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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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의 영역>

호러소설 같기도 연애소설 같기도 한 묘한 소설
그래도 마지막은 해피엔딩.

"하나는 일어날 일, 다른 하나는 해야 할 일, 일어날 일은 어쩔 수 없어.
막을 방법이 없지. 따라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해. 그래야 일어난 일로 인해
생긴 결과를 감당할 수 있으니까. 사촌 형도 그랬어.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받아들였지.
나는 그래야 해. 잃어버린 건 잃어버린 거야. 그렇다면 용기를 가지고, 도망치지 말아야 하는 거지."


점선의 영역은 판타지스럽기도 하면서 어떨 때 지극히 현실적인 것 같은 소설이다. 이 책은 <문학 3>의 문학웹에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연재했던 원고를 수정하고 보완해 엮은 소설로 주인공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맨 처음 등장하는데 운 좋게 상가건물을 매입하여 재산을 불리게 된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예언을 하게 되고 그 예언의 결과가 실현된다. 예를 들어 고모 사촌 형을 보고 교통사고가 날 것이다 했는데 진짜 교통사고가 나고, 집안에 도둑이 들 거다 했는데 진짜 도둑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한 예언은 주인공에게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 돼."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뒤 세월이 흘러 어느새 주인공이 취업할 나이가 다되고 그 사이 사랑하는 여자, 서진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서진의 그림자가 사라지게 되고 점차 그림자가 사라진 서진은 투명해지며 잘 보이지 않게 된다. 과연 주인공은 서진의 그림자를 찾고 그녀와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판타지 소설 같기도 왠지 호러물 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내용은 판타지일지언정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책에서는 한국의 취업 현실을 드러내고 있는데 편의점 도시락을 먹으며 겨우겨우 취업하며 회사를 다니지만 그마저도 어렵게 취업한 회사를 퇴사할 수밖에 없는 현실들을 그려내며 서진과 '나'를 통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현실에 끌려가는 이들의 이야기와 그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그림자까지 거부했던 서진의 이야기는 어릴 적 할아버지의 예언과 운명과 현실이 뒤섞이며 짧지만 강렬한 소설이다. 이 책에서 자신의 그림자까지 버리면서 행복하고 싶었던 서진과 자신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그 과정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간 '나'는 한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운명과 수많은 점선들 사이에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적극적으로 대결하기보다는 할 수 있고 해야 할 수많은 점선의 영역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는다.
운명을 받아들 이 돼 방향을 달리하며 적극적으로 점선의 영역에서 또 다른 실선을 그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들의 삶이 수많은 점선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방향을 바꿔가며 새로운 실선을 그어 나가야 하는 삶이며 점선의 영역을 실선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의 역량이고 의지라는 것을 보여준다. 처음엔 미스터리 호러 소설인가 했지만 계속 읽어가다 보니 달달한 연애소설이자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었다. 삶의 많은 순간에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수많은 점선의 영역 즉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도망치지 말고 나아가라는 위로와 용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점선의 영역>. 이 책은 그리 길지 않는 장편소설이라 빠르게 읽었지만 읽고 난 후 더 고민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앞을 알 수 없어 힘들어가는 분들이나 취업문제로 고민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고 길지 않으면서 강렬한 소설을 찾고 계신 분들이나  판타지, 호러, 연애 이 모든 장르를 한 꺼번에 들어간 소설을 읽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묘한 여운을 남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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