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컵은 네가 씻어 걷는사람 에세이 2
미지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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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컵
을 네가 씻어

사람은 좌절도 겪으면서 울기도하면서 크는 거라고 옛날 어른들은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실의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특히 우리 주위의 엄마, 아빠, 혹은 아이들... 아마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일 수록 그 사람을 잃었을때 상실감은 더 크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겨우 20개월이 된 아이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에 집중합니다. 사실 누군가를 잃는 상실감을 겪으면 다른 그 어떤 '말'들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데 이 책의 저자는 그 '말'들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31여가지의 말과 그 말에 대한 작가의 솔직하고 안타깝지만 응원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올해 서른 여덟 살이 되었다. 서른 여섯 중반까지만 해도 분명 나는 그냥 아이 엄마예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그 아이가 예고도 없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러니 이제 아이 엄마라고 말할 수 없다. ... 육아는 늘 잠과의 싸움이었으니 가장 부족했던 잠을 자본 것이다. 온종일 누워서 자고 또 잤다. 하지만 뭔가 좀 가뿐해질 줄 알았는데 자도 자도 몸이 편안해지기는 커녕 가슴속은 더 아팠다. 또 눈만 뜨면 시도 때도 어벗이 눈물이 쏟아졌다. 분명 쉬려고 했는데, 이상했다.

...

그래서 나는 가장 확실한 사실만 생각하기로했다. 나는 내 가장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냈다. 그것은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으며 그래서 다시는 예전처럼은 살 수없다. 어차피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나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하는 고민 따위는 이제 그만두어도 된다. 그 대신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나라도 나의 아랫배가 아닌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겠다."


사실 프롤로그를 읽자마자 울컥했습니다. 가장 소중한 존재, 아직까지는 나에겐 부모님, 가족이 제일 소중한 존재인데 직접 자신이 낳은 아이가 어느순간 갑자기 사라져버렸을때 그 상실감이란... 도저히 상상이 안갑니다. 아니 도저히 상상이 갈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의 제일 처음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잘가"라는 말을 할때는 정말 울컥해서 같이 울고 싶었습니다. 맨 처음엔 다시 살아가기위해 저자가 선택한 것이 왜 '말'이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행이나 좋은 글등이 될 수도 있지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에 집중했었는지 알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하지 않아도 될 말도 있고 해야하는데 하지 못한 말도 있습니다. 그 상황에 너무 갑작스러워서, 너무 당황스러워서, 너무 망설이기만해서 우리는 할 말을 놓치고 맙니다. 이렇게 후회했던 순간들이 모여 우리는 우리자신을 더욱 더 궁지로 몰아넣고 슬픔에 빠지게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그래서 우리자신을 더 궁지로 몰아서게하는 그동안 하지 못한 "말", 후회하고 가슴속에 묻어둔 그 말을 꺼내게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처럼 그동안 묻혀두었던 말들을 꺼내보았습니다. 그동안 보려하지않았던 후회만하고 묻어둔 그 말을 꺼내면서 저 자신을 위해 그 말을 해보았습니다. 왠지 속이 시원하고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상실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을까에 대해 궁금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저도 같이 그녀가 하는 말들을 읽으면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저도 그녀와 같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면서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상실의 순간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에 집중하면서 그 말들을 해보면 어떨까요? 이 책이 저자와 같은 상황을 혹은 다른 상황이지만 상실감에 빠져있는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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