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황의건 지음 / 예미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9쪽

우리 엄마의 이름은 메주, ‘사메주‘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게 엄마의 본명이다. 한때, 엄마는 자신의 이름을 ‘사서영‘이라 개명까지 했지만 여전히 학창 시절 ‘옥딸메‘라는 별명이 개명한 뒤로도 엄마의 인생을 지배했다. 엄마는 이름과 달리 참 예뻤다. 누구나 자기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하겠지만, 나보다 더 젊은 사진 속 엄마는 같은 여자가 봐도 미모가 아주 출중했다.


- 139쪽

천사의 날개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저 딱 한번 스치듯 만나 사랑을 나누었을 뿐인데 살면서 나는 그녀를 잊지 못했다.내게 그녀는 성적으로 매우 강렬했던 것만큼이나 인간적으로도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그리고,찔레를 구해주던 날 새벽,그녀를 극적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번에 또다시 그녀가 내 인생을 그냥 스치고 지나가게 놔둘 수 없었다.




이 소설은 주인공 사샘이 엄마의 마지막 문자를 받게 되면서 시작된다. 사샘의 엄마 사메주 일명 옥떨메라 불린 그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사샘은 엄마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자신의 남매를 맡긴 파주 할머니와의 간장, 된장을 만드는 기억을 떠올린다. 별 것 없었지만 평생 외로웠던 그녀에게 가족이라는 따뜻한 추억을 남긴 기억. 이 소설의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첫째, 장녀醬女라는 의미는 장을 담그는 여인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둘째, 장녀醬女라는 의미는 색도 맛도 향도 없던 맹물이 장을 담가 오래 숙성되면서 색도 맛도 향도 가지게 되었듯이 주인공 사샘도 오래 시간을 지나면서 성숙하고 성장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사샘은 사랑을 모른다. 그리고 힘들고 외로운 삶을 살아왔다. 사샘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난한 집에 장녀였던 사샘은 생활비를 벌기위해 토킹바에서 일을 하게 되지만 사실 그곳은 성인업소였고 그녀는 엔젤이라는 이름으로 업소에서 최고대우를 받지만 그녀는 곧 예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엄마가 죽은 후 사샘은 엄마의 가게를 정리하고 택배 업무를 하게되고 그 와중에 배송하기 힘든 물건만 주문하는 변태를 만나기도한다. 그리고 어느날 남동생이 성전환 수술을 하고 돌아온다. 사샘을 주변의 인물들을 모두 결핍된 삶을 사는 존재들이다. 주인공 사샘은 오랜시간 가족, 엄마의 사랑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을 남자를 통해 채운다. 하지만 그렇게 욕구에 충실한 방탕한 삶을 살 수록 더더욱 사샘은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애정결핍을 남자를 통해 해소하려하지만 결핍을 채우려 할 수록 점점 더 결핍될 뿐이고 다시 만난 변태 때문에 그녀의 삶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을 저마다의 결핍을 지닌 채로 주인공과 엮인다. 그리고 그런 만남들이 그녀의 삶에서 인연이 되기도 하고 악연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이를 만나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면서 외로움과 결핍으로 점철되었던 그녀의 내면은 성숙해진다. 오랜시간 시간을 품어 숙성되는 장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랜시간 어렵고 힘들더라도 좋은 인연들을 만나 내면을 성숙하게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랑을 믿지 못했던 주인공 사샘의 인연을 만나 성숙한 내면을 갖게 된 이 소설을 읽고 누군가의 가슴에 장 꽃을 피워줄 누군가로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