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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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의 핵심 아이디어는 오래전 내가 고등학교 생물학 수업을 받을 때 잉태되었다. 어머니의 DNA 절반과 아버지의 DNA 절반이 합쳐저 수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해 배우며 나는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미래에는 두 어머니 사이에서도 아이가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 <XX>창작노트 중에서



나와 로지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난자 대 난자 수정이 아직 화제가 되기 전이었다. 그러니 그냥 순수한 가정에서 나온 생각이다. 하지만 계속 생각해봤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합해 서로를 반씩 닮은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일까? - P.13



<포츠머스 포스트> 지역 신문기자인 줄리엣 커티스(줄스)는 12년째 레즈비언 애인 로지와 함께 살고 있는 여성으로서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로지를 위해 세계 최초 '난자 애 난자' 인공수정 임상시술에 자원에 임신에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자신의 아빠와 로지의 부모님 그리고 앤서니에게만 알렸지만 누군가의 제보로 줄스와 로지가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 임상수술에 자원해 임신까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 그러자 사방에서 들려오는 악의와 조롱 혐오에 찬 시선들... 줄스는 점점 지쳐가는데 줄스는 과연 자신의 행복한 삶을 앗아간 제보자를 찾고 사랑하는 로지와 아기를 지킬 수 있을까?



다시 로지 생각을 한다. 내가 마침내 아기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 눈에서 반짝이던 불꽃을 기억한다. 로지는 훌륭한 엄마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내 아이도 될 것이다. 내 아이가 로지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랄 것이다. 정자 기증자, 크레타섬을 떠난 이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그 존재의 악몽은 결국 사라질 수 있게 되었다. -P.22



이 책은 정말 독특하고 신선하다. 난자와 난자의 인공수정으로 인류의 탄생이라니 그동안의 페미니즘 소설과는 차원이 다른 SF소설이자 스릴러 소설이다. 난자와 난자의 인공수정의 성공이 가져온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 책이 전하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의 냉혹한 시선부터 페미니즘적인 요소, 그리고 가짜뉴스까지 단순히 이 책은 페미니즘 소설로만 생각하고 읽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우리는 그동안 생물학적으로 여성의 난자와 남성의 정자가 만나 인간이 탄생한다고 배워왔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러한 상식을 철저히 깨고 여성과 여성의 난자들만으로 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통해 남성위주의 사회 속에서 남성을 철저히 배제시킨다. 종족번식이라는 모든 생물의 궁긍적 과제 앞에 남자가 아닌 여성들만을 주인공으로 하면서 이 소설은 생물학적으로도 사회학적으로도 커다란 의문을 던지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궁금증은 과연 남성 독자라면 이 책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하는 점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처럼 난자와 난자의 인공수정을 통한 아기를 탄생이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결실을 맺고 싶은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 아닌 남자의 자리를 위협하는 남성을 배제시키고 남성을 결국 소수자로 만들어버리는 위협으로 느껴졌을까하는 궁금증이 계속 맴돌았다. 나는 단순히 난자와 난자의 인공수정을 통한 아기의 탄생이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결실을 맺고 싶은 한 사람대 사람으로서의 바람이라는 생각했기에 이 소설을 읽다보면 등장하는 수많은 질타와 혐오와 분노의 시선들이 솔직히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이 책이 페미니즘소설이라는 편견없이 많은 이들에게 읽혀졌으면 좋겠고 이 책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간의 생식의 변화라는 신선한 소재를 통해 가져다주는 교훈과 의미에 대해 깊이있는 고찰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과학기술의 발달에 대한 윤리적인 고찰뿐만 아니라 젠더, 성 문제 특히 퀴어, 레즈비언, 성소수자들의 문제를 다루었으며 진실을 추구하고 전할 의무가 있는 언론사가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가짜뉴스를 만들어냄을 보여주면서 사회 전반의 사회문제에 대해 SF라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페미니즘 문제를 넘어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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