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한편에 박제되어 있는 이야기들.
초등 2학년 때 알프스의 하이디를 읽으며 나중에 딸을 낳으면 꼭 같이 다시 읽고 싶었던 책은 시간이 지나 진짜 현실이 되었고, 빨란 머리 앤이 DVD12장으로 나왔을 때 초등학생이 된 아이와 열광하며 공유했었다. 그 외에 많은 책들로 세대가 다른 우린 또 하나의 기억들을 보관했고 종종 꺼내어 보는 행복한 추억들이 보석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런 잠자고 있던 기억들을 꺼내고 그때의 나로 되돌려 놓는다. 좋은 문장들은 원문이 궁금해서 읽지도 않을 원서들을 종종 사기도 하는데 그래서 수록된 원문도 반가웠다.
어린 시절 책으로 상상하며 읽는 그런 도시들에 발을 딛고 있는 순간의 감동들을 경험하는 그 기분을 너무 공감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생경하고 설레며 마주했을 그 느낌을 어른이 된 나도 느끼며 뭉클했었다. 문학이란 바로 그런 것. 상상하며, 동경하며 읽었던 책 속 장면들이 현실이 되어 펼쳐지는 순간들에 온전히 감동만 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다. 때로는 환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의 실망감에 보석처럼 간직했던 동심이 와장창 깨어지기도 하지만 그 괴리감마저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경험들이 싫지 않다.

어린 시절 문학을 온전히 작품으로만 마주했던 시간에서 그 작품을 쓴 작가의 생을 반영한 작품으로 다가가는 관점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작가 또한 작품을 쓰는 동안 자신이 꿈꾸는 또 하나의 삶을 상상하며 또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여정. 문학은 그렇게 작가의 삶을 직. 간접으로 반영한다.
벼르던 해외여행을 나섰을 때 기대만큼 온통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 되더라도 여행이라는 여유로움에 그마저도 너그럽게 감당하게 되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그런 예상 밖의 경험들이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종종 떠오른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꿈꾸는 삶을 하나의 로망처럼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에는 책 속 이야기들을 따라 막연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왔다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그렇게 저장해 둔 기억들을 현실에서 마주하는 순간 잊고 있던 그 상상의 나래가 다시 한번 펼쳐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문학은 그래서 시 공간을 넘어 우리의 삶과 동행하며 휴식의 장소가 되어준다. 어쩌면 그 자체가 보이지 않는 장소로서의 기능을 이미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 속으로의 여행은 언제나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