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력>


하지만 늘 그렇게 살 수만은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내 속에 열정이 숨어 있는 것을 안다. 가끔은 달궈진 마음을 온통 쏟아부을 그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을, 그럴 때 나는 내 몸 이상이며 내 마음 이상의 존재가 된다는 것을. - p.38


용기는 계속할 힘이 아니다. 힘이 없어도 계속하는 것이다. 우레 같은 외침만 용기가 아니다. 쉬었다가 다시 해보자. 나지막이 속삭이는 것도 용기다. - p.318


눈이 내려오는 저곳에 하늘이 있었어요. 그리고 구름장 너머의 하늘이 보였어요. 그 바깥의 칠흑도요. 맑게 개인 밤마다 올려 보던 장대한 광경, 매일 밤마다 하늘을 옮겨 다니던 수백 개의 별자리들, 비스듬히 기울어져 금세 가슴에 쏟아져 내릴 것 같던 수 억 개의 금모래들 ...... 그 무한을 저는 올려다보았어요. 그 속에 제가 있었어요. - p.428


희망은 말이야, 날개가 달려서 떠나간다. 하지만 있지, 어느 날 갑자기 힘차게 돌아오기도 하는 거야. - p.438



예전에 어느 책에 이런 문구가 소개된 적이 있다. "당신이 하늘을 바라보는 만큼 당신의 마음엔 여유가 있습니다." 그 때 나는 이 문구를 읽으며 "참 하늘한번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사는 구나"하고 한탄을 하며 모든 일이 끝난 밤 하늘을 무심코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때 알았다.  밤하늘엔 별이 이다지도 많구나하고... 좀 뜬구름 잡는 소리이긴하지만 도심에선 구경하기 힘든 별이니 그 때는 신기해하며 목이 아프도록 몇분 동안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중력>을 읽으며 예전에 바라보았던 그 하늘이 생각이 났다.

대지를 고르고 얇게 덮었을 뿐인 공기의 껍질을 우리가 하늘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바깥에 끝없는 깊이의 우주가 있어서다. 밤은 대낮 동안 팽팽하던 빛을 거두고서 그 무량대의 캄캄한 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 p.10

이 문장을 읽으며 우주는 낮보다는 밤에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 동안 해에 가려져 안보였던 저 높은 우주가 밤만 되면 제 모습을 스스로 빛내며 자기자신을 내보이는 것 같았다. <중력>은 그 이름처럼 지구의 모든 것을 끌어당겨 발 붙이고 살 수 있게 하는 중력처럼 오랜만에 온전히 책에 빠져들게 해주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렇게 기대하며 읽지 않았다. 단순히 평범한 연구소 직원인 샐러리맨이 우주인이 되기위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단지 그 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막상 소설을 읽었을 때 단순히 '어느 평범한 샐러리맨이 우주인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구의 핵으로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중력처럼 하나의 <중력>이 되었다.

이 책은 초반부터 묘사가 뛰어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고즈넉한 해질녘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해질녘에서 밤하늘이 되어버린 깜깜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마치 수채화처럼 그려졌던 소설이다. 이 책의 내용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평범한 가장이자 연구소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이진우'라는 주인공이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주인에 지원하게 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을 다루고 있는 소설로 단순하게 우주인을 선발하는 내용을 보여주기보다는 그 우주인 선발이라는 꿈과 그 꿈을 위해 일등이 되어야하는 경쟁, 그 경쟁에서 이기위한 사람의 이중적인 모습들을 그려내 조금 더 심오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꽤 우주인을 선발하는 과정자체가 구체화되어 다뤄지고 있는데 실제로 저자는 이 책을 쓰기위해 우주인 선발과정을 자세하게 자료조사를 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러한지 단순하고 밋밋하게 다뤄질 수 있는 우주인 선발이라는 주 내용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우주선 선발 과정을 완성도 높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스케일 자체로 경이롭다할만큼 작가의 섬세함과 구체성이 보여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치 읽는 내가 직접 우주인 선발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상의 중력에 대해 나는 얼마만큼 중력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에서 우리의 몸무게는 지구의 몸무게의 1/6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즉, 지구의 중력이 달의 중력에 6배라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중력은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우리가 과학적으로 이야기하는 '중력'과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끼고 있는 삶의 무게에서의 '중력'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이 책이 우리에게 주인공 이진우가 평범한 연구소 직원이라는 일상에서 벗어나 우주인을 꿈꾸었듯 우리도 일상의 중력에서 벗어나 즉,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에서 벗어나 진정한 꿈과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중력에 지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분들께 삶의 무게는 잠시만 내려놓고 진정한 꿈과 희망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이 가진 힘은 지구의 중력만큼이나 강렬하고 강력했기때문에 이 책을 통해 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이 위로를 받고 따스한 감동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내가 이 책을 통해 하루동안의 일상의 중력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바라보았듯 이 책을 읽는 다른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평범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다시한번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