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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가와의 대화 - 노벨문학상 작가 23인과의 인터뷰
사비 아옌 지음, 킴 만레사 사진 / 바림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노벨문학상 작가와의 대화
˝노벨문학상˝이라고 익히 알려진 세계문학상을 대표하는 이 문학상은 보통의 문학상들이 특정 작품에 대해 수상하는데 반해 작가에게 주는 상이다. 그래서 ˝노벨문학상˝에는 문학상 수상‘자‘ 목록만 있을뿐 수상‘작‘ 목록은 없다. 작년 2019년도 문학상 수상자는 페터 한트케로 대표작은 ‘관객모독‘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은 수상한 그 해, 매년 화제가 된다. 또한 그들의 작품들은 당연하고 그들의 문학성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작가가 걸어온 삶에 주목하게 된다.
<노벨문학상 작가와의 대화> 또한 이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문학작품 이외의 작가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내용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우리 시대 문학의 대가들이 걸어온 삶과 신념, 가치에 주목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은 문학상을 수상한 연도에는 정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매년 노벨문학상은 거의 빠지는 일 없이 수상되기에 년도가 바뀌면 자연스레 새롭게 수상한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지게 되기를 마련이다. 그렇다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역대 수상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서 출발하였다.
이 책은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23인의 인터뷰를 다룬 책으로 오래된 기념서처럼 진한 갈색 바탕에 역대 수상자들의 흑백사진이 실린 표지가 인상적이다. 토리 모리슨부터 헤르타 뮐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도리스 레싱,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주제 사라마구, 가오 싱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귄터 그라스, 오엔 겐자브로, 데릭 윌콧, 오르한 파묵, 다리오 포, 나기브 마푸즈, V.S. 네이폴, 임레 케르테스, 존 맥스웰 쿠체, 토마스 트라스트뢰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장-마리 구스타프 르 클레지오, 파트릭 모디아노, 윌레 소잉카, 나딘 고디머까지.
작가들은 인간적인 것들을 자신의 문학으로 가져간 인물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돈이나 명예, 사회적 특권이나 삶의 안위보다 우선으로 삼고 있다.
문학작품을 통해 알게 된 23인의 작가들의 생생한 삶의 형태들이 흑백사진을 통해 망막에 맺힐 때 그 감동과 설렘이란 결코 문학작품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만약 이 책이 단순한 어느 제한된 공간에서의 인터뷰를 모아 엮은 책이었다면 이 책은 단순히 잡지에 실린 신문기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허나 이 책은 실제로 작가들이 거주하는 집을 방문하고 작업실 뿐만아니라 주방까지 세세하게 관찰하고 포착하여 그들의 삶의 순간들 안에서의 대화를 담아냈기 때문에 식상하게도 지루하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자는 10 여 년의 세월 동안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23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삶의 모습들을 포착하고 대화하여 문학 분야의 거장들의 이야기가 좀 더 촉각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라는 타이틀을 넘어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 경험하게 되었고 유형화된 질문들과 대화가 아닌 인터뷰에서 작가들 자체를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저자 사비 아옌과 킴 만레사가 수상자 23인을 ‘반란‘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한 것처럼 이 책에서 보여준 평범한 삶의 형태들에 사회, 정치, 인도적으로 독창성을 보여준 23인의 각기 다른 ‘다름‘이 정치적, 종교적 신념을 넘어 예술가로서 존경하게 되었다. 세계문학계의 거장들의 예술적 독창성은 어디서 기인되는가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작가들은 하나같이 독창적이다. 그들은 대부분이 사회적으로 정치적인, 혹은 인도적인 이유로 현실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의 작품은 언어의 보편성을 가지면서 이 사회에 주도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그들은 정치적 신념을 넘어, 예술가로서의 마지막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