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월간 샘터 2021년 10월호 - 비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월간 샘터 620
샘터 편집부 / 샘터사(잡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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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10월 호의 주제는 "비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였다.  반면 나의 10월은 너무나도 꽉 차서 일상 폭발

의 수준이었지만 샘터의 글은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코너들이 많아서 이번에도 다양한 사람들의이야

기를 듣는다. 올해는 이상기후로 날씨마저 가을을 빼앗아간 듯. 가을인가 싶었는데 벌써 두툼한 옷을

꺼내 입고 있는 일상이 되었다. 반면에 늦은 단풍은 이제서야 가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요즘.

많은 비워내기의 삶 중 이번 달에 소개된 것들 중에는 TV 없이 살아보기, 부정적인 말 줄이기. 소음과

멀어지기, 걱정 덜어내기, 밀가루 줄이기. 인맥 욕심 내려놓기 등에 대해 다룬다.

그중에서 가장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부정적인 말 줄이기>였다. 보통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을 때

몇 마디만 나눠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 종종 드러나곤 하는데 유난히 부정적이고, 걱정근심이 많은 사람

들이 있다. 말의 힘에 대해 믿는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가장 힘이 빠진다.

합부로 내뱉는 말이 아니라,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이니 더욱 신중하게 하고 싶은 일.


요즘 멍 때리기의 일상 이야기가 종종 이슈가 된다. 불멍. 물멍.숲멍등등 현대이의 바쁜 일상에 멍 때리기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내게 가장 필요한 멍 때리기의 순간들에 대해 솔깃하게 들어왔다.

에탄올 난로/수초 어항/빔프로젝터 모두 공감되지만  인공적인 멍 때리기의 일상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분명한 건 일상의 여백은 꼭 필요하다는 것. 일부러라도 갖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멍"의 순간들.

사실 요즘 나도 실천 중인 건. 출퇴근길 전철에서 가끔은 책 안 보고 음악 들으며 하는 "음악멍"

밀가루 단식은 건강을 생각할 때 또 종종 실천하려고 하는 부분이다.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찾기 어려울 만큼 일상의 탄수화물 너무 좋아하는데 어째 몸에서 보내는 반응은 점점 거부의 신호를

보내온다. 이왕이면 건강하고 맛도 있는 음식들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반려식물 키우기는 종종 시도하면서 종종 실패하는 부분이다. 아.. 그러고 보니 요즘 매일 출퇴근하느라

우리 집 화단 사정을 체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네. 이제 날도 추워져서 베란다 화분들을 몇 가지

안으로 들여야 하는 시기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피톤치드는 심지어 코로나 바이러스를 거의 사멸시

키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더욱 반려식물들과 친해져야겠다.

요즘 나의 일과 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옥 이야기가 새삼 남다르게 다가왔다.

전시해설하느라 한옥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한옥은 진짜 건강한 주거환경이 틀림없는 듯.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한옥

생활. 한편으로 요즘 나에게 주어진 호사의 하나이기도 한 한옥.

이번 <지구별 우체통>에서는 스페인의 와인과 한국의 술에 대한 차이와 공통점에 대해 다루었다.

어쩌면 각 나라마다 저마다의 환경이 다를 뿐 살아가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다양한 식문화는 또 그 나라의 문화를 보여주는 가장 친근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10월의

마지막 날 우리 가족도 멕시칸 요리를 먹으면서 보냈네.

이 외에도 도심 한복판의 <석파정>에 대한 기사와 지금은 거의 보기 힘든 빨랫줄을 고정시키는

바지랑대 이야기 등 친근하고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가득했던 샘터의 10월은 무르익어가는 단풍만큼

이나 여전히 풍성하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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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
손웅정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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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자식을 키워낸 부모들의 이야기는 이제 너무 많은 책들로 출간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성공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는다.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이자 전직 축구선수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책의 저자,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가 쓴 이야기라고 해서 사실 나는 읽기 전부터 답장 너 같은

식상함에 기대감이 제로인 채로 첫 페이지를 넘겼다. 그런데 결론은 나는 이 책을 엄청 열심히 읽고 있었

고 또 많이 공감했고 부모의 역할에 대해 또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 하나를 키워보니 나 스스로의 삶 자체를 꾸리는 일보다 너무나도 큰일이라고 느껴졌고, 또 많은

순간 벽들에 부딪쳤던 시간들이었다.

우리는 종종 우물 안 개구리를 비웃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간 우리가 알고 있고, 실천해 온것들

에 집착하며 자신만의 우물에 갇혀있곤 한다. 안다고 모두 실천하는 것이 아닌 대표적인 현실의 삶.
큰 부모는 작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울 수 있고, 작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작게 키운다고 하는 책 속

문장이 나를 뜨끔하게 한다.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많은 순간들에 나는 많은 간섭을 했고,

또 그게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고 핑계를 만들곤 했다. 자유와 방임의 경계를 늘 고민했고, 그때는 최선

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에 대한 후회의 순간도 많았다.

 

엄마인 내 인생을 꾸리는 일과 아이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은 너무나도 달랐고 많은 고민의 시간들을

마주하게 되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나를 포함해 많은 부모들은 자식이 실패의 경험을

덜 겪게 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종종 편법을 동원해 자녀들의 화려한 스펙을 만든 기사를

어렵지 않게 마주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며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말을 아이를 키워보니 알겠다.

당장의 성공이 아닌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부모이고 싶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삶이 아니라, 노력하고 성장하는 삶의 방식을 가르치는 부모이고 싶다.

실력 있는 축구선수 아들을 키워낸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꾸려나갔고, 그 과정에

서 아이들을 키워낸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부모의 삶의 태도가 자녀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성장의

환경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많은 말을 하기보다 삶의 철학으로 자연스럽게 물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라는 말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골을 넣었어도, 승리를 했어도, 우승을 했어도 지금 해야 할 일은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말은 부모로서 그의 철학을 온전히 담은 말이었다.

'나무는 정면이 없다. 바라보는 쪽이 정면이다. 나무는 경계가 없다. 모든 것이 넘나든다. 나무는 볼때

마다 완성되어있고, 볼 때마다 다르다.'


인생의 목표를 성공에 두기보다 성장이라는 좌표를 설정하고 나아가는 삶을 응원하며, 내 만족이 아닌

아이의 인생이 온전한 그녀의 삶으로 자리하도록 하는 것이 엄마인 나의 철학이자 희망사항이다.


소유한다는 것은 곧 그것에 소유당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내가 무엇을 소유한다'라고 하지만
그 소유물에 쏟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우리는 도리어
뭔가를 자꾸 잃고 있는 것이다.

잡다한 것들로 채워지는 순간 선택할 것이 많아져
우왕좌왕 시간과 열정을 허투루 쓸 확률도 높아진다.
<책 속 문장中>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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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스타일의 문화사 -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에 담긴 시대정신과 욕망
엘리자베스 세멀핵 지음, 황희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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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4,500년 전 신발부터 현대의 신발까지 13,000여 점에 이르는 세계의 신발을

전시하는 캐나다 토론토의 <바타 신발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로 신발의 역사를 통해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신발은 가장 아래에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그것을 신는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가장

확실하고 정확하게 말해준다.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라는 말이 그만큼 신발의 비중을 말해

준다. 일단 다양한 신발을 구경하는 재미부터 ​역사적인 이야기가 더해져 흥미진진하게

다양한 신발에 얽힌 이야기들 읽었다. 샌들, 부츠, 하이힐, 스니커즈에 담긴 시대정신과

욕망을 담은 신발은 신은 사람의 성별과 성격과 더불어 추구하는 가치까지 담아낸다.
"패션은 전략이다!"라는 이미 오랜 진리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발레슈즈에 대한 로망을 갖는다. 신발의 좌우 구분이 없는

발레슈즈의 기원이 되었던 패셔너블한 구두형 샌들을 신을 필요가 있었던 발레 댄서들.

좌우 구분이 없는 신발은 두 개의 신발들이 없어도 가능한 이유 때문에 생산속도의 향상을

위해 한동안 유지되었다가 제조 기술이 좋아지며 구분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신발이 발가락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은 여러 차례 번복됐다. 해변에서도

발을 드러낼 수 없었던 시기 끈을 묶는 형태의 면 소재를 사용한 코르 티크를 착용했다.

여성은 몸을 감추어야 한다는 오래된 문화적 요구로 인해 해변에서 이런 부츠형의 샌들을

신었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책 속에는 다양한 삽화나 신발에 대한 자료가 풍부하게 수록되어 박물관에 직접 가서

관람하는 느낌을 방불케 한다. 신발이 디자인적인 면을 추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적

인 면을 고려했던 이유들까지 더해져 변천의 역사는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양말을 신는 것과 벗는것에 대한 여러 이견들까지 더해져 건강에 관해 항생제가 없던 시대

신발의 디자인과 설계는 건강과도 당연히 직결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플랫폼과 웨지가 만들어낸 샌들의 혁신은 명품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을 통해 다양한 형태

로 변형되어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까지도 우리가 종종 신곤하는

신발들의 기원이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처럼 돌고 돌아 다시 통용된다는 것도 보인다.

남자들이 경멸하는 신발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경우가 있더라도 유행과 멋은 끊임없이

시도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재료들로 진화해 간다.  패션은 그런 면에서 늘 도전이고

실험이기도 하다.

플랫폼 샌들에 덧씌워진 성적 이미지는 많은 논란을 유발했고 필요 이상으로 에로틱하게

해석되기도 했지만 기능적인 측면보다 역시 디자인이 주는 매력은 때로 과도한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성별의 구분이 뚜렷한 신발부터 예술적인 미의 가치가 높은 신발

들이 만들어졌다.

새틴 원단으로 만든 애들레이드 부츠는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함을 선사한다. 이런 신발을

신고 나가면 어디 땅을 마음 놓고 밟겠나 싶지만 실제로 발에 신어보기만 하는 용도로 만들

어진 신발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신발에 관한 역사와 그 문화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으며 단지 신발이 기능적인 면과 디자인

스토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신발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서

인간사에 대한 이해가 한층 높아졌다. 더불어 인간의 솜씨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고 하면

좀 과장일까?

역사 속에서 많은 신발들은 인간의 생활 속에서 역할을 수행하며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진화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종종 개인적으로도 신발을 좋아하고 모으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접하는데 사람들이 왜 신발에 중독되었는지에 대한 이슈도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용도에 따른 신발이 필요하게 되면서 하나의 취향으로 인정되어왔다.

그러다 보니 신발을 넣을 수 있는 신발 트렁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취향은 또 하나의

문화가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스타일의 역사 중에서 신발의 역사를 그야말로 폭넓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신발의 스타일과 역사를 다루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의 역사를 다룬다.

신발 하나로 사람의 취향과 성향을 알아내듯 인류사의 변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하나의

재미있는 키워드로서 기대보다 훨씬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흥미진진

한 역사의 키워드는 없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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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해 있다 - 어제는 아프고 오늘은 슬픈 이들에게 전하는 마음 수행 산문집
인현 스님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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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수행 산문집은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수행자 인현 스님이 엮은 사색의 글들이 담겼다.

빼곡하게 채워지지 않은 짧은 문장들이 주는 울림을 따라 마음 수행에 동참한다.

종교와 상관없이 우리의 삶은 늘 사색과 성찰이 필요한 날들이니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사는 우리는 그 여정에서 좋은 벗을 만나기도 한다.
타인의 속도에 편승하지 않고 내 걸음을 조절하며 걸어가는 것. 때로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는 이유이기

도 하다. 재촉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 수행이니까.

 

부산한 출근길 전철에 탑승하고 나서야 숨을 돌리는데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마음에 와닿는다.

빼곡한 글씨와는  또 다른 간결한 문장들이 주는 힘을 우리는 종종 잊곤 한다.


코로나 시대를 꼬박 2년째 마주하며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사회 전반의 우울감이 높아진

시대라고 한다. 사소한 일로 민감해지기 쉽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도 잦아졌지만 그마저도 감당해야

하는 시대를 살다 보니 스스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을 확보하는 일도 꼭 필요하다.

기도는 종교를 떠나 마음의 소리를 듣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습관처럼 일기를 꾸준히 쓰는데 책을 읽다 우리 일상의 잠깐의 여유가 주는 힘을 깨닫는다.

일부러 순례길을 걸으며 고행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분명 고된 길의 여정에서 발견하는 것들에 대한

기쁨을 기대하기 때문일 거다. 순례 길이 아니라도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산책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힌트가 되어준다.

더디고 멈춘 것 같은 일상에서도 계절은 우리에게 시간의 흐름을 일깨운다. 불과 얼마 전에도 반소매

옷을 입고 더운 날들을 보냈는데, 어느새 겨울 코트를 벌써 꺼내 입어도 어색하지 않다.

간절기가 없어진 올가을의 날씨가 다소 아쉽지만 어쨌든 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만든다.

각박하지 않고, 인색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은 내게는 종종 이런 책들이 또 하나의 구심 처가 되어

준다. 나만의 보폭을 유지할 것.

하나하나의 돌탑을 쌓아가듯 매 순간, 매시간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들이 우리의 길을 만든다.

돌탑 하나를 쌓아 올리듯 그런 진중함을 갖기도 전에 우리는 종종 등 떠밀리듯 그런 날들로 채워가는 건

아닌지. 이 한 장의 사진이 마음에 다가오는 이유다.

 

산책, 사색. 일상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나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내 몫을 챙기는 삶의 끝에도 여지없이 다가오는 공허함은 가장 중요한 마음

챙기기가 소홀해진 탓이다. 이동하는 시간에도 늘 책을 읽었던 내 일상에서 요즘 일정 시간의 멍때리기

를 의도적으로 하고 있다. 매일 왕복으로 건너는 한강철교가 새롭게 다가오고, 한강의 윤슬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참 구석구석 새로운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물질적 여유와는 다른 마음의 여유도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었다.

타인의 목소리에 집중하느라 내 목소리를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명상 같은 책을 읽으며

나만의 보폭을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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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 - 김봉렬의 건축 인문학
김봉렬 지음 / 플레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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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이라는 시간을 축적한 건축물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오래된 건축물은 많은

세월의 흔적을 담아 그 자체로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언젠가부터 오래된 건축물을 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그 안에서 건축물 또한 경쟁하듯 화려하고 높아지는

그런 날들 속에서 어딘지 내공을 품은 건축물들이 고요하게 와닿았던 책.

이 책은 서울신문에 2년간 연재되었던 글들을 보완하여 책으로 출간되었다. 원시부터 현대까지의 시대

별 28개 건축물들이 무덤부터 사찰, 서원, 주택과 성곽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각각의 건축물들이

담은 사유들을 따라 글을 읽는 자체가 때로는 여행 같고 사색을 불러온다. 근간에 가까운 곳에 하루

코스 여행을 다녀왔는데 넓은 공간에 조화롭지 못한 각양각색의 건물들이 부조화를 이루며 실망감을

안겨줬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리 좋은 건축물이라도 공간과 장소에 어울리는 요소는 분명히 있음을

알게 한다.

요즘 어쩌다 보니 특별한 한옥에서 해설할 기회가 주어져서 공부를 해보니 한옥에 대한 매력이 눈에 들

어온다. 우리 조상들이 지혜가 우리 문화 곳곳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경험을 한다.

책 속에 자료 사진이 많아서 그 자체로도 멋진 콘텐츠가 된다. 고조선의 고인돌부터  시대를 따라 책 속

에 담긴 장소들을 기회가 되면 찾아가 보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듯  설명이 더해지니 든든한

답사 자료가 된다. 갈 때마다 건축물 사진 찍게 되는 멋진 현대의 대표 건축 동대문 디지털플라자까지 

마곡사의 지붕색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난다. 자연과 일치하는 구조에 개울물을 사이에 둔 지형이

인상적이다. 다리로 길을 통합하는 구조를 보여준다고 한다.

도심 한복판의 고궁 창덕궁은 마음만 먹으면 자주 갈수 있는데도 시간을 내기가 영 쉽지 않다.

고궁의 가을 단풍을 올해는 좀 느껴보고 싶어진다. 더불어 금천교의 귀면과 해태는 역작으로 꼽힌다.

그 옛날에 지어진 건축물들의 디테일에 시간이 더해지고 첨단의 시대를 살아도 좋은 것은 여전하다.

 

남한산성의 조망도를 보며 건축물에 담긴 이야기와 성곽길을  따라가 본다. 청량산 능선을 따라 10km가

넘는다고 하니 그 웅장함이 엄청나다. 실제로 산성 안쪽은 낮고 얕으며 바깥쪽은 높고 험해서 청나라

군사들도 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고 하는데 이미 그 기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하나 쌓아갔을 우리 선조들의 노고가 충분히 느껴지고도 남는다.


연경당과 그 주변을 담은 <동궐도>는 효명세자가 1828년 진작례를 위해 손수 지은 왕실 전용 연향용

건물이다. 요즘 우리 옛 의식주에 관한 전시를 해설할 기회가 생겨 이 파트를 보는 감상이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이 생긴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느낀다. 그림 속 사료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더해져서 꼭꼭 눌러 그림을 읽었다.

최초의 건축물 고인돌부터 시작해서 첨단의 DDP까지 돌아오며 과거의 시간들이 진화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간여행을 했다. 과거는 연원한 현재의 연속이라는 책 속 표제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져도 남는 게 시간이라는 저자의 말대로 시간은 소멸하는듯해도 어딘가에는 그

흔적을 남기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간다.


 

과거의 건축 속에서 현대의 건축을 발견하고, 숨과 삶을 품은 건축을 통해 근원을 묻고 현재의 물음에

충실히 답을 하고, 미래로 이어가는 것. 건축의 시간을 따라 그 긴 세월의 간극을 넘나들게 되는 것.

건축의 시간이 영원한 현재라는 이유를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해한다. 고요한 시간의 흐름을 치열하게

거슬러 나온 느낌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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