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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고독
크리스틴 해나 지음, 원은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나의 아름다운 고독>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 이별, 고통, 재회의 하모니
알래스카, 이곳은 다른 곳과 다르다.
아름다운 동시에 공포스럽고,
구세주인 동시에 파괴자다.
야성의 극단, 문명의 끄트머리, 생존이 끝없는 선택인 곳에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배우게 된다.
얼음장 같은 어둠 속에서 창문에 낀 서리에 시야가 흐려지고
세상이 아주 작아지면
자신의 거짓된 모습은 다 사라지고
진정한 모습과 맞닥뜨리게 된다.
생존하기 위해 할 일을 배우게 된다.
아름다움이나 상상 속의 삶, 혹은 피할 곳을 찾아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실패할 것이다.
이곳에 속한 사람은 야생의 땅에서 자유로울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곳을 떠날 것이다.
난 이곳에 속한 사람이다. (p.659)
알래스카를 한번도 가본적은 없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다. 아주 어렸을 때 아는 분이 알래스카를 다녀오셔서 경험담을 이야기하신 적이 있는데 그 때 들었던 알래스카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아름다운 고독>을 읽으면서는 알래스카라는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의 아름다운 고독> 크리스틴 해나의 책은 베트남 참전에서 포로생활 때문에 예전의 밝고 따스한 모습을 잃은 주인공의 아빠가 갑자기 어느 날 알래스카 벽지의 땅이 생기게 되면서 머스탱을 포스바겐 버스와 바꿔 무작정 알래스카로 이사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알래스카, 그 곳에서 아빠는 점차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는데 아빠와 사려 깊은 이웃들 그리고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 알래스카로 이사가는 것이 싫었던 레니도 엄마도 점점 알래스카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알래스카의 치명적인 어둠은 아빠의 깊은 어둠을 이끌어냈고 레니와 엄마는 아빠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점차 예전모습을 되찾아갔던 아빠는 점차 폭력적이고 거친 남편이자 아빠가 되어갔고 알래스카의 치명적인 어둠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아름다운 동시에 공포스러움이 레니의 가족을 덮어간다. 그 과정에서 레니는 사랑하는 매슈를 만나게 되고 점차 알래스카의 치명적 어둠 속에서도 열렬한 사랑을 하게 된다. 매슈의 꿈은 배낭을 메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다. 중앙 아이메리카에 가서 마추픽추도 오르고 세상을 둘러본 후에 정착하고 비행기 조종사나 구급대원이 되는 것이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알래스카 소년 그리고 알래스카의 어둠을 간직한 소녀의 사랑이야기가 잔혹한 성장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실 책 두께가 벽독수준이라 660페이지 정도라서 언제 다 읽지 했는데 어느새 집중해서 읽게된 책이다. 책을 읽기 전까진 아마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아마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는지 몰랐는데 읽어보니 알 수 있었다. 알래스카라는 배경자체가 주는 광대한 아름다움도 있어서 이 책이 매력적이었지만 그 안에 속한 사랑, 이별, 고통, 재회의 하모니가 아주깊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스포주의) 매슈와 레니가 만나고 아들인 엠제이를 소개할 때 정말 울컥했다. 아빠의 폭력 속에 아빠의 죽음으로 인해 헤어질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숨어 살 수 밖에 없었던 레니가 휠체어에 앉은 메슈를 만나고 엠제이를 "내 아들"아라고 부르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정말 마지막 레니의 독백에서 알 수 있듯이 알래스카라는 땅은 정말 신비하고 대단한 것 같다. 알래스카는 아름다운 곳이자 광대한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이고 동시에 공포스럽고 치명적인 어둠이 있는 곳이다. 즉 구세주인 동시에 파괴자같은 곳이다. 생존이 끝없는 선택이고 목적인 땅, 미국에서 가장 야성적인 땅, 문명의 끄트머리, 물이 갖가지 형태로 죽음의 파괴자로 다가오는 곳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본성적인 나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치환시인의 <생명의 서>가 생각났다. 광활한 사막에서 '나'를 발견한 이 시와 같이 알래스카라는 광활한 자연에서 '나'를 만나고 그 곳 사람들과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 레니처럼.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소설이었고 광활하고 광대한 아름다움과 공포스러움이라는 아수라백작같은 알래스카를 만나게해준 소설이었다. 뭔가 울고싶고 감동받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나의 아름다운 고독>이다.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沙漠)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死滅)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유치환, <생명의 서(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