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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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공중그네>와 <남쪽으로 튀어>로 잘 알려진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우와.... 너무 속 시원하고 쫄깃했던 스토리로 단숨에 읽어 내려간 오랜만의 소설책.

곧(11월 7일) 오픈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원작 소설이다.


"차라리 둘이서 죽여버릴까? 네 남편"

이 책의 소개 글에 등장한

이 한 문장을 실행하기 위한 그녀들의 철저한 시나리오가 시작된다.

출간된 지 무려 10년이 지난 책인데 결론마저도 속 시원한 개운함을 남겨줬다.

작가마저도 결말에 대한 고민을 마지막까지 이어갔다고 한다. 근무 중 여유시간에도, 출퇴근지하철에서도 스토리의 여정을 숨죽이며 따라갔던 단 이틀 만의 완독!

어느 날 우연히 친구의 가정폭력을 알게 된 친구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같은 피해를 받던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고, 그래서 눈앞에 마주한 친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야기의 큰 흐름은 이 계획을 주도하는 나오미의 관점과 망설임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계획이 실행되는 순간 적극적인 동조자가 되는 피해자 가나코의 관점으로 나뉜다. 연민과 절망과 분노 등 복잡한 고민에 쌓인 피해 당사자인 가나코의 감정의 변화와 대비되는 실천력 만렙의 나오미




이 책의 큰 테마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구출해 내고자 극단적인 실행을 계획하는 단순한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이들이 마주하는 상황들과, 그 관계 속에서 필연적 우연적 만남이 이 책의 스토리를 더욱 극적이고 흥미진진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 삶은 논픽션이지만 우리는 종종 픽션 같은 순간들을 마주하고, 최악의 상황에서 최상의 상황들을 이끌어내기도 하는 복잡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연히 내리는 빗줄기마저 극의 전개를 조력하고, 허무맹랑하게 느껴졌던 계획들이 실제로 실현될 때마다 주인공들만큼이나 숨죽이며 다음 전개들에 대한 기대와 상상으로 동조자가 되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있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세상이 상식적인 질서들로 채워지길 바라지만 그렇게 삶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보니 때로는 판타지 소설 같은 기적들을 바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그런 장면들을 또 실제로 마주하기도 하니까.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삶의 모든 순간들을 마주하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우리는 끊임없이 많은 상황들을 선택하고 그 선택의 무게들은 선택한 책임으로 뒤따른다. 사소함이 버거움으로 변하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고민 끝의 선택이 선물 같은 순간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작가가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그 결말은 우리가 그렇게 평생 마주하게 되는 선택의 순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폭풍 같은 이 스토리의 카타르시스를 충만하게 느꼈던 작품이 영상으로는 또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또 하나의 교훈. 친구 따라 강남뿐만 아니라 더 멀리 가기도 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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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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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한편에 박제되어 있는 이야기들.

초등 2학년 때 알프스의 하이디를 읽으며 나중에 딸을 낳으면 꼭 같이 다시 읽고 싶었던 책은 시간이 지나 진짜 현실이 되었고, 빨란 머리 앤이 DVD12장으로 나왔을 때 초등학생이 된 아이와 열광하며 공유했었다. 그 외에 많은 책들로 세대가 다른 우린 또 하나의 기억들을 보관했고 종종 꺼내어 보는 행복한 추억들이 보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런 잠자고 있던 기억들을 꺼내고 그때의 나로 되돌려 놓는다. 좋은 문장들은 원문이 궁금해서 읽지도 않을 원서들을 종종 사기도 하는데 그래서 수록된 원문도 반가웠다.

어린 시절 책으로 상상하며 읽는 그런 도시들에 발을 딛고 있는 순간의 감동들을 경험하는 그 기분을 너무 공감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생경하고 설레며 마주했을 그 느낌을 어른이 된 나도 느끼며 뭉클했었다. 문학이란 바로 그런 것. 상상하며, 동경하며 읽었던 책 속 장면들이 현실이 되어 펼쳐지는 순간들에 온전히 감동만 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다. 때로는 환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의 실망감에 보석처럼 간직했던 동심이 와장창 깨어지기도 하지만 그 괴리감마저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경험들이 싫지 않다.




어린 시절 문학을 온전히 작품으로만 마주했던 시간에서 그 작품을 쓴 작가의 생을 반영한 작품으로 다가가는 관점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작가 또한 작품을 쓰는 동안 자신이 꿈꾸는 또 하나의 삶을 상상하며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여정. 문학은 그렇게 작가의 삶을 직. 간접으로 반영한다.


벼르던 해외여행을 나섰을 때 기대만큼 온통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 되더라도 여행이라는 여유로움에 그마저도 너그럽게 감당하게 되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그런 예상 밖의 경험들이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종종 떠오른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꿈꾸는 삶을 하나의 로망처럼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에는 책 속 이야기들을 따라 막연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왔다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그렇게 저장해 둔 기억들을 현실에서 마주하는 순간 잊고 있던 그 상상의 나래가 다시 한번 펼쳐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문학은 그래서 시 공간을 넘어 우리의 삶과 동행하며 휴식의 장소가 되어준다. 어쩌면 그 자체가 보이지 않는 장소로서의 기능을 이미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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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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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꿈꾸던 도시가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그리고 작가와 작품 속으로 한걸음 더 들어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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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트 페리앙 - 모든 삶에 깃든 현대 예술의 거장
샤를로트 페리앙 지음, 유상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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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을유문화사의 현대예술의 거장 시리즈가 점점 풍성해진다.

20세기 전후 문화 예술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국내외 거장 아티스트들의 진솔한 기록과 평가들 중 이번 신간은 프랑스 1세대 여성 건축가이자 실내디자인의 선구자 샤를로트 페리앙 남성 중심의 디자인 세계에서 유리 천장을 뚫고 당시 가장 사랑받았던 디자이너 중 한명, 디자인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그녀는 작고하기 1년 전 이 자서전을 출간했다.




유연성이 돋보이는 '주거 예술'로 인간과 주변 환경이 조화로운 작업을 추구했고, 여성의 권리와 불우한 계층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며 많은 사람이 아름답고 유용하며 기능적인 공간을 접하도록 애썼던 그녀가 진솔하게 기록으로 남긴 700여 페이지가 넘는 대장정을 동행해 보며 거장의 삶과 철학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샤를로트 페리앙을 수식하는 말이기도 한 삶에 깃든다는 말이 참 좋다.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삶을 살든 삶을 소중하게 다독이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나도 또한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며 그런 이들의 이야기와 경험들에서 배우고자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샤를로트 페리앙은 디자인이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을 개선해야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디자인은 더 효율적이고 편안하며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도구이자 시스템이다.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오가며 도시설계자이자 건축, 가구 디자이너, 사진가, 사회운동가, 전시기획자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나아갔던 그녀는 르코르뷔지에의 책을 읽으며 그의 철학에 감탄하게 되고, 그에게 직접 찾아가 함께 협업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장르를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에 관한 큰 그림과 페리앙의 가구 디자인과 재료에 관한 이해와 연구를 바탕으로 한 공간과 가구의 유기적 결함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녀는 농부들은 사색하는 시간을 갖곤 하며 그들이 철학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열 살 때 맹장 제거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던 그녀가 병원에서 느낀 여백에 대한 강렬함에 집으로 귀가한 후 울음을 터뜨린 일화도 인상적이다.

깨어있는 모든 순간, 혹은 자는 시간마저도 빼곡한 삶을 사는 현대인인 나도 그런 여백의 텅 빈 시간과 여유로움이 주었던 순간의 묘한 충만함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무無와 공허 사이에서 삶의 특정한 함정 앞에서 우리의 완전한 무력함을 마주하며 깊은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고 그녀는 말한다.

삶의 숭고한 아름다움이 고려되고 인간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과정은 치밀하게 준비하고 완전히 몰입 상태에 들어가는 위업을 말한다. 신기술은 우리를 미래로 이끌어주는 성능이 매우 좋은 도구일 뿐 그것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도록 두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와 같은 끊임없는 질문과 사색을 이어가는 그녀의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창조는 위험을 동반하고, 기술진보의 혁신 속에서도 우리는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과제와 직면하게 되는 모순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즐거움은 많은 노력으로 이루어지고 삶은 스스로 두발로 살아갈 수 있을 때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그녀가 말한다.


장장 700여 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많은 이야기와 행보 속에서 결국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것. 그리고 내게 남겨진 메시지는 그녀의 업적이 아니라, 그녀의 태도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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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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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올해로 광복 80주년을 맞아 미술관을 비롯해 박물관 등 기념행사가 풍성하다. 미술관에서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해설하면서 일제강점기 조선반도의 어린이들이 쓴 수필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해서 너무 궁금했다. 특히 올해는 이 책을 출간한 을유문화사 창립 80주년이라는 공통의 화두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1940년 조선에서 개봉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아동영화《수업료》는 한국영화사 최초의 아동영화이자 제1회 조선총독부상 글짓기 경연대회에서 학무국장상을 수상한 어린이의 동명의 작문을 원작으로 했다.
5만여편의 응모작 가운데 300편이 선발되었고 그중 조선인은 117명이었다. 영화의 원작이 되었던 글을 쓴 당시 전남광주북정공립심상소학교 4학년 우수영군이 2회차에 응모하지 않은것을 서운해하는 최고 심사위원의 소회가 화제가 될 만큼 문학적 감각의 천부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글짓기 경연대회 1회와 2회의 우수작들이 '총독상 모범문집'으로 출간되었는데 당시 조선에 살던 어린이들이 쓴 작문만 수록이 되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조선반도 어린이들의 글로 전해지는 삶의 풍경들이다. 식민시대의 시간적 배경, 조선반도의 공간적 배경속에 조선에 살게 된 일본 아이들과 토박이 조선 아이들 앞에 펼쳐진 서로 다른 세계를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동행해본다. 

글짓기 경연 대회 1회와 2회의 우수작들이 '총독상 모범 문집'으로 출간되었는데 당시 조선에서 살던 어린이들이 쓴 작문만 수록이 되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조선반도 어린이들의 글로 전해지는 삶의 풍경들이다. 식민시대의 시간적 배경, 조선반도의 공간적 배경 속에 조선에 살게 된 일본 아이들과 토박이 조선 아이들 앞에 펼쳐진 서로 다른 세계를 아이들의 시선은 확연하게 차이를 드러낸다.




일제강점기인 1919년 일본에 항거하여 일어난 삼일운동 이후 일본은 민족말살정책에서 문화정책이라는 화두로 방향을 전환했고 표면상의 문화적인 제도들 이면에는 조선을 문명이 아닌 순수하고 원시적인 이미지로 바라보는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하여 시행된다.
어린이 글짓기 경연 대회도 총독부 산하에서 일본 어린이와 조선에 거주 중인 제조 일본 어린이들에게 다른 기준으로 적용되었고 어린이들의 작품 속에서 이들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로 이 시기의 어린이 교과서도 양국의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지향점이 다르게 적용된다. 일본인 어린이용 교과서에서는 주체성이 자주 등장하지만 조선인 어린이들에게는 가족, 형제, 이웃, 사회나 국가 같은 외부를 중시하는 상황이 강조된다. 일본 어린이들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배울 때, 조선 어린이들은 선조와 조상에 대해 배웠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에 대해 배웠다. 유교문화 안에서 천황제와 국가주의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는 여정이었다.
당시 미술관에서도 전시되는 일본인 화가들의 작품들은 서양화가 주축을 이루는 반면 우리 미술은 고미술을 주로 다루고 소개했던 것과 같은 맥락을 담고 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순수한 어린이들 시선에서 기록된 글이 주는 뉘앙스는 순수하지만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오히려 더 강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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