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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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에 도착한 한 권의 책은 표지도, 제목도 참 신선하다. 읽던 책 내려놓고 따끈따끈한 신간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제법 진솔하고, 이렇게 일찍 철이 든 청춘이라니

무척 여러 부분에서 나의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게 한다.

 

글이 장황하지 않지만, 문장들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어쩜 이렇게 잘 비유하는지. 평범한 반찬이라

고해서 만드는 과정까지 쉬운 건 아닌데...라는 문장은 내가 주부라서 더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외식보다 집밥을 선호하는 우리 집이다 보니 바쁠 때는 정말 동동거리며 반찬을 준비한다.

과정은 부산한데, 정작 먹고 치우는 시간은 순식간인 경우가 대부분일 때 잘 먹었으나 가끔은 허탈해

질 때가 있다. 그게 매일의 반복이니 친구 말대로 알약 세 알의 시대를 기다려봐야 하나.


삶이 반짝이지 않는다고 노력까지 초라해지는 건 아니라는 진리를 벌써 아는 청춘.

평범함 뒤에 숨겨진 노력에 조명을 비춰주는 마음을 글로 일깨워주는 작가라니 기분 좋게 문장들을

따라간다.

 

같은 곳에 살아도 마음속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세계를 본다. 집을 찾기 시작하면

집만 보이고, 나무를 찾기 시작하면 나무만 보이는 것처럼, 집을 찾는 사람이 나무를 찾는 사람을 만날

때 세계는 조금 낯설어지고, 꼭 그만큼 넓어진다.
혼자서는 아주 좁고 얕은 세계밖에 볼 수 없어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기웃거리며 어제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본다. 🔭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도 즐겁지만, 우리는 종종 타인으로 인해 숨겨진 내 안의 취향을 발견

하기도한다.

성인으로 본인의 삶을 꾸려나가는 좌충우돌의 상황들과, 가족, 친구, 그리고 사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써 내려간 글을 읽으며, 진정으로 좋아하고 챙기고 싶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와 사소한 것 같아 보이는 것들의 거대함을 깨닫는다.

오곡밥 에피소드에서는 눈물도 한 방울;;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종종 물질적인 큰

선물보다 작은(과연 작다고 할 수 있을까?) 마음 씀씀이에 감동하는 순간들이 더 많은데 그걸 알면서도

일상에서 많은 순간들에 야박한 심보가 발동되는 순간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소확행이 사회적인 이슈로 많은 이들의 관심사로 대두되지만 우리는 말로만 소확행을 외치고, 일상의

많은 시간들에는 크고 멀고 불확실한 행복을 쫓아다니는 것은 아닐지.

불확실한 그 크고 먼 행복을 기다리며 좌절을 느끼는 순간은 한없이 나락으로 가라앉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삶은 늘 좋기만 하거나, 늘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어서 오르락 내리락하며, 마음을 다독이며

그렇게 살아가게 되나 보다.

책 속 에피소드 중 작가가 엄마에게 "내가 좀 더 잘 살아볼게"라고 되뇌던 문장이 이제 갓 성인의 문턱에

다다른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도 어쩐지 든든하고 흐뭇하게 와닿았다.

어려운 시대에 고군분투하는 많은 청춘들에게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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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허밍버드 클래식 M 6
브램 스토커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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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20년전에 출간된 흡혈귀문학의 원조인 이 작품을 원작으로 만날수 있다니 너무 반가워요. 완역본이 주는 맛을 제대로 느끼며 읽어볼 기대로 이번 여름이 덥지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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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공부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서수빈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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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공부법에 대해 쓴 책이지만, 결국 언어학습의 방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언어를 배우는 가장 확실

한 동기부여는 생존형, 그리고 현지에서 직접 활용해보는 빈도를 높이는 것.

학창시절에 영어와 프랑스어 그리고 한자를 배웠던 세대인 나는 언어학습의 적기를 어느 정도 믿는 편

이기도 하다. 프랑스어는 영어와는 달리 학창시절에 제2외국어로 접한 것뿐인데도 여전히 그때의 기억

이 아주 없어진 것이 아니어서 유렵 여행에서 정말 얼마나 신이 나던지.

일본어도 교양과목으로 대학 때 잠깐 배웠는데 확실히 뇌가 기억하는 빈도가 또 다르다는 걸 실감.

언어학습의 기준을 세우고, 각자의 성향대로 또 가장 대중적인 언어학습법으로 중국어 익히기.

그나마도 중국어는 한자를 어느 정도 알면 대화는 불가능해도 현지에서 어느 정도 활용도가 생긴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이 책의 접근 방식은 언어학습의 기본자세 정도를 준비운동 삼아 익히고,

학습적인 접근으로 넘어간다. 단기간에 언어의 습득이 되는 것이 아니니 역시 장거리 달리기임을

각오하고 꾸준히, 단 적극적으로 일상의 틈에서 비중을 높여야 한다.

저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책 속에서 연결이 되니 활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학습 파트에서 발음 듣기로 바로 연결되는 구성이 요즘 책들에서 자주 활용되는 것은 또 편리하다.

언어는 삶의 반경을 높여준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확인한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

하는것이 동반되어야 한다. 애정을 가지고 언어 자체보다 문화적인 친근함을 동반하는 것이 학습에 대한

능률도 높인다. 책에는 중국에 관한, 중국 문화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소개한다.

이 책 한 권으로 중국어를 마스터하기가 목표가 아니라, 언어학습의 방법과 접근 방식을 익힌다.

재미있고 실용적으로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도 아니지만, 또 삶의 다양한 경험들을 동반하니

이왕이면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넓은 세계를 접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방향이다.

요즘처럼 글로벌한 네트워크가 발달한 시대에는 얼마나 외국어를 배우기 좋은 조건인지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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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 - 지도를 읽으면 부와 권력의 미래가 보인다
김이재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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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있는 지도책은 없었다. 심지어 기획과 구성이 너무 알차다.

지도력地圖力에 대한 정의부터, 발로 뛰는 현장형 학자인 지리학자의 시선이 담긴 인사이트가 풍부했다.

사람의 삶의 반경을 넓히는 두 가지 방법으로 운전과 외국어를 꼽는데 저자는 무려 6개국어를 구사한다

하니 지도력에 더해 조금 더 시야가 밝는 삶이라는 점에서 부럽기도 했다.

지리는 국가와 사회의 흥망을 좌우한다고 할 만큼 지리학은 통치자의 학문으로, 현장성을 포함해

공간적 의사결정으로 다양한 시선으로 조망하는 능력을 다룬다.

지도는 그래서 역사적으로 개척자의 필수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책에서는 권력의 지도, 부의 지도, 미래의 지도라는 세 가지 주제로 세계사를 바꾸고, 세계 경제를 주름

잡아온 지리와 관련된 사례들을 분석하고, 예측한다.

지리적 존재인 호모지오그래피쿠스인 인간 역사의 기원에서부터, 역사적인 인물 중 아리스토텔레스와

알렉산더 대상의 사례를 들었다.

지도의 강국이 세계를 장악했던 대영제국의 왕립지리학회를 소개하고, 우리나라에도 조선 초기에

아시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까지 표시된 <일강리역대국도지도>로 당시 조선의 왕실과 통치자들의

혁신적인 세계지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교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했던

안타까운 사례들도 제시한다. 실학자 이익도 지도력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사대부들은

세금 징수의 기준이 되는 국내 지도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던 아쉬운 부분이다.

세계무역을 주도했던 네덜란드에도 어김없이 지도 열풍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지도를 많이 그린 화가이기도 하고, 그의 작품 중

지리학자를 표현하는 재료로 금보다 더 비쌌던 청금석을 재료로 하는 푸른 물감을 듬뿍 써서 그에 대한

존경심과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두 번째 파트인 <부의 지도>에서는 우리에게 명품으로 익히 잘 알려진 에르메스, 루이비통, 구찌,

샤넬 등 고전적인 브랜드를 비롯해 스타벅스와 삼성전자 등 다양한 기업에 얽힌 스토리를 통해 지도력과

연결된 그들의 브랜드 성장 역사를 지리와 관련해 재미있게 소개했다.

근간에 에르메스 전시에서 유독 말과 관련된 작품들이 많았던 이유들이 이제서야 더 이해가 된다.

에르메스 기원의 최고 고객이 말이었던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니 브랜드의 성장에도 통찰의 지도력이

반드시 필요함을 느낀다.

지리적 상상력으로 세계를 점령한 브랜드 샤넬의 이야기 또한 책으로, 영화로도 워낙 많이 소개가 되어

익숙하지만 지도와 관련된 관점으로 지리적인 성장 배경이 기반이 되고, 샤넬은 자신의 운명을 지도력

으로 극복하여 브랜드 성장 기반의 핵심요소로 활용한 결과를 만들었다.

마지막 <미래의 지도>파트에서는 지도력을 기반으로 앞으로 나아갈 비전을 제시한다. 과거의 지도력이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주요 기반으로 한다면 현재를 시작으로 앞으로 미래의 지도력은 훨씬 더 정교하고

빨라졌다. 먼저 이동하는 자가 큰 기회를 잡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계는 하루의 생활권으로 묶였

고,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놀라운 것은 과거의 콜레라 시대에도 콜레라 지도가 있었듯, 지금의 코로나 시대에 지도력은 그때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신년에 달력을 보는 사람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라고 한다. 지도를 펼치는 사람이 앞으로

100년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인용된  이어령 교수의 문장을 읽으며 역시 시대를 앞서가는 석학의

통찰에는 지도력이 이미 오래전부터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았음을 알게 된다.

지리적 상상력이 판타지 문학 속의 상상력과는 다르게 구체적인 현실과 경험에 기반을 둬 사고를 확장해

나간다는 점과 지도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주변 경관을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지리적 상상력의 꾸준한 훈련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자연환경과 인문적인 요소를 통합사고하는 과정에서 지도력의 공간적 분석을 습관화하는 연습이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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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행복하라 - 10만 부 기념 에디션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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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표제 글로 작년에 스님의 열반 10주년을 맞아 출간되었던 책이 벌써 10만 부 기념 에디션이

나왔다. 한층 차분해진 하드커버 양장본이 개인적으로 반갑다.

본문 그림 삽화는 장욱진 화가의 그림이 흑백으로 담겼는데 샘터와 장욱진 화가의 인연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샘터의 표지화를 그리기도 했던 화가다.

장욱진 화가의 글과 그림을 모아 출간된 책 속에 삽입된 샘터 표지화가 그래서 더 반가웠다.

 

이미 일독을 했던 책이지만 기념 에디션으로 다시 읽으니 또 새록새록 하다. 요즘은 주로 다독이다 보니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많이 놓치는 아쉬움이 있다. 올해는 다독보다 느리게 읽는 독서를 계획

했지만 역시나 실천이 어렵다. 그래서 오랜만에 휴식처럼 이 책을 그렇게 읽었다.

책은 행복, 자연, 책, 나눔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스님의 글을 모았다.

스님의 <텅빈 충만>은 최정화 작가의 작품에서도 인용되었을 만큼 이미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남겼다.

전시해설할 때 그 작품에서 유독 사람들이 감탄사를 자아내곤 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생각보다 우리가 일상에서 감동하는 순간은 꽉 차있을 때보다 비어있는 순간이다. 여행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요즘처럼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날들에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는지도 모르겠다.

 

 

텅빈충만, 무소유... 스님의 가장 큰 화두는 아마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 재독을 하며 새롭게 다가온 주제는 스님의 책 이야기였다. 스님이 언급한 책 한 권을 읽어보려고

메모해두었다. 책으로 나누는 공감이 좋아서 책 속의 책이 쌓인다.

 

요즘 초상화, 자화상에 관한 책과 전시를 봐서인지 스님의 글에서 얼굴에 대한 부분도 와닿는다.

어쩌면 우리는 늘 나보다 타인을 삶의 지향점으로 삼는 순간이 많은 지도 모르겠다. 스님은 각자 자기

나름의 빛깔과 모습과 향기를 지니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얼굴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얼굴은 얼의 꼴, 정신의 탈이라고도 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 깨어있지 못하면 현상들을 쫓아다니게

되기 때문에 스스로 현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부분을 마음에 새긴다.

스님의 글을 따라 배움에 대해, 비움에 대해, 나눔에 대해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본다.

"즉시현금 갱무시절 卽時現今 更無時節"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는 뜻으로 한번 지나가 버린 과거를 가지고 되씹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기대를 두지 말고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최대한으로 살라는 법문에 공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매 순간 누리는 날들이길 지향한다.

스님은 알고 있는 것과 행하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도 방향을 제시한다. 반복된 훈련의 첫걸음.

상기하기가 필요할 때 다시 이 책을 펼쳐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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