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 더 벨벳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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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의 세라 워터스 3부작으로 불리는 퀴어 문학의 첫 번째 시리즈, <티핑 더 벨벳>

세 권의 책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핑거스미스>로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아가씨>로 개봉이 되었다.

출간 20주년 기념으로 개정판이 나왔고 내 독서의 이력 중 가장 계획에 없던 시리즈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세라 워터스의 이 작품은 그녀가 대학원에서 레즈비언과 게이 역사 소설을 연구하여 학위를 받는 과정에

서 구상되고 탄생된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타 작품들과는 다른 금기시 되

거나 다소 파격적인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었고, 역사적으로도 신빙성이 있는 사실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

다는 점이 이 작품의 의미를 더해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작가로서도 퀴어라는 낯선 장르의 소설을 쓰는

과정이 쉽지 않았고, 난처한 경우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바닷가 마을의 굴식당 집 딸 열여덟 살 소녀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너무나도 평범한 한 소녀의 일상에 큰 바람을 일으킨 공연장에서 만난 남장 여가수와의 만남은 그녀의

삶을 하루아침에 바뀌게 하는 계기가 된다. 한 여성의 삶의 큰 변화의 계기가 너무나도 우연하고 어쩌면

사소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폭풍 같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이 소설

속 장면에서도 충분히 그려진다. 삶의 전환은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다가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스토리는 총 3개의 주제로 나뉜다. 키티 버틀러라는 남장 여배우를 만나고, 그녀와의 이별, 그리고 우연

히 주인공인 낸시가 살아가면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린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인 낸시가 집을 떠나는 과정에서의 심리와 가족들의 모습을

다룬 장면이었다. 함께 방을 쓰고, 한 침대를 쓰는 언니가 가장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전개는 무척

공감이 갔다. 반면에 흔쾌히 그녀의 선택을 응원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표현한 문장이었다.

"아이들은 부모를 기쁘게 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며, 딸이 평생 자기 옆에 있으리라 기대해서는 안된다."

집을 떠나 자신의 선택을 실행하는 순간부터 그녀의 삶은 순전히 그녀의 선택에 따라 전개가 되어간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놀랍게도 그녀 자신도 그녀의 마돈나 키티 버틀러와 함께 무대에 서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등장인물의 성 정체성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에 하나이고, 다소 파격적이며

생소하고, 상상이상의 모습들을 그려낸다.


책 제목부터 다소 파격적인 이 책은 발표 당시부터 대담한 성 표사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한편으로는

평단과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레즈비언을 문학에서 노골적으로 다루고, 생경한

성과 관련된 용어들이 등장하는 파격적인 이 작품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송되기도 했다.

출간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현재의 시선에서 보아도 과히 용기가 필요한 집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페이지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궁금했던 것은 책의 결말이었다.

18살의 소녀가 우연하게 마주한 장면에서 뭔가에 끌리듯 마음 가는 것을 따라 스스로의 삶의 살아가는

과정에서는 때로는 위태롭고, 때로는 무모하게 느껴지고, 때로는 안타까울 때도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의 여정을 다룬 600여 페이지의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솔직히 다소 힘들었다.

상식적이지 않은 삶을 그려낸 과정에서도 삶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장면이라든가, 사람의

심리를 꺼내 보이는 장면들에서는 괴리감보다 오히려 공감과 이해가 가득해지는 순간도 많았다.

요즘은 퀴어 문학이나, 퀴어라는 장르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하나의 소재로 낯설지 않지만 어쩌면

그런 통속적인 선입견이 편안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솔직하고 대범한 성 묘사와, 쾌락적인 등장인물

들의 묘사는 다소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섬세하게 다뤄진 사람들의 다양한 관계와

심리묘사는 결코 가볍게 넘길 만큼 가볍지 않았다.

그녀의 다음 작품 <끌림>에 그래서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이유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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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더 벨벳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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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시대의 삶의 또 다른 한 장면을 결코 가볍지않고 숙고하게 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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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이 남는다
나태주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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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같은 사랑의 언어들로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나태주 시인이 전하는 세상의 모든 애인愛人들

에게 전하는 사랑의 찬가들이 시집으로 나왔다. 필사 노트와 시인의 친필 인쇄가 담겨서 페이지를 넘겨

보다 심쿵했다. 손글씨보다 이제는 정제된 컴퓨터 자판 글자들이 익숙해서 간혹 이렇게 손글씨를 마주

하면 마음이 설렌다. 독서노트를 꾸준히 쓰는 나도 공식적인 글은 이제 손글씨보다 인쇄로 뽑아내는

글을 종종 쓰곤 하니 말이다.

차분한 표지 사이로 보이는 그림이 궁금해 겉표지를 걷어내니 이렇게나 화사한 그림이 담겼다.

아침햇살 가득한 시간, 차 한 잔과 함께 시인의 고운 언어들을 마음에 담는다.


 

사랑이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하게 만들고, 얼굴에 난 점마저도 고운 꽃처럼 보이고,

사랑은 참 대단한 힘을 가졌다. 한 사람의 관점을 180도 다르게 만들기도 하는 마법 같은 감정. 사랑.

3부로 구성된 각 파트의 제목을 모으니 그 자체로 사랑의 정의가 완성된다.

남몰래 혼자 부르고 싶은 이름이며, 당신이 있음이 그냥 행복하고,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

나고. 그 안에 담긴 시인의 언어는 이미 읽지 않아도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인류 최대의 관심사이자, 사람을 살게 하는 가장 핵심 에너지 사랑.

그럼에도 사랑에 대한 정의는 아마 결론을 얻지 못할 것이다. 마음속에 아무리 가득한 사랑이 담겨도

표현하지 않으면 없는 것과 다름없다. 나태주 시인이 담아낸 사랑의 언어들을 통해 마음속에 잠재된

사랑의 불씨를 끌어올린다. 수다스럽게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 농축된 한 문장이면 마음이 녹아내린다.

진심으로 누군가 빌어주는 안부는 더 큰 위력으로 삶의 방패가 된다.

시인은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예쁨 들을 모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방법들을 제안한다.

하늘이 좋아서, 바람이 좋아서,

내게 좋은 것들을 너에게 보낸다.

사랑은 이렇듯 거창한 한방보다 소소한 작은 것들이 쌓여 더 단단해지고 오래간다.

그렇게 단단해진 사랑을 우리는 믿음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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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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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동화라는 문학 장르를 처음 시도했던 정채봉 작가의 20주기를 기념해 그간 출간되었던 4권의 산문중

에서 엮어낸 <첫 마음>이 출간된데 이어 그의  첫 시집이자 마지막 유고집이 된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개정 증보판이 출간되었다.

연말과 연초에 마주하는 정채봉 작가의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이 담긴 글이 참 곱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언제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산문집 첫 마음 中>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해마다 이맘때면...
다가오는 1년보다 오늘의 하루를 잘 살고 싶은 그런 날🍏

첫 마음을 올해의 마지막 날까지... 아니 매일매일 새롭게 마주하는 날들에 꾸준히 담고 가야지.

 

아기였을 때 어머니를 여읜 작가는 막연한 어머니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평생 마음 한편에 담고 살았

으리라.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시인의 그런 마음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길상사와도 인연이 깊은 작가에게 스님이 보낸 꽃눈 붙은 잔가지의 나뭇가지는 그의 화병에서 피어

"길상사가 진달래로 피어났습니다."라는 결이 고운 문장으로 피어났다.

이 시집에서 가장 먼저 와닿았던 짧은 시가 곧 다가올 봄에 피어나는 꽃을 볼 때마다 나에게도 피어날

것 같다. 구절구절 묻어나는 시인의 글은 짧은 시구에서 무척 묵직한 의미를 전하기도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하찮은 돌멩이였던 오해가 결국은 통로를 막아버리는 바위가 되어버린다는 것.

작가는 화가 난 기분에 대해서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혹은 어떤 느낌을 가진 사람인지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시를  통해 이야기한다.

벽돌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모레와 시멘트가 물과 버무려져야 하고, 날씨도 청명한 날만 있는 것이 아니

라 흐리고 눈비가 오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있다. 사랑에도 좋음과 시련이 눈물로 버무려지게 된다는 것.

벽돌 같은 사랑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도 그의 시에서  의미를 일깨운다.

백두산 천지에 오른 시인은 백두산이 큰 눈물샘을 안고 있다는 말로 표현하며, 그렇게 태산 같은 산도

눈물샘을 안고 사는데 하물며 인간의 슬픔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시인은 행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행복의 열쇠는 금고를 여는 구멍과 맞지 않고, 마음을 여는 구멍과 맞아야 한다고.

정채봉 작가와 호형호제하는 정호승시인은 삶과 죽음의 세계를 넘나들며 그가  써 내려간 시를 삶에 대한

통찰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염전에서 바닷물이 다 마르고 나면 만들어지는 소금의 분말을 염부들이

소금이 내린다는 말로 표현한다고 하는 유래를 들며, 정채봉 작가의 이 시들 또한 "시가 내렸다"라는 말로

그의 문장들을 기린다. 자신의 삶의 끝을 준비하며 가장 정제된 언어인 시로 담아내며 작가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남겨진 이들을 다독이는 문장들로 오래도록 함께 할 것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다르지만 시작과 끝이 있는 유한한 삶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떤 삶인들

소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정채봉 (b.1946-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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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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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채 잉크도 마르기 전인 것 같은 신간은 놀랍게도 현재 고등학생인 스즈키루리카 의 작품이다.
무려 초등 4학년부터 문학상의 대상을 휩쓸었다는 프로필과 전작<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저자이기도 하다니 호기심 가득 안고 읽었다. 그녀는 매년 자신의 생일에 맞춰 소설을 출간해오고 있는데
이미 2020년까지 작품을 발표했고, 이 작품은 2019년 작이다.

전작은 운전하며 라디오 광고에서 많이 들어서 익숙한데 너무 신파 같은 제목에 끌리진 않았다.

수록된 총 세 편의 스토리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다나카의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담았다. 그런데 진짜 10대 청소년의 세계관에서 이런 시선들이 가능하다는 게 읽으면서도 놀라웠다.
삶에 대한 통찰부터, 언론 보도의 왜곡을 보는 시선,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들 속 심리묘사까지

꾸준히 이어져온 필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누구나 행복만을 경험하는 삶을 살지 못하지만 그런 괴로운 경험과 과거 덕분에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삶은 행복한 삶이고, 그런 과거 때문에 있어서 암울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바로 원망이란다.

행복과 원망 중 어떤 삶을 살 것인지는 스스로의 관점에 달렸다는 것을 생각한다.

삶은 어느 한순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며 축척되어 가는 것.

오래전에 덮었던 과거가 불쑥 나타나 복수할 때가 있다는 문장이 심상치 않게 다가왔다.

실제로 오래전의 사소한 잘못으로 평생 마음의 짐을 지고 살던 사람이 그 빚을 청산하는 일들이 신문에

소개되기도 하고 잘 나가던 유명인이 하루아침에 몰락의 길을 가기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수록된 이야기들의 짤막한 스토리 속에서도 충분히 다양한 심리묘사나 관계들이 드러난다.

어떤 사소한 계기가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사람과의 만남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삶에서 마주하는 많은 역할들 속에서의 관계를 생각하며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역시 인생에도  No Risk, High Return은 없다는 걸 스토리 중 에피소드를 빌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변변찮아도 마음
✔지금 이때뿐인 반짝임 --->청춘

 

이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키워드는 가족보다 위의 두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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