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둑 벨루토
실바나 단젤로 글, 안토니오 마리노니 그림, 이현경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표지만 봐도 가치가 느껴지는 무언가 난 다른책들과는 질이 달라~~라고 말하는 듯한 그림책.

제목도 마음에 든다. 이상한 도둑 벨루토. 일단 이상한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무언가 새롭다는 느낌이 팍 다가온다.

이름도 우아한데? 벨루토.

내지를 보면 무언가 알려주고픈 그림속의 정보를 알려주고픈 갈망이 깃들어있다. 아바알도의 유리종, 루이즈 부르주아,아킬레카스틸라모이놔 자코모 카그틸리오니 얼레? 등등. 예술적인 작품들과 함께 그 작품의 제목과 만들어진 연도를 알려주는 듯하다.

 

도둑들 사이에서 꽤 유명하다는 벨루토. 뭐 도둑들 사이에서 유명하니 도둑이 아닌 우리가 벨루토를 모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글이 아주 멋지다.

 

도둑질할 집에 바람처럼 들어가 모래 위에 부서지는 파도처럼 슬며시 숨어든다. 내가 고른 집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나에게 이렇게 말할 게 틀림없다. "벨루토 씨, 드디어 오셨군요. 방문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얼마나 당신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내가 도착하면 호의적이고 친절하게 재빨리 문을 열어 줄 게다. 그렇다, 집들은 내게 아무것도 속이지 않는다. 나는 가장 적당한 시간, 적당한 계절을 선택할 줄 안다. 나는 한밤중에 찾아가는 걸 좋아한다. 특히 늦봄이 좋다. 바로 그 무렵, 집 냄새가 꽃향기처럼 강렬해지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이건 정말 서정적인 그림책임에 틀림없다. 그림도 그렇고 글도 아주 포근하고 따뜻하고 우아하다. 헉~도둑이 나오는 책인데? 물론 도둑이 나오지만 이건 책이니 실존인물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아름답다고 말해도 위험하지는 않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래도 도둑이지만...

 

벨루토는 도둑 중에서도 아주 우아하고 맵시 있는 도둑이다. 자신의 일에 대한 소신도 아주 투철한. 벨루토는 그날 아침 누군가를 보게 되었고 그 집에 도둑질을 하러 들어가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 벨루토는 그날 밤 그 집으로 스며든 것이다. 그 가족은 평화로운 저녁을 맞이하고 있고 벨루토라는 유명한지 무명인지의 도둑이 들어온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벨루토는 바람처럼 공기처럼 그 집에 스며들어서 가족들의 움직임을 찬찬히 보고 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그 집여주인의 이름인 전직 발레리나인 코린느라는 여인을 아침에 만난것이다. 물론 그녀는 벨루토를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녀의 집은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득하다. 벨루토는 그녀에게서 행복한 가정의 냄새가 물신 풍겼기에 뒤를 쫓아오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 집에 대한 설명이 아주 사랑스럽고도 자세히 그려지고 있다.

 

행복한 집은 아늑하다. 창문을 넘자마자 가구를 광내는 데 사용한 호두 기름 냄새가 강렬하게 풍겼다. 속옷을 넣어 둔 서랍에선 라벤더 향이, 그리고 마룻바닥을 닦을 때 사용한 묽은 알코올 세제 냄새가 났다. 이 모든 냄새를 압도하는 건 기분 좋고 친근한 나무 냄새다. 지금 내가 이런 냄새를 찾는 건 아니지만, 이 방에서 나를 가장 기분 좋게 해주는 건 이 냄새다. (본문중)

 

벨루토의 도둑 철학이 극명하게 들어가있다. 벨루토가 보통 수준의 도둑은 아니라는 걸 알수 있는 재미있는 그리고 아주 친절한 대목들이다. 벨루토는 그 가족이 맞이하는 저녁을 조용히 눈여겨 보다가 여주인의 남편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이야기속에 나오는 유령에게 혼쭐이 나 그만 그 집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책은 밤마다 책을 읽어달라고 책에 중독된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위해 밤마다 그닥 재미없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이 버거워진 부모들에게 예술적인 감각이 물씬 풍겨나는 사랑스러운 그림책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지 않을까? 아이들은? 아이들 역시 이러한 사랑스러운 그림책을 접하면서 자란다면 삶이 더욱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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