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클래식한 사람 - 오래된 음악으로 오늘을 위로하는
김드리 지음 / 웨일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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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을 때,

그러나 내 마음만은 잃고 싶지 않을 때, 왠지 클래식한 사람이 되고 싶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중략)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 캬~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짝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변훈, <명태>


나는 인간이 움직일 수 있기에 누구에게나 음악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심장의 리듬 속에서 살고 있다.

1분에 60~70번씩 쿵쿵거리는 심장은 음악으로 치면 안단테나 모데라토 일 것이다.

마에스트로인 심장의 지휘 아래 몸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우리의 걸음걸이에도 리듬이 있고 말에도 리듬이 있다.


(p,58 조지 거슈윈, <I GOT RHTHM)


21세기에는 더 이상 이런 서정적인 멜로디로 우리의 우울함을 어루만져주는 클래식 작품을 찾기가 힘들다.

이제 우리는 '클래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클래식하지 않은 시대에도

여전히 클래식한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오랜 역사를 지나오면서도 꾸준히 사랑받은 곡들을 신뢰하고 그 단단함에 의지한다.


(p,202-203 새뮤얼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



첫 부분의 플루트 선율 뒤에 이어지는 부드러운 클라리넷의 멜로디가 달 박사의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따뜻하고 자상하게 '할 수 있어'라고 속삭이면 피아노가 마치 아빠의 걸음을 따라가듯 조심조심 음과 음 사이를

옮겨간다. 라흐마니노프가 어렴풋하게 달 박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조금씩 용기를 내는 것만 같다.


(P.329,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우리는 일상 속의 수많은 음악들과 만난다. 딱히 음악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밥을 먹다가도 걸어가다가도 휴식시간에도...

하지만 여전히 클래식 음악은 나에겐 어렵게만 느껴졌다. 왠지 클래식음악이라고 하면 바로크시대 낭만시대 등등 어려운 세계사를 외우듯 음악사를 알아야할 것 같은 부담감을 든다. 클래식은 그 자체로 좋지만 그 자체로 즐길 수 없는게 나에겐 부담스러웠다. 클래식을 듣는이들은 모두 이 곡이 누구의 몇번째 피아노 협주곡이고 여기서 쓰인 악기들은 무엇이고 등등 음악에 딸린 상식들을 알아야 될 것 같은 부담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이들을 위한 <왠지 클래식한 사람>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에 대해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마음을 건네는 책이다. 오래된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과 포근함을 그저 느끼길 바라고 즐기길 바란다는 저자 김드리는 현재 뮤지컬 음악을 만드는 감독이자 디지털 사운드의 화려함보다는 낡은 피아노의 따뜻함을 좋아하고 편리한 앱이 많아도 아직 수동식 메트로놈의 태엽을 감는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제목에 끌렸기때문이다. '오래된 음악으로 오늘을 위로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클래식과 나는 조금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거리가 멀었던게 아니라 단지 '내가 클래식을 멀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도 "과연 이 책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서문에서 "클래식이라고 해서 어느 시대에 만들어졌는지, 어떤 편성과 형식인지 꼭 알고 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모차르트나 베토벤과의 첫 만남이 두렵다면 그저 편안하게 그가 어떤 인상을 가진 사람인지 파악만 해보라"라는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그동안 가졌던 클래식의 편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클래식들은 복잡한 설명과 양식대신 단지 음악가가 어떤 인물이고 이 음악이 탄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에 집중하며 작가의 순수한 느낌에 의해 소개된다. 복잡한 설명대신 작곡가들의 일화들과 성격들을 읽으면서 음악이 탄생한 배경들을 읽어보니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음악이 그 자체로 다가왔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클래식만큼 편안하게 오래된 친구처럼 위로하는 음악은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클래식음악, 즉 고전이라 불리는 그 시대의 노래만을 담고 있지않다. 영국의 유명 팝가수 비틀즈의 노래도 담겨있고 요새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그 음악,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도 담겨있고, 서태지의 노래도 있고 에릭 클랩튼의 노래도 담겨있다. 그래서 이 음악들이 정통 클래식음악 사이사이에 등장하며 반가움을 느낄 수 있어서 이 책을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클래식음악들은 그 자체로 너무 위로가 되었다. 클래식 음악을 작곡한 그 작곡가의 배경지식을 알고 읽으니 더 음악이 작곡가의 마음을 따라 느껴졌다. 그전까지는 세세한 부분들도 알아야 클래식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클래식을 가벼운 마음으로 작곡가의 감정을 따라가며 클래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클래식이 주는 편안함과 오랜된 음악으로 오늘, 현재, 지금을 위로받고 싶다면 <왠지 클래식한 사람>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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