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아해들
김종광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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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과 외국소설은 다른 점이 있다. 일단은 한국소설은 내 입맛에 맞는다는 것이다. 외국소설은 내가 가 본곳도 아니고 문화적인 차이가 많아서 그런지 한번 읽어서는 그들의 정서가 아리송 할때가 참 많다. 그러나 한국소설은 한번만 읽어도 아~~이거구나..아~~저거구나..하고 사건의 전말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그리고 특히 김종광 작가의 책은 더더욱 그런 듯하다. 쉬운듯 하면서 쉬운 말들속에 인생이 담겨져 있다. 꼭 어려운 말들로 배배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일상적인 일반적인 서민들을 다루고 있기에 더욱더 감칠맛이 난다.
 처음의 아해들이라는 김종광의 이 소설에는 단편소설들이 몇 개 들어있다. [세족식] [당장, 나가버려!] [처음의 아해들] [옷은 어디에?] 등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마지막부분에는 김종광 소설들에 대한 해설을 해주고 있어서 앞 부분에서 놓친 부분들을 머릿 속에 한번 더 정리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있다.

  [세족식]의 첫 부분을 보면 이렇다.

 

나이깨나 먹은 남자의 왼손이, 갓 스물쯤 뵈는 여자의 오른발을 붙잡고 있었다. 목 짧은 남자는 하얀 와이셔츠에 분홍색 줄무늬 넥타이를 맸다. 남자는 안경을 썼고 두 눈을 치켜 떴다. 남자의 묘한 시선은 여자의 발이 아니라, 정확히 여자의 가슴깨에 꽃혀 있었다. 행사용 의자에 앉은 여자는 약간 고개를 숙여 남자의 훤환 이마께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활짝 웃는- 하지만 좋아서인 듯도 하고 간지러워서인 듯도 하고 쑥쓰러워서인 듯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본문 11쪽에서

 

 라고 시작을 하고 있다. 세족식의 한 장면을 자세히도 사진을 보고 찬찬히 드려다 보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 세족식 사진이 담긴 기사를 보고 학원원장은 기발한 생각이라고 말하면서 자기 학원도 그렇게 세족식을 해서 기울어가는 학원 분위기를 쇄신하자고 한다. 그 말에 선생님들마다 다른 생각으로 다른 말들을 한다. 그런 상황들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 사진은 대학이 이미지 마케팅을 하려고 만든 이벤트였고 진단평가로 서열화된 학원의 문제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당장, 나가버려!]는 '문학과 인생'이라는 교양 강의 시간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60을 바라보는 노년의 강사와 그리고 그런 강사와는 달리 젊은 학생들의 수업시간의 태도들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다. 교수의 학생들을 바라보는 심리라든지 그런 심리에 개의치 않고 만판인 요즘 학생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보는 내내 내가 교수라도 정말 무지 열받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대학 다닐때 어떤 교수님이 계셨는데 밖에서 빵빵~~하고 차가 경적을 울린 적이 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교수님 하시는 말씀...

 "저런 놈들은 총 한방 쏴줘야해!!" 라는 말을 해서 기겁했던 기억이 난다. ^^;;; 교수님이 글을 써서 제출하라고 하는 대목에서 학생들이 못알아든는 것을 보면서 정말 요즘 그런 아이들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해설을 보면 떠드는 학생들도 싫지만 침묵과 훈계로 학생들과 승강이를 하는 교수도 싫었다는 말을 한 학생의 입을 빌어서 하고 있는데 정말 그렇게 완전히 학생들을 무시하는 교수님도 생각이 난다.

 이 책의 큰 제목을 장식하고 있는 [처음의 아해들]은 한 선생님이 이십 년전 처음으로 만났던 학생들과의 모임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술자리를 갖으면서 그 속에서 여러 이야기들을 오가는 것이 단편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졸리지 않고 술술 넘어가는 책이었다. 장편인 경우 가끔은 졸면서 보는데 말이다. 표지의 그림과 김종광 작가의 글이 편안하게 아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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