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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해 있다 - 어제는 아프고 오늘은 슬픈 이들에게 전하는 마음 수행 산문집
인현 스님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10월
평점 :

마음 수행 산문집은 나다운 삶을 살아가는 수행자 인현 스님이 엮은 사색의 글들이 담겼다.
빼곡하게 채워지지 않은 짧은 문장들이 주는 울림을 따라 마음 수행에 동참한다.
종교와 상관없이 우리의 삶은 늘 사색과 성찰이 필요한 날들이니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사는 우리는 그 여정에서 좋은 벗을 만나기도 한다.
타인의 속도에 편승하지 않고 내 걸음을 조절하며 걸어가는 것. 때로 인생을 등산에 비유하는 이유이기
도 하다. 재촉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 수행이니까.
부산한 출근길 전철에 탑승하고 나서야 숨을 돌리는데 한 문장 한 문장이 모두 마음에 와닿는다.
빼곡한 글씨와는 또 다른 간결한 문장들이 주는 힘을 우리는 종종 잊곤 한다.

코로나 시대를 꼬박 2년째 마주하며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사회 전반의 우울감이 높아진
시대라고 한다. 사소한 일로 민감해지기 쉽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도 잦아졌지만 그마저도 감당해야
하는 시대를 살다 보니 스스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을 확보하는 일도 꼭 필요하다.
기도는 종교를 떠나 마음의 소리를 듣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습관처럼 일기를 꾸준히 쓰는데 책을 읽다 우리 일상의 잠깐의 여유가 주는 힘을 깨닫는다.
일부러 순례길을 걸으며 고행을 자처하는 사람들도 분명 고된 길의 여정에서 발견하는 것들에 대한
기쁨을 기대하기 때문일 거다. 순례 길이 아니라도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산책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힌트가 되어준다.
더디고 멈춘 것 같은 일상에서도 계절은 우리에게 시간의 흐름을 일깨운다. 불과 얼마 전에도 반소매
옷을 입고 더운 날들을 보냈는데, 어느새 겨울 코트를 벌써 꺼내 입어도 어색하지 않다.
간절기가 없어진 올가을의 날씨가 다소 아쉽지만 어쨌든 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만든다.
각박하지 않고, 인색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은 내게는 종종 이런 책들이 또 하나의 구심 처가 되어
준다. 나만의 보폭을 유지할 것.
하나하나의 돌탑을 쌓아가듯 매 순간, 매시간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들이 우리의 길을 만든다.
돌탑 하나를 쌓아 올리듯 그런 진중함을 갖기도 전에 우리는 종종 등 떠밀리듯 그런 날들로 채워가는 건
아닌지. 이 한 장의 사진이 마음에 다가오는 이유다.
산책, 사색. 일상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나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내 몫을 챙기는 삶의 끝에도 여지없이 다가오는 공허함은 가장 중요한 마음
챙기기가 소홀해진 탓이다. 이동하는 시간에도 늘 책을 읽었던 내 일상에서 요즘 일정 시간의 멍때리기
를 의도적으로 하고 있다. 매일 왕복으로 건너는 한강철교가 새롭게 다가오고, 한강의 윤슬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참 구석구석 새로운 것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물질적 여유와는 다른 마음의 여유도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었다.
타인의 목소리에 집중하느라 내 목소리를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명상 같은 책을 읽으며
나만의 보폭을 점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