딕이라는 아저씨와 부부사이가 그닥 좋지않은 아니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대하는 이웃. 이웃집 할아버지는 어디선가 버림받은 눈이 먼 개를 몰래 돌봐준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고 할머니는 치를 떨며 당장 개를 내보내라고 화를 내고 그런 할머니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개를 내모는 할아버지. 그렇게 쫓겨난 개를 거둬들이는 이웃의 구질구질한 딕 아저씨. 딕 아저씨가 개를 데리고 가자 화풀이로 돈을 몰래 훔쳐가는 할아버지. 실제 어른들은 이런 모습이고 그런 모습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 역시 그런 모습에 자연스럽게 동화되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기에 좀덜 이기적이고 좀덜 냉정하다. 그런 아이들의 섬세한 심리를 잘 읽어내고 잘 끄집어내는 작가의 능력에 많은 사람들은 이 작가를 사랑하게 된다.

이 두 이야기 이외에 [한밤중에] 나 [프레시]등도 작가만의 강점을 충분히 느낄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큰 결단을 보여주고 대단한 결말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의 잔잔한 일상속에서 요동치는 잔잔한 심리 변화를 만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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