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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 p.9
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비에 젖은 도쿄 타워이다.
- p.122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 p. 57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드는 거야.
감정의 옳고 그름은 없다고 하는데 과연 사랑에 있어서도 옳고 그름이 없을까. 사회적 통념이나 사상으로 논하지 않고 인연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면 사랑 그 자체로는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인간의 고유한 욕구이자 행복이기에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랑하는 것이 영 틀리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사회적 통념과 도덕적 양심에 벗어난 사랑을 마냥 옹호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을 보면 유독 불안정한 사랑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전작 [별사탕이 내리는 밤]도 그렇고, [낙화하는 저녁]도 그렇다.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면 불안정하고 때론 파괴적인 사랑이야기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의 다양한 모습들을 선입견을 배제한 채 관조하게 만든다. 특히나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청아하고 시적인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을 오버스럽지않게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작가라 몇년 전에는 내한하여 한국에서 강연한 적도 있을 정도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일본의 작가 중 한 명이다.
에쿠니 가오리는 도쿄에서 태어나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집필 활동의 폭이 넓다. 그녀는 요시모토 바나나와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린다. 대표적인 그녀의 작품은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로 그 밖에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였으며 최근에는『별사탕 내리는 밤』이라는 작품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보았던 밤하늘의 반짝반짝 빛나는 도쿄타워의 추억을 떠올리다 열아홉 소년(에서 스무살이 되는)들의 이야기를 쓰고자 할 때 도쿄타워가 지켜봐주는 장소의 이야기를 쓰고자 마음 먹고 도쿄의 소년들 이야기인 [도쿄타워]를 집필하였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라고 작가의 말을 통해 소개한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하면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이 가장 유명하지만 작년 신작 『별사탕 내리는 밤』으로 작가를 처음 알게 된 터라『도쿄타워』가 이미 15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알았다.
이 소설은 15년 전에 출간된 소설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세련된 감정 화법이 인상깊다. 이 소설은 사회적으로 비판될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그려냈는데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토오루와 코우지, 두 주인공이 자신보다 20살 넘게 차이나는 시후미와 키미코와의 사랑을 다룬다. 이 소설에서 토오루와 코우지는 20살 넘게 차이나는 연상의 여자와 사랑하는 것은 같지만 토오루는 시후미와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시후미와의 함께 살아가는 것을 생각하지만 코우지는 또래의 여자친구인 유리와도 만나면서 틈틈히 연상의 연인인 키미코와도 만나는 단순히 가볍고 쾌락적인 관계를 보인다. 이 소설은 토오루와 코우지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가 교체되어가며 전개되는데 하루에도 몇 십번씩 시후미를 생각하며,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며, 그녀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토오루와는 달리 코우지는 언제든지 키미코와의 인연을 끝낼 수 있다는 이는 자신이며 언제든지 이 사랑을 버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 책은 사회적 통념과 가치를 다 떠나서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 그런지 사랑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하고 이 책의 사랑이 비록 불완적이고 파괴적일지라도 그들의 사랑을 가만히 지켜보게 만든다 . ‘불륜‘적 관계의 놓인 그들의 이야기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사랑을 하는 이들의 감정들이 그 자체로 와닿았던 소설이었다. 특히나 저자의 청아하고 감성적인 표현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야기를 펼쳐놓는 듯해 불완전하고 무거운 사랑이지만 사랑하는 그들의 이야기만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드는 거야.˝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다시한번 15년에 개정판으로 출간된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또한 불완전한 사랑에 고민하고 불안하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저 ‘사랑‘을 한다는 건 함께 살고 있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 가는 것 임을 에쿠니 가오리만의 문학적 감성이 담긴 이 책으로 깨닫게 되길 바란다.
- p. 361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