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빈리 일기
박용하 지음 / 사문난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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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일상은 궁금하기도 하고 왠지 무언가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빈리 일기...시인의 일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단편영화를 보는듯한 느낌도 들었다. 단편영화를 보면 뭐야? 어쩌자는 거야? 그래서? 라는 의문들이 종종 들때가 있다. 한편으로는 뭐야? 내 얘기랑 너무 비슷하잖아?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누구나 공감할수 있을듯한....그래서 영화를 보면서구석구석에서 문득 킥킥대는 웃음이 나오는 그런 이야기. 얼마전 아는 사람과 술을 마시며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말술을 마시는 아는 여자분(나도 여자분이고^^::)이 자기는 어떤 단편 영화를 보면서 자기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해서 너무 창피하기도 했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누구나 공감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리라.

 

이 책 역시 그런 일상들을 담아내고 있다. 술을 마신 이야기. 술을 너무 마셔서 술을 좀 적당히 마셔야겠다는 이야기. 삶이 너무 권태롭기도 하고 이렇게 살지 말아야지..하는 그런 일상속에서 느끼는 자질구레한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아내가 집을 비우자 그 꼴이 보기 싫어 자신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약속을 잡아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는 이야기들. 그런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속에 담겨 있는 진실들을 시인의 고백들을 만날수 있다.

 

예전에 작업실을 하면서 작업실 옆방에서 서예학원을 하시는 나이드신 선생님과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참 나로서는 처음있는 희한한 여행이었다. 그분 친구가 경기도? 어딘가에서 도예를 한다고 하셔서는 우리도 같이 여행삼아 갔던 적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그 친구분이 내 친구를 너무 좋아해서는 내 친구 다리를 열심히 더듬던 추태를^^;;;; 정말 당황스럽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던 경험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가는 멋있기만 한줄 알았는데 음....역시 예술가도 한낱 아무것도 아닌 인간일수도 있구나...라는 뼈저린 깨달음을 얻었던 시간이었다. 그외로는 즐겁고 멋진 시간이었다. 시골에 있는 멋진 집. 그리고 도예방을 구경하고 그 곳을 직접 운영하는 분과 즐거운 시간들. 그 오래된 추억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오빈리라는 곳에 가면 아~~여기가 바로 그 오빈리라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책속에서 보았던 사소한 이야기들이 생각날 것이고 그곳에 살고 있는 누구누구를 눈으로 괜스리 찾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그 누군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가끔 시누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 언니도 경기도나 시골 어딘가에 카페를 열고 그림도 전시하고 그러고 싶지 않느냐구 우리(남편과 나)보고 그렇게 해보라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나는 그런 쪽과 거의 거리가 먼데도 시누는 그렇게 가끔 나에게 꿈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보니...정말 그래볼까? 라는 생각이 잠시 스치고 지나간다.

 



 

나는 어느덧 세상을 믿지 않는 나이가 되었고

 

이익 없이는 아무도 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이익 없이는 아무도 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부모형제도 계산 따라 움직이고

마누라도 친구도 계산 따로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게 싫었지만 내색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고

너 없이는 하루가 움직이지 않았고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

내일이면 마흔 일곱이 된다. 쉰을 향해 가는 내 인생. 가망 없는 대한민국에서 나이만 한 살 더 썼다.

 

나는 죽음이 언제나 내 목을 조르는 것을 느낀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든 죽음은 나를 따라다닌다.

................몽테뉴

 

....................본문 35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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