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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북소리
휘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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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로 '말하자면, 가을'이라는 시가 기억에 남는다. 가을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을에 대한 시들이 눈에 띠는데 '말하자면, 가을'을 읽으면서 '가을'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어느정도 무르익었다는 뜻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하고 포근했던 봄같은 사람에서 어느새 가을같은 사람이 되면 삶의 애환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그윽해지고 단풍잎이 물드는 것 처럼 곡식과 과일들이 익는 것처럼 무르익는 나이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시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었던 3행과 4행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가을이란
정갈한 은행나무같이
빛나던 한때를 버려 더욱 애틋한
오래된 희망에게
따뜻한 안부를 묻는 것
말하자면, 가을이란
알게 모르게 그윽해지는
삶의 눈동자를 닮는 것이다
-말하자면, 가을 /휘수-
두번째로 '생生, 밑줄을 긋다'라는 시가 기억에 남는다. 생과 사 그 가운데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해나가야할 과제와 문제에 대한 고뇌를 담고 있는 이 시는 삶을 살면서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노력했지만 반복되는 시련들에 의문을 갖는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시였다. 삶 속에서 우리는 문제의 상황을 만나고 하나의 고비를 해결했다하면 또 다른 고비의 순간들을 만나 괴로워한다. 이 시의 두번째 행과 세번째 행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너를 읽는다 왜 치명적인 오독은 사소한 어긋남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왜 딱지의 두께를 우려하는 내상의 오독은 오랜 긍정 후에야 드러나는 것인지 왜 그렇게 하얗게 시치미를 떼어야 했는지 묻고 싶다
......
너를 읽어도 배고프고 읽을수록 배고프다
......
답이 수없이 많은 너는 누구인가, 나는 오늘도 수없이 밑줄을 긋는 것이다
-생生, 밑줄을 긋다/휘수-
생, 삶의 답을 찾는 우리들의 고뇌를 잘 표현한 시라고 생각되었다. 이 시의 제목처럼 살아간다는 것이란 생에 밑줄을 긋고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때문에 답이 수많은 너, '生'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느낀 의문과 고뇌들이 공감되었고 긴 여운 주었다.
시집을 읽는다는 것, 시를 읽는다는 건 언제나 설렌다. 시는 소설이 갖지 못한 함축적이고 시를 읽는 독자들을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이번 <구름 북소리>시집을 읽으면서도 삶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삶의 무겁고 어려운 부분까지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사랑과 자연, 인간, 삶의 다양한 모습에서 생각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보게 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삶의 풍경을 돌아보고 사랑과 인생에 대해 정해진 정답을 묻기보다 정답으로 이끄는 과정을 묻고 있는 것 같았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시집 한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 그런 분들께 인생과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구름 북소리> 한 권을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