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역사
자크 엘리제 르클뤼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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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선 시끌벅적한 도시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지평선 너머 울퉁불퉁한 봉우리들이 치솟은 높은 산으로 향했다. 앞으로 뻗은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그러다 해가 지면 뚝 떨어진 시골 여관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에 질려 버린 상태였지만, 혼자 걷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새들의 울음이 구슬프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시냇물 소리와 깊은 숲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웅성거림도 더 이상 치열하게 들리지 않았다.









‘산‘이란 존재를 생각하면 왠지 모를 웅장함과 장엄함이 떠오른다. 그리고 왠지 모를 친숙함이 떠오른다. 전자는 아마 히말라야같은 산을 떠올릴 때 느낌일 것이고, 후자는 아마 동네 뒷 산을 떠올릴 때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이 두가지 상반된 이미지 모두 ‘산‘의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평소 산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종종 산행을 떠날 때 ‘산‘ 자체가 주는 그 치유력을 경험한다. 정상에 올라 산 아래를 바라보는 기분이란... 정말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이 다 아무것도 아닌 느낌이다.









이 책의 저자 자크 엘리제 르클뤼는 1830년 프랑스 지롱드에서 태어나 1905년 벨기에에서 사망하기까지 방대한 19권의 [세계인문지리]서를 펴내 현대인문지리학의 선구자로서 지정학, 역사지리학, 사회지리학 등의 많은 영향을 끼쳤다. 또한 그는 환경문제를 중시하는 생태학 이론과 운동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실제로 그는 채식주의를 실천했고, 개인의 자유 및 모든 제도의 억압에 반대하는 아나키즘(무정부주의) 사상하였다. 또한 ‘자유 동거‘와 ‘여성참정권‘ 등 페미니즘 사상에도 선구적 주장을 펼친 당대를 주도적으로 이끈 선구자였다.









이 책, [산의 역사]는 엘리제 르클뤼의 많은 저서 가운데서도 정권의 핍박을 받고 스위스 산골에서 망명 시절 집필한 저서로 당시에도 아주 큰 반항을 일으켰을 정도로 산을 주제로 하면서도 지리, 자연, 인간의 세 역사를 두루 다란다. 이 책은 그의 3대 걸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며 20세기 사상사에 중요한 고전으로 여전히 회자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지리학을 다룬 줄 알았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산의 모습 속 미처 알지 못한 일면들을 마주하게 된다. ‘깊은 산속으로 사방에서 빨려드는 수많은 작은 골짜기는 무수한 가지로 나누어지다가 또다시 가냘픈 잔가지로 나뉘는 나무들과 비슷하다.‘ (22페이지)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밑바탕으로 피레네 산자락부터 프랑스 정부의 고원, 독일, 스페인 북부와 스위스의 산악까지 산을 오르내리면서 저자가 느꼈던 순간순간들의 감정이 묻어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지리학적으로 산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대륙의 산맥과 마을 주변의 산들까지 그 존재 자체로서 주목하고 이를 보여준다. 그래서 산도 또하나의 유기적인 존재로서 자연 더불어서 인간과 함께 성장하였다는 것을 드러낸다. 저자는 인류에게 있어서 산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보여주며 자연물로서의 산을 넘어서는 ‘산‘이 지닌 의미를 조명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문지리와 더불어 종교적의미로서의 산을 조명한다. 또한 신화의 세계에서 산을 역사의 세계로서 끌어오며 산을 이해하고 파헤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산‘이란 존재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인류의 이기심으로 산림이 훼손되고 다시 그 결과가 메아리처럼 되돌아오는 이 시대에서 다시금 거대한 자원으로서 산이 아닌 인류와 함께 해온 ‘산‘이라는 존재 자체를 기억하게 한다. 산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한다는 역자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서 우리를 소중히 여기듯 산을 아끼고 일방적인 악탈이 아닌 공생을 깨우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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