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 삶, 사랑, 죽음, 그 물음 앞에 서다
경요 지음, 문희정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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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떨어지기 전에>



삶은 우연이고, 죽음은 필연이다.



만약 노년까지 살아 있다면, 죽음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다만 늙어서 죽는 과정이 왕왕 길고도 고통스러울 뿐. 가족들의 '구할 수만 있다면 구한다'는 관념도

생명의 고통을 연장시키는 주요 원인이고. (p.27)



평생 수없이 많은 연애소설을 썼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랑'이란 것이 참으로 나쁘구나 싶다. 노부부라면 더더욱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도, 서로를 지나치게 믿고 의지해서도 안 된다. 인생은 너무 잔인하니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기분은 서로 사랑하며 함께 있을 때가 아니라 이별의 시련 속에서 경험하게 된다! (p.16)



내가 물었다 "이게 인생의 마지막 정거장이 거죠?"

차이 선생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내가 다시 물었다. "결국엔 자기 삶의 모든 사람과 사건을 완전히 잊어버리겠죠?" 차이 선생이 말했다. "네."

내가 물었다. "그 사람이 자신의 병을 알아차릴 수 있나요?"

"아니오." 차이 선생이 말했다. (p.93)



나는 침대 옆에 앉아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빼어난 용모도 아닌, 이제는 늙고 치매까지 앓게 된 남편을! 나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지다가 몸을 숙이고 그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하나만 부탁할게요. 제발 부탁이니까 나를 가장 마지막에 놓아요. 모든 사람을 다 잊어버려도 가장 마지막에 나를 잊어요!" (p.96)



우리는 살면서 반드시 죽음을 경험한다. 죽음은 탄생과 달리 반드시 경험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죽음을 겪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죽음에 대해 직접 대면하기전에는 죽음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죽음이 다치면 다양한 이유로 죽음을 막으려고 애쓴다. 단지 아무것도하지 못한채 숨만 쉬고있을지라도 잘 죽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보다 죽지않을 방법만을 고민한다.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는 작가 경요와 그의 남편 신타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에세이이다. 처음엔 소설인가했는데 읽다보니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실화였다. 작가 경요는 중국에서 <창밖>, <금잔화>, <노을>, <은잔화>등과 같은 베스트 셀러를 쓴 작가이며 특히 <황제의 딸>이라는 중국 유명드라마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어느날 갑자기 남편 신타오가 대상포진에 걸리게 되면서 점차 온몸으로 퍼지며 소중풍이 오고 결국 치매까지 걸리며 점차 죽음으로 향해가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작가 경요는 이 과정을 통해 '죽음'은 누구의 것이며 삶만큼 죽음을 존중하고 있는지 질문을 갖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 '죽음'이란, 잘 죽는것 "Well Dyeing"이라는 무엇일지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 <눈꽃이 떨어지기 전에>라는 작품은 단지 노부부의 삶의 마지막 특히 서로 깊게 사랑한 노부부가 둘 중 먼저 죽음을 맞이하게 될때 어떻게 해야 서로를 위해 가장 좋은 선택과 사랑을 보이는 것일지 보여준다.



"이 일이 어떤 가르침을 줬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느날 불치의 병에 걸린다면 너는 어떻게 네 생명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싶니? 온몸에 관을 꽂은 채로 세상을 떠나기를 바라니? 네가 얻은 깨우침에서 시작해! 네가 스스로에게 바라는 것에서 시작해!" 곰곰이 생각하던 중에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웃을 수 있었는데도 오랜동안 웃지 않았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죽음과 직접 대면하자! 사실 그건 긍정적인 일이야! 사람은 누구나 죽으니까! 웃으면서 죽음을 바라보고 우아하게 돌아서는 것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최고의 엔딩이지!" 갑자기 온몸에 활기가 충만해지고 힘이 솟아올랐다. 슬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명을 얻은 듯했다. 나는 속으로 읊조렸다. "산티오 고마워요!" (p.19)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사랑일지라도 사랑에 대한 현명한 방법을 이제는 알아야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남편 신타오의 죽음을 붙잡고 있었던건 신타오 본인이 아닌 아내 경요와 가족들의 사랑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많은 이들이 자신과 같은 상황에 빠질 때 '서로 다른 사랑으로 인해 가족 간에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상황을 마주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결국엔 환자에게 여한을 남기고 가족들 간에 미움을 만든다고말이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도 이러한 상황이 다가왔을때 과연 사랑하는 사람이 "웰다잉"를 원한다면 과연 들어줄 수 있었을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이전까지 많은 존엄사와 관련된 많은 작품이 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이 특별했던 이유는 '노부부'가 겪을 수 있는 죽음의 문제에 대해 사실적으로 이야기했으며 노인들의 존엄사에 대해 종교적 가치나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들의 의지만으로 그들의 안락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작은 소망마저 앗아가는 것은 아닐까하고 고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생의 마지막 수업을 남편 신타오에게 들으며 써내려간 이 작품은 죽음도 삶만큼 존중받아야하는 것이며 두려운 것은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님을 우리가 인식해야함을 알게해주었다. 인생에서 우리가 쌓아야할 많은 문제들 중에서도 특히 죽음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아야하고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이 책을 통해 죽음이 주는 삶의 의미와 노년의 치매와 연명치료, 존엄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 두려운 것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것이나 '살아도 죽은 것과 같은' 것 또는 '목숨만 겨우 부지하는' 것, 그리고 '인위적으로 살아는 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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