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학ecology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내고, 대중화시켰던 독일의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른스트 헤겔1894-1919의 작품집이라고 해야할 마치 한권의 도록같은 책이다.
아름다움의 근원은 자연의 시간적 질서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자연의 예술적 형상을 담은 페이지마다
담긴 작품들이 신비하기도 하고, 묘한 아우라가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가 숨쉬는 지구곳곳에는 이렇듯 미세하지만 각각의 위치에서 그들만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을 지키며
존재하는 것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는 계기도 된 것같다.
언젠가부터 예술은 인위적인 하나의 트릭같은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에서 만나는 예술적
형상이 어떤것일지 새삼 궁금해지기도 했다.

실제로 에른스트의 작품들은 예술사적, 과학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많은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1900년 파리 박람회장 출입구는 프랑스 건축가 르네비네의 작품으로 헤겔의 예술적형
상에 실린 방산충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자연스러운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말들을 종종 듣게 되곤 하지만 자연을 모티브로 한 예술작품
혹은 일상의 사물은 뭔가 묘한 신비감으로 다가온다.

에른스트에 의해 재현된 생물의 형상화와 미세한 그림들은 마치 SF적인 오묘함과 섬세함으로 미세한
생명체를 거대한 하나의 존재가치로 부곽시키는 힘이 있다.
하등생물들의 세계는 너무 작아 맨눈으로 알아볼 수 조차 없지만 오랜세월 애정을 갖고 연구하고, 정리한
헤겔의 연구노트를 통해 거대한 세계로 부곽되어 과학사적 이외에 한편의 예술작품처럼 다가온다.

르네상스 이래로 인간의 시각문화를 발달시킨 계기가 된 현미경과 망원경의 개발은 인간을 좀더 첨단의
세계로 발 딛게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며 산다는 오만함에 빠져있곤 하지만
이런 작품들을 볼때, 혹은 자연재해앞의 무기력한 상황을 맞게 될때 자연의 지배를 받으며 사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의 근원은 자연의 시각적 질서라고 이야기한다. 헤겔은 자연의 모든형태가 성스럽다고 보고
자연은 놀랄만큼 멋진 형상들을 지칠줄 모르고 만들어 냄을 포착한다.
에른스트는 실제 존재하는 자연의 산물들을 충실하게 재현하는데 집중하였고, 세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
오며 그의 자료들은 후세의 연구자들과 예술가들에게 이어져 내려오며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술적인 여러가지 의의를 벗어나서, 각각의 그림속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느낌은 독자개개인에게 다양한
감상들을 불러일으킬테고, 새로운 시각세포를 자극하게 될 것 같은 계기가 된 것같다.
세상을 보는 100가지의 시선중 또하나의 공감을 갖게 된 예술같은 책.

<자연의 예술적 형상>을 비롯한 클래식그림시리즈의 또다른 특징하나!!
제본방식이 누드제본방식으로 각각의 시리즈별로 제본실의 색을 달리해서 펼쳐보기를 마음껏 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을 너무나도 아끼는 나는 아끼는 책은 유독 소심하게 펼쳐보게 되는데 이책은 제본방식이
마음껏 펼쳐보아도 갈라지거나 파손될 염려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산뜻한 표지를 걷어내면 또다른 에디션같은 누드제본의 속살을 드러낸다.

미술관가는길에 가방에 넣어가게 되는 예술같은 그림들.
소소한 자연속에서 발견하는 예술의 경지를 덩달아 느끼게 하는 한편의 예술작품같은 한권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