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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화의 옷장 - 르네상스부터 19세기까지, 그림 속 여성들의 패션과 삶
김정연 지음 / 눌와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참 많은 명화 책, 역사책, 패션 관련 도서들을 읽었지만 대부분 2% 부족함을 느끼곤 했다. 우선 저자가 의상 디자인을 공부했다는 점에 반가웠고, 유럽 복식사를 분석하는 전문가라고 해서 기대감이 커졌다. 요즘 명화 에세이가 너무 많이 출간되는데 함량 미달의 책이 너무 많아서 화가 날 지경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꼭꼭 눌러읽으며 많은 공부가 되었던 책이다.

몇 해 전 영국 국립 초상화 박물관 전시가 국내에서 열리기도 했었고, 유럽의 명화들을 보면 의상으로 시선이 자연스럽게 끌리곤 하는데 익숙한 명화들의 복장들을 역사, 문화, 사회적 관점으로 너무나도 상세하고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그야말로 <초상화의 옷장>이라는 타이틀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해 준다. 책을 읽다 말고 저자의 또 다른 책이 있을까 찾아보니 무려 이 책이 그녀의 첫 번째 책이다.

그림의 해당 부분을 확대하여 수록해 놓은 부분도 책을 읽으며 디테일을 따라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정말 신경 많이 쓴 듯한 요소들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더 감동적이었다. 심지어 너무 재밌잖아.....
패션의 디테일의 근원이 된 요소도 너무 놀랍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건축물의 기둥머리를 장식하는 모티브가 된 아칸투스 잎이 소매의 가장자리나 직물의 끝자락을 꾸며주는 모델이 되었다고 하니 문화의 여러 영역들은 서로 교차되고 응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들의 외모에 대한 장식들은 시대와 나이별로 달라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헤어스타일로 촉발되는 에로티시즘에 관한 규제는 머리카락을 악마시 하여 베일로 아예 가려버리게 하기도 했다. 허영과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당시의 분위기가 그림 속에 반영 되어있는 것을 알고 보니 그림 속에 놓쳤던 디테일이 다르게 다가온다.
이상적이며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아이콘이자 모델이 되었던 시모네타는 죽어서도 그녀를 보기 위해 모여든 인파가 들끓었을 만큼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남았는데 성모마리아의 온화한 얼굴이 시모네타의 얼굴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다.
여기 또 르네상스의 여자로 꼽히는 이사벨라 데스테가 있다.
그녀는 태생부터 귀하게 대접받으며 자라 훌륭한 가문으로 시집을 가서도 패션의 선도자로 살아간다. 특히나 초상화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그녀는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초상화가 될 때까지 여러 화가들을 찾아다녔고 요즘의 사진 보정처럼 후작업을 하기도 했을 정도다.
조르조 바사리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굽이 높은 신발 피아넬레를 보는 순간 김홍석 작가의 시멘트로 두꺼운 굽이 달린 신발이 떠올랐다. 피아넬레는 20센티미터가량의 과시와 허영의 상징이었으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비실용적인 패션 아이템이었다. 결국 사회적 혼란과 사고를 막기 위해 법이 제정되기도 했던 문화의 단면.

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책은 그간 국내에서도 많이 소개되었던 고전 명화 전시들과 책 속 익숙한 작품들에 대한 드레스를 기반으로 역사, 문화, 사회적인 이야기와 복식사까지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하다. 익숙한 명화 속 복식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었을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들을 따라간다. 저자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너무 기대되고 더 듣고 싶다. 유명한 그림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와 역사를 따라가는 여정을 패션을 통해 들여다보는 일이 너무 행복하다. 강추!!