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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 - 청춘의 화가, 그들의 그림 같은 삶
YAP 지음 / 다반 / 2021년 3월
평점 :

이 책의 필자 그룹인 YAP(YOUNG ARTIST POWER)는 2014년을 시작으로 꾸려진 기획전 YAP를
통해 모인 45세 미만의 청년 작가들의 모임이다. 한국미술시장에서 청년작가들이 설자리가 별로 없는
현실을 직접 자신들의 작품성으로 헤쳐나가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그룹이다.
1980년대 말 이후 나타난 영국의 젊은 미술가들을 지칭하는 'yBa(young British artists)'가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 출신들로 구성되어 현대미술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명성을 얻은 그룹이라면
YAP는 특정 대학이나, 지연, 장르를 떠나서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각 개인들이
주인공이다.
책에 수록된 38명의 작가들의 아티스트로서의 열망과 애환을 담았지만 예술가가 아니라도 그 세대,
혹은 누구나 삶의 매 순간이 이런 고민들을 담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되는 작가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무엇보다 좋았다.
작가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작품을 보는 느낌이 여느 전시장의 감상 못지않게 생생하게 와닿았다.
작가라면 누구나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다가오게 마련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실험적인 측면과 작품성에 대한 비중 못지않게 상품성도 무시할 수없음을
고려해야 한다. 상품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작업은 지속성에 대해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작가들의 공통적인 고민 중에 그런 부분에 대한 비중이 높은 이유다.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가 그림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가득하다는 것을 글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티스트로서의 길에 들어선 계기도 다양하고,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인생의 기로에서 예술가가 되었지만
불투명한 미래와 현실적인 문제들은 순수한 애정만으로 예술가의 길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양한 직업전선을 경험하고 결국엔 그림으로 돌아온 경험자들이기도 하다.
전업화가로서도 여타의 직업군에 종사하며 부수적인 활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도 어느 쪽이든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다. 결국 명확한 정답은 없고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의 작업을 이어가는 노력이
수록된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각자의 글에 대한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고충과 애환이 느껴진다.
작업은 그 사람의 그런 고민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고, 또 다른 작업으로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결국 예술 또한 한 사람의 삶이 투영되는 결과물이 될 수밖에 없다. 글을 통해서도 그 사람의 성향이
묻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예술가가 아닌 관람자로서 이 책을 읽으며 반가웠던 것은 각각의 예술가들이 지향하는 작업과 관심사가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예술과 삶의 분리가 아니라 예술 속에서 삶에 대한
변화나 개혁 등에 대한 의지가 반영되는 작품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시대로 인해 분명 많은
제약이 생긴 것도 확실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그간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일깨운 점들이
있다 보니 위기는 또 그렇게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예술을 포함해 많은 분야에게 가져오게 될 것이다.
책에 인용된 파울 클레의 말 "예술은 가시적인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한다" 말처럼 개개인의 아티스트들의 분투로 재현된 작품들을 통해 예술가뿐 아니라 그 작품을
감상하는 감상자에게까지 확장된 세계와 사고를 끌어낼 것이라는 점에서도 예술은 의미가 크다.
작가들 개개인의 고민의 흔적의 끝에는 역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희망의 에너지가 느껴져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