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의 미녀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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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란의 미녀



동양인과 거리가 먼 뚜렷한 이목구비와 붉은 머리, 그리고 봉숭아물을 들인 손톱은 40대 여인으로서의 농염함이 붉은 머리, 그리고 봉숭아물을 들인 손톱은 30대 여인으로서의 농염함이 장마철의 강물처럼 넘실거린다. 하지만 그녀의 키는 그리 크지 않다. 고작 160센티나 될까. 양피로 된 옷과 가죽신발을 신었으며, 머리를 감싼 스카프형 가죽에는 해오라기 깃털이 꽂혀 있다. -p.5


신음까지 내뱉었다. 틀림없는 '누란의 미녀' 그대로였다. 적어도 그 순간 조진표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아니 정확히 손톱이었다. 어쩌면 미라로 누워 있는 누란의 미녀와 똑같은 색깔의 봉숭아물이 앙증스럽게 칠해져 있었을까. -p.76



중국은 많은 소수민족과 한족, 만주족 등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그리고 신장이라는 지역은 중국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살아가는 지역이며 이들의 생김새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중국인의 생김새와 매우 다르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붉은기가 도는 머리색, 전형적인 동양인들의 얼굴과는 매우 다르다. 그래서 처음엔 나도 위구르족 사람들을 알게 되었을 때 중국어를 매우 잘하는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김새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중국인의 얼굴과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위구르족은 외모만큼이나 종교적으로도 언어적으로도 중국의 가장 많은 한족들과는 다르다. 위구르족 사람들은 투르크어를 사용하며 과거 유라시아의 중앙에 위치한 타림분지와 타클라마칸사막, 그리고 텐산산맥과 중가리에 걸쳐 광범위하게 살았다. 그들은 알라를 믿는 모슬렘이며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위구르인들 중에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는 이들은 '하나의 중국'을 내건 복속이 부당하다고 여긴다. 중국에서는 '하나의 중국'을 중시하다보니 독립운동을 철저하게 탄압하는데 이번 [누란의 미녀] 속에도 위구르의 독립운동가들에게 자비없는 탄압을 하는 중국 공안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 소설을 보면서 정말 저자가 철저하게 자료조사를 했다는게 느껴졌다. 신장, 위구르족이라는 단어도 적지않은 이들에게는 그리 익숙치않은 단어일텐데 위구르족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누란왕국과 전설처럼 알려진 누란왕국을 수면위로 떠오르게했던 '누란의 미녀'라는 1600년전의 미라를 소재로해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과 독립운동을 통해 마치 우리 역사 속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을 상상하게 하며 군부독재시절 민주주의를 염원하며 민주운동을 생각나게 한다.


이 소설은 소재자체로도 매우 신비롭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막상 소설을 읽다보면 종교적, 이념적, 정치적 문제들이 다양하게 다뤄지면서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솔직히 조금 불편했다. 어두운 중국의 소수민족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고 '하나의 중국'이라는 문구가 이젠 가볍게 느껴지지않는다. 중국은 공산당이라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역사를 좋아하고 세계사를 좋아해서 평소 중국의 다양한 소수민족에 대해 관심이 있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종교적, 이념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가볍게 읽어보려고 한다면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고 중국의 공안 현실을 현장감있게 구현해서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조진표와 쟈오서먼의 이야기는 조금은 이 책을 소설답고 낭만적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다. 이 소설을 단지 위구르족 미녀와 한 선교사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라고하기엔 너무 가벼워보인다. 역사적, 사회적, 이념적, 종교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담긴 문제적 작품이라는게 더 적합해보일 것 같다. 이 책을 중국의 소수민족의 현실과 중국의 '하나의 중국'이라는 프레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찾고 계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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