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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하는 세계사 - 12개 나라 여권이 포착한 결정적 순간들
이청훈 지음 / 웨일북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비행하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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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각 나라가 발행하는 국제 신분증이다. 그렇지만 여권은 한 나라의 문화가 그대로 드러나는 물건이기도 하다. 반지, 목걸이 같은 물건이 한 사람의 개성을 드러내듯이 여권은 한 나라의 개성을 드러낸다. (p.4)
미국 여권의 마지막 장은 이렇게 가슴 먹먹한 우주를 담고 있다. 한쪽에서는 우주 개발 역사상 최악의 참사였던 챌린저호를 상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지의 암픅을 뚫고 들어가는 보이저호의 모습을 담고 있다. (p.43)
뉴질랜드 여권의 표지는 영어와 마오리어가 모두 표기되어 있다. 'New Zealand Passport'의 아래에는 '우루베뉴아Urushenua', '아오테아로아 Aotearoa'라는 마오리어 단어가 보인다. (p.64)
우리가 그들의 여권에서도 확인했듯이, 인류의 생활을 새롭게 바꾸는 혁신의 전통이다. 지금도 영국은 그러한 혁신의 의미를 잊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영국의 과거만큼이나 그들의 미래도 주목되는 이유다. (p.156) |
여권은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개개인을 증명하는 국제 신분증이다. 또한 여권은 개개인이 어느나라를 방문했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여권은 개개인의 발자취가 담겨있는 사적이면서도 공적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공문서이다. 이러한 여권의 특징을 통해 각 나라별 여권 속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는 <비행하는 세계사>는 출입국 관리 공무원인 저자가 20여 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여권을 만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여권을 통해 세계사 다룬 책이다.
이 책은 총 12개국의 여권과 그 속에 담긴 12개국의 역사적 발자취를 다룬 책으로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일본, 한국,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스, 태국, 인도 순으로 각 나라의 여권을 살펴본다. 이 책의 표지는 독특하게 본 내용에서 소개하는 12개국의 여권도장이 찍혀있는데 빈티지 스러운 느낌이 들면서 호기심을 갖게 하는 표지라 책을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나라들은 우리가 많이 알고 있고 많이 들어본 나라들인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각 나라의 여권을 통해 세계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여권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출입국 관리 공무원인 저자의 독특한 경험이 합쳐서 이 책이 더 매력적이었는데 특히 단순히 여행을 하는데 부속품이라고 생각했던 여권이 이렇게 많은 인문학적인 지식과 통찰이 담겨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랍고 신기했다. 그리고 이 책에 또한 여권에 대한 일반 상식들도 담겨있는데 여권이 현재 여권이 된 배경과 역사나 여권이 가진 국가적 상징이나 기술적인 측면등을 알 수 있어서 인문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적이고 기술적인 지식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 소개된 12나라는 저자가 수많은 나라 중애서 여권에 담긴 이야기가 풍부하고 담긴 이야기의 메세지가 강렬하며 우리와 교류가 왕성한 나라들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담긴 여권 이야기가 더 신기하고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손바닥만한 평범한 여권이 단지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것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각 나라에 있어 결정적인 순간들과 유적,유물들이 담긴 것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어서 세계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솔직히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세계사가 여권이라는 소재를 통해 더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캐나다의 의족을 신은 청년의 어떤 희망이 캐나다 여권에 담겨있는지, 많은 우주인들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그럼에도 우주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미국의 도전 정신이 미국 여권에 어떻게 담겨있는지, 마오리족과 영국인들이 다른 식민지국가들과는 달리 공존하는 역사를 걸어왔는지가 뉴질랜드 여권에 어떻게 담겨있는지, 프랑스의 자유를 목놓아 외쳤던 그들과 여성의 자유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들의 자유를 향한 갈망이 프랑스 여권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 등에 대해 각국의 역사적 발자취를 넘어 인류의 보편적인 역사가 어떻게 담겨있는지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