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루션 맨그런데 있잖아, 불음 정말 끝내주는 도구야.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저것만 있으면 정말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니까! 난방에 쓰게 된 것도 대단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얼마나 많은 곳에 적용할 수 있는지 아직 나도 잘 모를 정도야. (p.16)세상에! 너희들한테 이야기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정말 중요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불로 창끝을 벼리면 지금보다 훨씬 더 튼튼한 사냥용 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구나! (p.56)도대체 진화하는 게 뭐가 그렇게 문제인데? 형 애기나 좀 들어보자진화는 무슨 진화.바냐 삼촌이 도저히 씹히지 않는 힘줄을 불에 던지며 말했다.내가 보기에 그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일 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냐? 지구상 그 어떤 동물도 산꼭대기에서 불을 훔치려고 한 적은 없었어. 너는 자연법칙을 위반한 거야. 오스왈드야, 그 사슴고기 좀 이리 줄래?위반이 아니라 진화라니까. (p.71)인류최초로 불을 발견한 원시인과 그들을 둘러싼 진화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에볼루션 맨]은 출간된지 벌써 60년이 다 되어간다. 벌써 6번 개정 출판 될 정도로 세기를 넘어서도 여전히 주목받는 이 책은 원작의 유쾌함과 풍자와 이면적인 표현들은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번역해 유쾌하고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시대를 거스르는 유쾌한 원시인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60년대 나온 책이라고는 믿기지않을 정도로 유쾌하면서 결코 가볍게만은 느껴지지않는다.이 소설은 불을 발견한 원시인인 어니스트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불을 통해 점차 진화하려는 이들과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법칙을 따르려는 이들의 대비가 나타난다. 이 소설은 겉보기에는 유쾌하고 바보같기도한 원시인들의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점차 이 이야기 이면에 담긴 표현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불의 발견 이상의 진보를 막기위한 이야기로 인류사에서 중요한 사건인 ‘불의 발견‘을 원시인들의 이야기라는 유쾌한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진보와 보수의 충돌에 대해 다룬다.이 소설이 단순하게 느껴지지않았던 이유는 이 소설 자체가 인류사의 발전을 담고 있으면서도 현대의 인류의 모습도 여전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끊임없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대립 그리고 사회 규범과 윤리적 딜레마, 철학적 사색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둘러싼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근친혼과 족외혼, 진보하려는 세력과 그를 막으려는 세력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려는 세력과 막으려는 세력을 통해 인류사의 연대기를 집약해 놓은 것 같은 듯한 느낌이 든다.또한 마지막 아버지를 죽이고 아버지를 먹는 식인풍습을 다룬 모습을 볼 때 이를 개인과 공동체의 연결이라고 생각한 이들의 모습이 조금은 공포스럽기도하지만 그들만의 진화방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원시인류들의 이야기들이 웃기기도하고 바보스럽기도했는데 갈수록 소설 이면에 담긴 남성과 여성의 역할 차이와 진보와 보수세력, 근친혼, 식인풍습, 내세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주제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나 좀 더 진지하게 소설을 읽게 되었다. 인류진화의 일대기를 집약해 놓은 이 소설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원시인류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