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영혼의 부딪힘 - 명화로 배우는 감정의 인문학
김민성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15년의 책이야기를 이책으로 시작하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사실 나는 어릴때부터 책을 참 좋아하는 아이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출퇴근하는 차안에서 읽을 책한권정도는늘 가방에 넣고 다녔고, 지금 운전을 하는 기회가 많지만 그래도 간혹 혼자 외출을 할때 책한권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것도 내가 좋아하는 일중 하나이다.

아이를 키우고, 인근 어린이 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가끔 학교나 지역아동센터에

수업을 나가고 하다보니 사실 내 하루는 진짜 부지런하지 않으면 죽도밥도 안될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와중에 또 내가 좋아하는 책들, 아이를 키우며 필요한책들, 수업에 필요한책들을

골고루 읽으려면 어떨때는 아무것도 하기싫은 멘붕상태가 될때도 종종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마음에드는 책한권이, 책속의 문구 한줄이 내게 그 어떤 가까운 사람보다

위로가 될때가, 감동이 될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장하고 싶은 책이 한권한권 순전히 내 개인적인기준에 부합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이기적인 독자임을 고집하는 내 즐거움 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책들을 책꽂이에 쌓아두는 일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실제로 떠들썩한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집어들었다가 실망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내마음에

와닿지 않는 책을 베스트셀러라는 명목하에 가뜩이나 소장의 한계가 있는 내 책꽂이한켠을

할애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이를 키우면서 우연하게 시작했던 소소한 글쓰기 작업들이 아이가 커가고 내  관심사의

영역이 좀더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외부수업으로 이어지면서 이또한 우연히 예술가에 대한

테마수업을 시작한것이 우연하게 좀더 활동할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참 많이도 예술서적의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아이가 어릴때부터 아무 사전지식없이 "나는 음악들으면서 그림보는게 참 좋아!"하며 해맑게

웃던 아이의 말한마디에 어지간히도 미술관, 박물관을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아이도 나도 조금씩 자신만의 그림보는법을 터득하게 된것 같으다.

물론 전문적인 지식과는 전혀 다른 순전히 우리만의 그림보는 방식으로 말이다.

한여름 뙤악볕 더위를 피해 들어간 갤러리 안에서 그렇게 해맑은 웃음으로 엄마의

미술관나들이에 힘을 주던 그 꼬맹이는 벌써 10년 세월이 훌쩍 흘러 까칠한 중학생이 되었다.


책한권 리뷰를 시작하기전에 이렇게나 많은 내 사적인 사설이 길어지게 만든 책을 만난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이 책의 제목 <그림, 영혼의 부딪힘>이라는 문구는 참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다.

많은 예술가들을 돌아보면 누구한사람 녹녹하고 편안하게만 살아온 이들이 없고, 고민과

번뇌의 시간을 갖지 않은이가

없을만큼 모든 예술가 들에게, 그리고 예술가가 아니라도 인생을 살아간다는것 자체가

다 영혼의 부딪힘이 아니겠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제목에 공감이 갔던것 같다.

아이들과 예술가 수업을 하다보면 참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그의 미술기법이 어떻고, 표현법이

어떻고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하는데 사실 아이들이 그런식으로 그림보는 것을 지양하고

싶다.


아이와함께 작년겨울에 유럽여행에서 만났던 세계굴지의 미술관에서 받았던 충격은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너무나생생하게 남아있다.

미술전시라고 하면 어두컴컴하고, 가이드라인이 설치된 공간을 따라 조심조심  숨소리 죽이며

감상해야하는줄로만 알았던 미술관 매니아 모녀는 대놓고 모사화를 그리고, 자연채광아래에서 세계 굴지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곳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넓은 세상을 보아야 내 자신이 넓어질 수 있다!!라는걸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꼈던 짧다면

짧았던 여행의 교훈.

 

이책을 쓴 작가는 처음부터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었고, 본인의 전공을 살린 일을

하다가 뒤늦게 미술사를 공부하고 글을 썼다고 한다.

본인이 원하고 , 본인에게 걸맞는 일을 찾아내고 그 일에 몰두할수 있는 인생또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몰입하여 즐겁게 그일을 해나간다는 것은 성공과 실패의 여부에 상관없이 이미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꽤 많은 예술서적을 읽으면서 몇몇의 화가들은 내 마음속에 늘 쨘한 연민을 일으키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예술가!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감정의 기복이 일반인에 비해 클수 밖에 없을것이 당연하고 또

그래야할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성격/사랑/비밀/광기/운명이라는 다섯가지 테마로 24명의

화가들의 좀더 내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비하인드 스토리 정도라고 해야 하는 각각의 화가들의 작품이야기를 알아가는 과정이 참으로 솔깃하다.


유럽여행길에서 들렀던 바티칸의 시스티나예배당의 미켈란젤로 천장화와 벽화를 봤을때의

그 감동또한 이 책을 읽으며다시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천장화(천지창조)는 과거를/ 관람자가 서서보는 바닥은 현재를/ 제단화인 벽화(최후의 심판)은 바로 미래를 상징한다고 하던!!

그런데 이책에서는 또한번  아담의 창조를 보는 내게 충격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켈란젤로는 아마도 사람의 형상를 한 신이 아니었을까?하는 황당무게한 상상으로 나를 이끌만큼 놀라운 화가이야기였다.


이외에도 라파엘로의 장난끼 가득한 아테네 학당이야기를 비롯한 어느 쳅터하나도

흥미진진하지 않은것이 없었다.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남긴 모딜리아니를 비롯하여,  무섭고 괴기스러움의 대명사로 일컬

어지던 뭉크의 개인사를 알고 그의 작품을 보면 오히려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이다.

 

사실 한동안은 유럽에서 만난 거대미술관들의 관람 후유증으로 국내에서 전시되는 전시들은 안보고 싶은 기간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뭔가 경건하게 까지 느껴지는 갑갑한 실내의 공기가 싫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지금은 오히려 국내에서 종종 만날수 있는 전시들이 많아지는것이 또 반갑다.

찾아가서 볼수 없으니 찾아와 주는 그들이 반갑고 고마울수 밖에 ^^


어쨌튼, 제법 두껍고 분량이 많은 책한권이었음에도 페이지의 막바지로 넘어가는 과정이

참 아쉽고또 다음장엔 어떤 주제로 어떤 화가들을 만날지 기대하게 해서 일부러 뒷장을

미리넘겨보고싶은 충동을 억지로 자제하며 읽은 책 한권이다.

이 책속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인상에 남았던 한 단어.

"sprezzatura"

이 말은 르네상스의 천재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무척 쉬운 것 처럼 세련되게 해 내는 일을 말한다.

올 한해 나의 모토로 이 단어를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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