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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향수 - 걸작의 캔버스에 아로새긴 향기들
노인호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나는 향에 좀 민감한 편이었다. 학창 시절에 친구들은 나를 기준으로 냄새를 기준 할 만큼 작은 향에도 민감해서 향수도, 디퓨저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척이나 까다롭게 고르게 된다. 특히 인공향이 묵직하게 배인 공간에서는 오염처럼 느껴지기도 할
정도라고 느낀 경험들이 있다. 그래서 미술관이 일터이자 휴식공간인 내게 <명화와 향수>라는 타이틀은 솔깃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는 향기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많아 화장품학을 전공하였다고 해서 더 호기심이 커졌다. 예전에 유럽여행을 갔다가 남프랑스의 에즈 마을
향수회사 견학을 한 적이 있었는데 고는 적 한 마을의 향수 공장에서 마주했던 향의 기억이 여전히 이미지와 향으로 떠올려지곤 한다.
첫인상처럼 마주하는 향이 지속적으로 같은 템포로 은은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갖고 있던 차에 천연 향수를 만드는 클래스에 참여하게 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베이스 양부터 탑코트까지 세 개의 층위로 이루어진 향을 조향하고 숙성시키고 하는 과정을 경험했던 터라 향수에 대한 조금 친근한 경험들이 생기기도 했다.
책에서는 애니멀릭/플로럴/우디/그린,아로마틱/시트러스/몰트 향으로 어울리는 명화들을 소환하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익숙하게 가지고 있는 향들은 살짝 곁들여 명화들을 감상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이벤트 같다.
익숙한 명화들이 큼직한 도판으로 수록된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겸재 정선이나 추사 김정희, 박수근 같은 우리 화가들의 그림과도 어우러지는 기획이 좋았다.
조희룡의 <홍백매도> 책 속에 꽉 차게 드러난 페이지의 도판을 보는 순간 그림이 아니라 향이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신기하다. 아마도 책을 읽는 내내 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탓일 거다. 텍스트를 읽고 읽으며 리듬이 느껴지는 경험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코끝에 향이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이 느낌이 아마도 저자가 처음 수련에서 향을 느끼는 경험과 비슷했을까?
같은 독서의 시간이었다. 눈으로도 즐거웠고 무엇보다 무궁무진한 향수의 세계에 대해서도 상식적인 정보와 유용한 팁을 얻는다. 그러고 보면 역시 예술은 카테고리의 연결이 꽤나 무궁무진하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명화는 세상의 많은 것들과 시대와 주제를
넘나드는 놀라운 콘텐츠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