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재 이혼 시키기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3년 9월
평점 :

한때 "서재 결혼 시키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시간이 있었다. 결혼과 함께 두 사람의 서재가 하나로 모아지는 그런 로망이 나도 있었지만 지금은 내 책만으로도 이미 포화상태라 다행이다 싶은 현실 속에서 아이를 키우며 쌓인 지난 책들을 좀 과감하게 버려야 할 시기에 와닿았던 서재 이혼이라는 제목이 와닿았다. 그런데 이 책은 더 포괄적으로 결혼과 함께 자신의 인생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고, 자녀에 대한 정신적 탯줄을 끊고 부모와 자녀 모두 올바르게 독립해야 하는 이유들을 열거한다. 구구절절이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라 저절로 공감하는 문장들에 줄을 긋기 시작했다.

온통 사이다 같았던 저자의 실제 결혼생활에서 남편과의 에피소드는 닮음과 다름 사이에서 흔히 발생할 만한 일들이라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인간에게 가장 이로운 중독으로 저자가 꼽는 바로 그것. 문. 자. 중. 독 그 느낌 아니까 ^^
누구나 환상을 꿈꾸며 시작하는 사랑을 전제로 한 결혼마저도 두 사람의 영혼을 결코 하나로 합쳐주지 못한다는 현실. 아마도 결혼한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현실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 한 뱃속에서 나온 쌍둥이도 천차만별인데 하물며 수십 년을 남남으로 지내던 이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 녹록 할리 없다. 세월과 함께 둥글둥글 무뎌져가며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것. 결혼은 아마도 그런 것이 아닐까. 저자는 결혼에서 미덕은 효율성이 아니라 참을성이라고 정의한다. (완전 공감!! ^^)
책을 읽으며 공감되는 문장이 많았던 만큼 저자와 나의 교집합에 빵 터졌다. 예를 들어 주변에 바나나 껍질처럼 책들이 널려있고, 마음에 드는 여행지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가고, 입맛에 맞는 식당이 있으면 거기만 가고, 좋아하는 노래를 백 번쯤 반복해서 듣는 것. 익숙함만큼 또 편안함이 없으니 일상 속에 휴식은 바로 그런 것.
그리고 인생에서 또 하나의 큰 줄기 양육.
양육이라는 공동 과업을 끝내고 그 빈자리를 자신으로 채워가는 것. 아이가 성장을 해도 온전하게 부모에게서 분리시키는 일이 정작 부모의 우려로 더뎌지곤 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온전하게 독립된 개체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키는 것. 어느덧 성인이 되어 스스로의 삶의 주도권이 커져가는 아이를 보며 나도 참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 많다.
자식을 곁에 묶어 두고 싶어 하는 부모의 잘못된 권력은 사랑, 희생, 가족주의라는 가면을 쓰곤 한다. 자식을 키우는 순수한 목적은 자식에게 더 이상 부모가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종종 되새긴다.
많은 밑줄을 그어댔던 문장 중에 "인생은 고통과 즐거움 사이를 시계 추처럼 왕복하는 것"이라는 문장처럼 삶은 그렇게 우리에게 희로애락의 맛을 고루 선사한다. 누구에게나 한 번뿐인 인생은 매 순간 우리에게 용기와 선택의 순간을 요구하지만 그마저도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면 또 설렘이라는 기대감을 선물받는 기분도 든다. 피할 수 없다면 그마저도 누린다고 생각해 본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