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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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이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 어느 해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이야기다.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다툼으로 번진 이야기다. 하키장과 그 주변에서 두근대는 모든 심장의 이야기, 인간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가며 서로를 책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꿈을 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 중 몇 명은 사랑에 빠질 테고 나머지는 짓밟힐 테고, 좋은 날도 있을 테고 아주 궂은 날도 있을 것이다. 이 마을은 환희를 느낄 테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타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끔찍한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p.15)

하지만 이제 문자가 도착한다. 아맛은 달리기를 멈추고 보보는 망치를 놓고 조만간 누군가가 네 살 반짜리에게 하키단이 '해체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냥 스포츠클럽이 붕괴되는 거라고 설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클럽은 붕괴되지 않는다. 그냥 없어질 뿐이다. 붕괴되는 건 사람들이다. (p.35)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를 처음 만난 건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서였다. 이미 내가 이 책을 알았을 때는 영화 <오베라는 남자>가 나왔던 상태라 당시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게 되었다.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봤고 감동받았던 터라 책으로도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 걱정반 설렘반으로 읽게 된 책은 읽으면 읽을 수록 너무 매력적이고 영화이상으로 감동을 받으며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읽게 되었다. 그 이후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이 준 감동을 잊을 수 없어 그의 작품을 찾아 읽게 되었다.
그의 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까지 배크만을 몰랐던 내가 어느새 그의 소설을 하나둘씩 찾아 읽게 되고 그의 소설을 기다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작년 배크만의 <베어타운>을 읽게 되면서 하키를 사랑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그 이후 2019년에 나온다는 배크만의 신작을 기다린 채 1년을 기다렸고 드디어 이번에 그의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 그의 소설의 제목은 <우리와 당신들>로 전작 <베어타운>의 후속작으로 하키를 사랑한 작은 마을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로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정치적 싸움으로 까지 번친 이야기이다. 그러면서 성폭행 마야를 성폭한 베어타운 하키팀의 유망주였던 캐빈이 떠난 뒤 점차 갈등과 다툼이 생기고 우리와 당신들의 사이의 골이 생겨버리게 된 이야기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전작들과 달리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따뜻했던 이야기들과는 달리 자칫 상처만 남긴채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우리와 당신들>의 처음은 캐빈과 마야의 성폭행 사건이후 결국 캐빈의 부모는 이혼을 하고 캐빈은 베어타운을 떠나게 된 이후로 시작된다. 그 이후 아맛은 그 사건을 정직하게 증언했지만 베어타운의 소중한 하키팀을 흔들었다는 이유로 배척당하고 마야의 동생 레이는 누나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괴로워하고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그 사건 이후 베어 타운은 점차 흔들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화롭고 하키를 그저 사랑하는 작은 마을이 점차 혼란 스러워지고 가장 끔찍한 일을 당한 어린 소녀를 보듬어 주지 않는 이들의 행태가 너무 힘들었고 짜증이 났다. 그리고 자신이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고 이야기하는 마야가 너무 안타까웠다. 전작 <베어타운>이 주었던 하키를 사랑하는 평화로운 작은 마을 '베어타운'의 순수함이 점차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괴롭고 안타까웠다. 우리들 대 당신들, 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이 책은 결국 베어타운 아이스하키 팀이 새로운 후원자를 찾게 되면서 끝이 나지만 읽는 내내 아슬아슬함이 느껴졌고 뭔가 선과 악으로 인물들을 정의하기 보다는 누구도 선이 될 수도 있고 누구도 악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가 전개 되는 느낌이라 뭔가 다행스러움과 씁쓸함이 공존했다. 이 책을 통해 또 하나의 <오베라는 남자>를 이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 책이 배크만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감동과 생각의 전환을 선물해줄 것 같은 소설이었다. 이 책을 통해 전작 <베어타운>에서는 느끼질 못할 감동과 잔잔한 여운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인간은 저마다 백 가지로 다르지만 남들 눈에는 우리가 그들과 한팀인지 아닌지 그것만 보인다. (p.53)

 

어쩌면 우리는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도 있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둘러싼 문제가 복잡해지는 이유도 우리가 대부분 좋은 사람인 동시에 나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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