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스토리콜렉터 7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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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도마 가쓰오는 자신이 싫었다. 도마 가쓰오에게 다가오는 인간은 비웃음이나 동정심만 품을 뿐이다. 항상 깔보는 시선으로 쳐다본다. 도마 가쓰오는 이런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학대받는 자만이 지닌 센서로 사람들의 악의를 민감하게 감지한다. 기피, 혐오, 우월. 타인의 눈은 항상 이런 칙칙한 감정으로 채색돼 있다. 젠장, 날 우습게 보다니.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전율과 공포를 안기며 군림하는 개구리 남자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p.11)



개구리남자? 제목이 개구리 남자라고 해서 왠지 코믹이야기가 아닐까하고 생각했지만 왠걸 작가가 나카야마 시치리... 시치리 작가는 테미스의 검, 네메시스의 사자, 안녕, 드뷔시, 속죄의 소나타, 추억의 야상곡 등등 다양한 미스터리 소설을 집필한 작가로  밝은 분위기의 음악 미스터리, 코지 미스터리, 어둡고 진지한 서스펜스, 법률 미스터리 등 폭 넓은 주제를 다루는 작가로 유명하다.


워낙 시치리 작가가 유명해서 그의 작품들을 다 들어봤지만 그 중에서 내가 읽어본 것은 테미스의 검과 네메시스의 사자뿐 솔직히 이 두 책만을 읽어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반할만큼 미스터리를 맛깔나게 쓰는 작가이다. 솔직히 그의 소설을 보고 있으면 엄청 잔혹하면서도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마성이 느껴진다. 시치리는 반전의 귀재이기도 한데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겨놓고 세계관을 뒤집곤해서 '대반전의 제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 그가 집필한 많은 작품들 중 애정하는 작품인 '개구리남자' 시리즈는 어딘가 모자란 인물을 등장시키는 경우가 많은 시치리 집필 특성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고 일명 연쇄 살인마 개구리남자를 쫓은 형사 고테가와 가즈야 역시 '성장하는 캐릭터'이다. 전작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읽지 않은 독자로서 후속편을 먼저 읽는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걱정이 있었지만 다행히 전작을 읽지 않았어도 후속편을 읽는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가독성도 좋고 전체적인 작품 전개도 좋아 정말 읽는 내내 어려움없이 스릴넘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도마 가쓰오라는 남자가 10개월만에 퇴원해 전철을 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 남자가 시라카와초 3-1-1의 오마에자키를 만나고 중간의 이야기가 끊겼다가 오마에자키네 집에서 폭발이 일어나게 되고 고테가와가 엉망진창이 된 집에서 쪽지를 발견한다. 언젠가 경험한 섬뜩함이 느껴지는 이 쪽지는 다음과 같이 써져있었다.


오늘은 폭죽을 사왔다.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뭐든지

산산조각 낸다. 굉장하다.

그래서 개구리 안에

넣어서 불을 붙여봤다. 개구리는

불꽃놀이처럼 폭발했다.

옷에 개구리 눈깔이

붙었다.


마치 어린아이와 같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잔혹한 일을 서슴지않을 듯한 이의 모습이 보이는 이 쪽지는 피해자를 개구리라 칭하며 어린아이가 양심의 가책을 못느끼듯 잔혹한 살인사건을 일어남을 알리는 서막이 된다. 솔직히 처음에는 '처음부터 범인을 알려주는 건가'.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했는데 그냥 잔혹소설인가'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끔찍하고 소름치키면서 잔혹한 반전 스릴러를 선사했다. 솔직히 사건 현장이 꽤 자세하게 묘사되어있어서 고어한 것들 못보시고 싫어하시는 분들이 보면 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철은 굉장하다. 뭐든지 납작하게 만든다. 그래서 개구리를 선로에 떨어뜨려봤다.

뻐도, 살도, 껍질도, 전부 납작해졌다.

주워모으는 일이 큰일이다.


        

얼마나 해야 개구리는 죽을까.

발끝부터 천천히 온몸을

부숴보면 알 수 있을까. 실험

해보자. 작은 절구방망이로 열심히

으깨는 거야. 살아 있는 것이 점점

물감처럼 돼간다. 이것으로 

그림을 그려볼까.



오늘은 자전거로 개구리를 깔아뭉갰다. 한 번 치면 개구리는 내장이 터져서

움직이지 않았지만 재미있어서 계속 해서 쳐봤다.

개구리는 점점 납작해져서 마지막에는 종잇장처럼 됐다.



촉법정신장애인이란, 범죄를 저릴렀지만 형사 책임을 묻지 못하는 정신장애인을 가리킨다. 형법 제 39조에 의거해 무죄 혹은 감형 판결을 받은 자뿐만 아니라 심신상실 판정을 받아 불기소된 피의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언론은 이 촉법저신장애인 문제를 다룰 때 몹시 예민했다. 흉악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사회정의에 해당한다. 한편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대하며 차별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이자 평등권에 해당한다. 촉법정신장애인을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것은 바로 사회정의와 평등권의 문제이다. (p.124)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애정하는 고테가와의 인간적인 면이 잘 드러나서 다소 잔혹하고 냉혹하게 보일 수 있는 소설을 조금은 인간적인 시선과 태도로 적정온도를 맞춰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개구리남자의 잔혹한 범행만큼이나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는 세상과 언론을 끌어들여 공포를 증폭시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이 소설이 더 현실적이고 잔악하게 와닿게 하는 것 같아서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개구리 남자의 잔혹함에 소름이 끼쳤다.


그래도 이 책을 계속 읽을 수 있었던 건 이 잔혹한 살인범을 노련하고 냉철한 와타세 형사와 성장형 인물인 고테가와형사가 과연 어떻게 잡을까하는 궁금함과 과연 개구리남자가 어디까지 잔혹해질까에 대한 분노와 함께 답답함때문이었다. 비록 사건 묘사가 잔혹한 부분이 많아서 너무 잔인함만을 강조한건 아닌지 걱정이 되지만 사실 시치리만의 짜임새있는 설정과 전개그리고 특유의 문체등이 잘 어울러진 미스터리 소설이었고 정말 압도함과 스릴이 있었던 소설이었다.


평소 미스터리 스릴러를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덕에 많이 좋아하는 편이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반전을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역시 반전의 귀재답게 끝까지 손에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일면적인 잔혹함을 통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닌 사회의 부조리함, 사법 체계의 모순등을 함께 다루고 있어 가볍지만은 않았던 소설이었다. 


그의 작품을 읽고서 현실에서는 어떤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지 우리의 현실의 모순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의 전편을 읽지 못하고 읽은 것이 많이 아쉽지만 후속편만 보았는데도 이미 정말 잘 짜여진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잔혹함에 어느정도 면역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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