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래 문학동네 동시집 22
권정생 지음, 김동수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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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시집은 1964년 권정생 선생이 직접 엮고 꾸민 [동시 삼베 치마]를 총 9부 98편의 시 가운데 42편을 추려내 실었다. 그림도 그렸다고 하는데 그 이 책에는 김동수 작가가 그림을 그려놓았다. 시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그림을 그린 작가가 부럽다. 이렇게 귀한 책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릴수 있는 작가라니 말이다.

 

열다섯 전후의

어릴 적

 

억이랑 주야랑

내 이웃들

 

재미있게 여기다

적었습니다.

 

열다섯 전후의

어릴 적

 

그때의 생각은

어땠을까?

 

슬픈 일 기쁜 일

많았습니다.

    

                                      1964년 1월 10일 권정생

 

이 시를 보면 시란 정말 어려울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일상을 재미있게 아니 재미있게라는 어려운 표현보다는 그저 따사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려내기만 해도 삶이 얼마나 화사하고 풍요로운지를 느끼게 만들어 주는 글이다.

 

감자떡

 

숙이 아빠도 감자떡 먹고 컸고/ 숙이 엄마도 감자떡 먹고 컸고

그래서 숙이 엄마랑/ 숙이 아빠 얼굴이/감자처럼 둥굴둥굴 닮았어요

숙이랑, 석아랑, 인구도/감자떡을 좋아하지요

그래서 모두 감자처럼/둥굴둥굴 예뻐요.

 

감자떡을 닮았다는 둥굴둥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따스하게 담겨있다.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둥굴둥굴했었는데 요즘은 많이 길쭉길쭉해졌다. 그리고 또 그게 미의 기준이 되었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세태에 아랑곳없이 이렇게 따스하고 담백한 시를 보니 기분이 방그레 좋아진다. 그림역시 담백하고 동글동글한 얼굴들이 두둥실 떠있는것이 절로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골목길

 

울퉁불퉁 골목길/ 바우네 아빠가/ 소 등에 거름 싣고 가고/ 탈싹탈싹 소가/ 똥을 싸 놓고

바둑이 검둥이가/ 꼬리 치며 뜀박질하고

명희가 무우 나부랭이 들고/ 엄마 뒤따라오고/ 모두 가고 오고/

해님도 저네 집에 꼭꼭 가버리면

골목길엔 가랑잎 하나/ 도르르 장난질한다.

 

권정생 선생의 시에는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다. 잘난 것도 없고 못난 것도 없다. 모두가 다 자연스럽게 제각기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다. 읽고 있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욕심을 부리고 아웅다웅 하며 살아왔는지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담백하고 자연스러움이 담겨있다. 마지막 구절의 도르르 장난질한다는 가랑잎을 보니 마음 한켠이 뭉클하고 따뜻해진다. 이 작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사실은 아주 중요한 삶의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준다. 그동안 내가 눈길을 주지 않고 째려봤던 그 모든 것들을 다시한번 되새겨보게된다.

 

논두렁 콩 심으시

 

콩아 콩아/빨가숭이 콩아/빨가벗고 부끄럽잖니

요 구멍 속에/꼭꼭 숨었다가/ 옷 해 입고 나오너라.

 

아이가 그런다. 내가 교회를 왜 다니는지 내겐 믿음이 왜 자라지 않고 이렇게 답답하기만 한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런 아들아이가 권정생 선생님의 달콤한 생의 찬미를 만났으면 간절히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풍요롭고 넘치는 욕심으로 가득채워지고 있는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내 안에 또 또아리 틀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시다.

 

시 하나하나를 보다보니 내 속에 정말 이런 뭉클함이 이런 따스한 바램들이 있었던가? 싶은 생각이 든다. 마치 장욱조의 그림을 보는듯하다. 아주 작은 삶의 찰나를 이렇게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볼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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