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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클라마칸 - 바람과 빛과 모래의 고향
김규만 지음 / 푸른영토 / 2018년 11월
평점 :
: 바람과 빛과 모래의 고향 타클라마칸
예전에 지리 선생님이 중국의 사막을 횡단한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그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그런 곳에 가실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막 기행에세이 <바람과 빛과 모래의 고향 타클라마칸>을 읽다보니 어느새
"나도 가고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 어린왕자 中
"사막엔 인간의 욕망이나 호기심을 끌어당길 자연이나 인공의 사물들이 없기 때문에 영원을 관조하는 데 방해할 것이 없다." -게오르규
이 책의 저자 김규만씨도 사막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 기행 속에서 만난 감동과 고난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한의학 박사이자 시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1989년에는 탐험을 동경해서 동계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적이 있을 정도로 탐험심과 모험심이 많다. 저자는 사하라 사막이나 아라비아 사막은 엄두가 나지 않아 가깝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역남로와 타클라마칸의 사막공로를 택해 자전거를 타고 여행했다.
저자는 서역남로와 타클라마칸의 사막공로 여행을 '사람의 무늬'를 찾아가는 미완성의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이 여행길과 함께 미완성의 저자의 사색도 담겨 있는 이 책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몽환스러운 그 공간'에 대해서 그리고 그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담은 사람들의 삶의 흔적인 인문 기행에세이이다.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은 곳이 사막이다. 사막은 1년 내내 거의 비가 내리지 않고 강하고 거친 빛을 토해내는 태양신과 때때로 침묵의 공간을 휘젓는 바람의 신이 지배하는 곳이다. 태양이 지배하는 세상의 이치를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화는 수로 내려간 후에 수는 비로소 위로 올라간다"고 했다. 여기서 화가 '불이냐 빛이냐'하는 문제를 이해하고 가야 한다. 불을 피워보면 불은 '열과 빛'으로 나눌 수 있다. (p.98)
자연현상은 지금 당장 어떤 얼굴을 할지 모르지만 절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 것 같다. 자연계의 현상에 약한 자인 인간은 일희일비한다. 그런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재난을 피하기 위해 옛사람들은 천문과 지리를 익혔다.
...
천문과 지리를 보지 않아도 될 문명으로 단단한 성벽을 쌓고 사는 현대인들은 안락한만큼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에 모든 공간을 채우고 있는 자연의 외경과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은 갈수록 더 외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p.99)
이 책은 단지 여행에 대한 에세이, 기행문이 아니다. 사람 사는 인문학 서적이다. 사막이라는 공간이 주는 그 공간을 지나온 사람들 그리고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문화, 음식, 역사 정말 다 담고 있다. 단순히 여행에 대한 감상들을 담은 책이라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여행에 대한 감회보다는 여행길 그 길을 지나온 이들의 삶과 문화들이 담긴 인문학을 담은 책이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적힌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글귀들은 직접 가지않은 사막길이지만 함께 동참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사람은 오직 '마음으로만 올바로 볼 수 있다.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앙투안 데 생택쥐페리
그리고 사막공로를 지키는 109개의 편의점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고 재미있었다. 사막공로에는 대략 5km 간격으로 남에서 북을 향해 바라보면 도로의 우측 편에 빨간 지붕과 연한 미색과 하늘색으로 칠해진 수정방이란 편의점이 있다고 한다. 당국의 조처로 결혼한 부부들이 이곳에 와서 일정 기간 방사림과 주변 도로를 관리하는 거처가 '수정방'이라는데 3년 정도 근무연한을 정하고 매달 1000위안정도 결코 많지 않은 급료를 받지만 딱히 쓸 곳이 없어 목돈을 모은다고 한다. 이렇게 사소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신기한 문화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어서 책을 읽는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텅 빈 침묵의 공간이 사막이라고 생각해서 쓸쓸하고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신기하고 재미와 신비를 숨겨놓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 사하라나 아라비아는 너무 거대해서 부담스럽지만 타클라마칸은 가보고 싶다.
다양한 사막의 풍경들 문화들 역사... 두루두루 살펴보고 만날 수 있는 서역남로부터 타클라마칸의 사막공로 그 길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들. 이 책을 통해 사막의 아름다움이나 힘듬, 놀라움을 알 수 있었고 그동안 몰랐던 사막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던 인문 기행에세이 <바람과 빛과 모래의 고향 타클라마칸>을 한번쯤 사막에 대해 동경과 환상을 품고 있었다면 그 동경을 가진 누군가의 기행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하고 싶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