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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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한 두달 전부터 코로나 여파로 택배주문이 많아지면서 택배를 배송하시는 택배기사님들도 갑자기 물량이 늘어나서 추석때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 힘들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우리 집도 코로나 여파로 밖에서 외식하거나 쇼핑하는 것을 자제하고 택배로 주문하는 것이 더 많아지면서 일주일에 두세번은 택배가 문앞에 와 있다. 그렇다보니 요즘들어 새삼 택배기사님들 덕분에 편하게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함을 깨닫는다. 그런데 가끔 뉴스에 택배기사님들을 상대로 갑질 아닌 갑질을 해서 논란이 되곤하여 속상하고 안타깝다. 그래서 이 책의 소개글을 보고 택배기사인 주인공의 이름이 아닌 지역명인 ‘행운동‘으로 불리는 이야기가 실제 택배기사님들이 이야기같아서 소설에서는 어떨지 궁금하기도하고 ˝택배가 도착하는 순간,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라는 문구와 하드 보일드 소설이라는 뭘지 궁금해서 읽어보고싶었다. 



네이버 사전에서 ‘하드 보일드 소설‘을 찾아보니 1930대에서 1940대 유행하던 미국 범죄 소설 유형의 하나로 탐정소설에 세속적 사실주의 또는 자연주의가 도입된 소설이자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감성적으로 보지않고 간결하고 가감없는 문체로 묘사한 소설이라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현실을 세속적이고 감상을 배제한 채 묘사한 소설이라 하드 보일드 소설이라니 칭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택배기사들의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삶의 모습들이 잘 드러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정체가 베일에 싸여진 마흔살이 훌쩍 넘은 45세 남자로 어느날 서울로 올라와 숙소가 제공된다는 전단지를 보고 택배일을 시작한다. 그가 일하게 된 구역은 ‘행운동‘으로 하는 말이나 분위기로 봐서는 흔히 말해 가방 끈이 긴 사람 같지만 갑자기 서울에 올라와 택배일을 시작한 정체불명의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일하게 된 ‘행운동‘은 더 이상하다. 택배기사인 자신을 죽일거라면서 우울증에 걸린 심정을 토로하며 담배를 피는 우울증에 걸린 여자, 보디가드를 달고 다니는 동네 바보, 한 번 부축해준 걸 가지고 경제학 강의를 들려준다는 노망한 교수, 그리고 미모를 자랑하는 손녀, 자신을 유혹하는 게이바 직원들과 지옥에서 허우적 대는 인생들. 평범해보이지만 정체를 알 수 없은 택배기사인 주인공은 조용히 살아가길 원하지만 그가 마주친 인물들은 그런 그의 삶을 방해한다. 



택배기사를 삶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건 뉴스만 봐도 알 수가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정말 사람을 응대하는 직업 중에서도 고된 일이 아닐까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소설이 허구를 기반으로 하지만 솔직히 더 현실적이고 세속적으로 느껴졌던 건 이 책에서 등장하는 주요 행운동 주민들 외에 안타깝지만 종종 거론되는 진상 고객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집 앞에 배송해놓으니 집 안 식탁까지 옮겨달라는 고객, 사무실 입구에 옮겨놨더니 창고까지 옮겨달라는 고객, 등등. 그런데 이 소설이 현실과 달리 시원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이 소설에서는 이런 고객들에 대해 반박불가인 논리로 시원하게 대꾸를 해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태도들에 주인공은 시원하게 사이다로 응대하는 건 이 소설에서 제일 시원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대한민국 택배기사의  현실을 씁쓸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주인공의 정체에 대한 미스터리로서의 서스펜스를 동시에 지닌 소설이었다. 결말 뒤 주인공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주인공이 바란 건 따뜻한 위로 한마디 말 한마디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낙오된 이들의 현실을 다룬 이 소설을 읽으며 한번 쯤 주변을 둘러보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한 줌의 위로 한 마디 건네보길 바란다. 하드보일드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나 관련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또 다른 여운을 줄 것 같아 이 소설을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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